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3)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3)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6.11.10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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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군! 그대 장하니 그만 돌아가오

전쟁은 싸움을 해서 이길 수 있는 것만이 아니다. 심리전도 있고, 사전에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면서 승리할 수도 있다. 우리는 수많은 전쟁을 겪었다. 남(南)의 일본과 북(北)의 오랑캐들에게 침략을 당했던 것만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때마다 우리는 번번이 당했고, 전쟁터를 내주기가 일쑤였다. 을지문덕 장군이 전쟁을 하지 않고 수나라의 우장군을 물러가게 했던 편지글 한 편과 마지막 시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데 이를 다음과 같이 번안해 본다.

與隋將于仲文詩(여수장우중문시) / 을지문덕

신기하고 묘한 계책 천지 이치 다했었고

전쟁에서 승리했던 그대의 공 다 아오니

우장군 만족함 알면 이제 그만 물러가오.

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신책구천문 묘산궁지리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

전승공기고 지족원운지

우장군! 그대 장하니 그만 돌아가오(與隋將于仲文詩)로 제목을 붙여본 보낸 글(편지) 말미에 붙였던 오언절구다. 작자는 을지문덕(乙支文德:생몰년 미상)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그대의 신기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하였고 / 오묘한 계책은 땅의 이치를 다하였음을 아네 // 그대는 전쟁에서 이긴 공이 이미 높으니 / 만족함 알았다면 그만두길 바라오]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수나라 우중문 장군에게 전하는 시]로 번역된다. 선현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문헌이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천 번에 가까운 침략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역사는 침략만을 받는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르겠다. 그 때마다 관군과 의병이 일어나 나라를 지키면서 싸웠지만 파죽지세를 면치 못하고 당했던 경우가 많았다.

시인의 짤막한 한 편의 절구 속에는 상대방을 칭찬하고, 때로는 상대방에게 굳건한 의기를 보이는 전술적인 면모를 보인다. 그대의 신기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하였고, 오묘한 계책은 땅의 이치를 다하였음을 안다고 했다. 넉넉한 자기 자만과 자신감 없이 어떻게 이 만큼의 배짱을 부릴 수 있겠는가.

화자는 고려 때 거란이 침입해 왔을 때 말을 잘해 적장 소손녕과 담판하고 고려에게 유리한 강화를 맺고 이듬해에는 여진을 몰아냈던 서희 장군의 기개도 보인다. 그대는 전쟁에서 이긴 공이 이미 높으니 만족함 알았다면 그만두길 바라오라고 했다. 모든 전쟁과 외교는 든든한 자만심과 촌철살인(寸鐵殺人)의 기개가 있어야 된다는 가르침으로 봐야할 것 같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하늘 이치 다한 책략 땅의 이치 다했었네, 전쟁 승리 공이 높아 만족 알고 돌아가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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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을지문덕(乙支文德:?∼?)으로 고구려 26대 영양왕 때의 장수이다. 612년(영양왕 23)에 중국 수나라 양제가 고구려에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오자 이를 살수에서 크게 물리쳤다. 지략과 무용에 뛰어났으며 시문에도 능하였다. 살수대첩에서 우중문에게 전한 시 위의 [우중문시]가 전하고 있다.

【한자와 어구】

神策: 신기한 책략. 묘한 계책. 究: 다하다. 궁리하다. 天文: 하늘의 이치. 妙算: 오묘한 계책. 窮: 다하다. 地理: 땅의 이치. // 戰勝功: 전쟁에서 이긴 공. 旣高: 이미 높다, 곧 이미 높은 줄 알고 있다. 知足: 만족할 줄을 알았다면. 願: (나는) ~하기를 원한다. 云止: 그만 두다, 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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