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재주꾼 71. 늘푸른부부댄스팀
우리동네 재주꾼 71. 늘푸른부부댄스팀
  • 정선아 기자
  • 승인 2016.10.24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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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떨어지는 노년부부의 금술 비결은 부부댄스동아리
▲부부댄스동아리 '늘푸른부부댄스팀'

정년퇴직 후 30여 년간 다니던 직장을 하루아침에 가지 않게 됐다. 이 허한 마음과 시간을 어디서 달랠 수 있을까. 광주 남구 노대동의 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풍물놀이와 현악기, 댄스음악 등이 혼합되어 건물 전체가 흔들린다. 슬쩍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이럴 수가. 몸을 흔들고 악기를 연주하는 그들은 모두 60대 이상의 노년층이었다.

노년의 사람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 장소는 2009년에 창립된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이다. 여러 광경들을 구경하던 찰나, 문화관 대강당에서 왈츠가 흘러나온다. 수십 명의 나이 지긋한 노년남녀가 모자부터 구두까지 단체복을 멋있게 입고 부부와 단원들 간의 호흡에 맞춰 원을 그리며 춤을 춘다. 이번 우리동네 재주꾼 71회는 70대 이상의 정식 부부로 이루어진 부부댄스동아리 ‘늘푸른부부댄스팀’이다.

2009년에 만들어진 ‘늘푸른부부댄스팀’ 단원들은 취미생활로 댄스스포츠를 시작하였으나, 지금은 여러 풀뿌리봉사단 팀들이 서로 연합하여 구성되어 있는 종합예술단 ‘하모니예술단’에 속하여 식당 배식봉사와 공연봉사도 실시하고 있다.

▲ 지도자 송희평

연습이 시작되자 송희평 지도자는 어색하게 서 있는 노년의 단원들을 빠르게 자리잡아준다.

쿵(강) 짝(약) 짝(약)

쿵(강) 짝(약) 짝(약)

시작하는 자리도 까먹었던 단원들은 노래가 시작하자 누가 그랬냐는 듯 4분의 3박자의 왈츠에 맞춰 부부가 서로를 끌어안고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동작들을 해낸다. 집나간 감정도 되돌아 오는듯하다.

‘하모니예술단’의 지도자이기도한 송 지도자의 단원들을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날 참석한 60여명의 단원들이 하는 얘기엔 그에 대한 칭찬이 끊이질 않는다.

▲한예수 회장(오른쪽)

초기 창단멤버 한예수 회장은 “나이가 들었어도 남의 남자와 춤을 추기가 불편하더라고요. 마침 송 선생님이 부부댄스를 하면 어떻겠냐며 추천을 하셨어요. 그렇게 시작한 작은 동아리가 단원이 점점 늘면서 현재 88명의 인원이 모이게 됐네요”라고 동아리가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어려운 점은 없냐는 물음에 그녀는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 잘 잊어버리니 송 선생님께서 많이 고생하시죠. 봉사정신이 투철하셔서 몸을 아끼질 않으세요. 속이 상할 때도 많았지만 꾹꾹 참고 웃으시고 정말 좋아요”라면서 “멤버들 간의 화합도 잘 되고 참 재밌어요. 이 나이에 2시간 동안 연습하니 얼마나 지치겠어요. 집에서 싸온 간식도 나눠먹으며 힘내서 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오랜 연습 끝에 지금은 참 잘하고 있어요. 많은 부부가 똑같이 예쁜 옷을 입고 춤을 추니 시민들에게 인기가 많더라고요. 여기저기서 참여해달라는 요청이 끊이질 않네요”라면서 “바빠도 많은 봉사를 통해 오는 뿌듯함과 성취감이 이루 말할 수 없어요”라고 뿌듯해 했다.

그녀의 남편 전춘섭 씨는 “늙어서 할 일도 없는데 운동 삼아 하니 자꾸 즐거운 마음이 생기고 젊음이 솟아오르는 것 같네요”라며 부인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다고 말한다.

▲간식도 나눠먹으며 힘내서 연습하는 단원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5년간 활동하고 있다는 조애희 단원은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아 힘들지 않아요. 마음도 아주 즐겁고요. 같이 운동하는 선배들이나 친구들이 너무너무 좋으세요. 이 활동을 하며 좋은 친구도 많이 생겼어요”라면서 “금요일마다 타운 내에서 노인 분들을 대상으로 배식봉사와 수요일마다 농성역에서 공연도 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네요”라고 행복하게 웃음 짓는다.

이 동아리는 초급반과 중급반을 각각 1년씩 배우는 과정을 밟아야 동아리로 입단할 수 있다.

중급반 송경자씨는 “퇴직하고 무료하게 있다가 부부댄스라는 동아리가 있다고 해서 한번 구경삼아 왔었어요. 우리 부부도 가서 한번 배워보자! 하고 시작했더니 벌써 내년엔 동아리에 들어가게 될 예정이네요”라며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러 단원들에게 동아리 활동에 대해 묻자 공통적인 대답은 “부부간의 금술이 더 좋아져요”라는 행복 가득한 대답이었다.

▲충장로 축제에서 공연하는 모습.
▲서창 만드리 풍년제에 참여한 단원들의 모습.

송희평 지도자는 “잘 하냐 못하냐를 떠나 이분들이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할 수 있는 동기유발을 한 것으로 이미 목적을 달성했다고 봐요. 너무 좋아 하시잖아요”라며 자신을 따라주는 단원들을 애정 가득히 바라봤다.

이어 그는 “이분들에게도 비전과 희망이 있어야하기 때문에 중국과 문화교류도 했어요. 현재 총 인원은 88명이지만, 앞으로 200명 정도로 늘려 러시아나 유럽으로 같이 가서 국위선양도하고, 국제교류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해요”라면서 “그러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네요. 예술성이나 작품성은 떨어져도 노후에 이렇게 한다는 거 자체가 중요한 거죠. 저를 잘 따라주는 단원들과 함께 한곡두곡 완성될 때마다 정말 뿌듯함을 느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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