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 「백남기 사태」의 귀추가 궁금하다
의인 「백남기 사태」의 귀추가 궁금하다
  • 이홍길 고문
  • 승인 2016.10.18 1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홍길 고문

슬프고 안타까웠던 백남기의 죽음이 시국 변화의 중요한 핵심으로 등장하면서 어느새 비감은 줄어들고 사태의 결말이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앞선다.

백남기대책위는 ‘살인정권 투쟁본부’로 전환하면서 첫 기자회견에서는 ‘박근혜정권 퇴진하라’는 요구도 제시하였다. 부검영장이 발부되던 9월 28일, 전국 160여 개 수도회 1만 2천여 명의 천주교 수녀, 수사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살인정권 규탄 천주교 선언’을 발표하였다. 그보다 앞선 26일 개신교 목사들 역시 “법질서를 불의한 권력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 불의를 돌이키지 않으면 정의가 그대를 심판할 것”이라고 정권을 비판하였다. 부패기득권 세력들의 문제가 미만함을 걱정함과 아울러 정치가 우리사회를 마비시키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대통령을 잘 못 뽑아서 이게 다 무슨 꼴인가’하는 넋두리도 나타나고 있다. 10월 5일 광주 5‧18광장의 백남기투쟁본부는 민중총궐기를 통해 살인정권 박근혜정권을 끝장 낼 것이라고 결의하고 있었다.

반면 여권과 관변 그리고 그 주변에서 기식하고 있는 군상들의 언어와 몰골들도 가관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공권력을 무력화하는 사람들이 광화문에서 영웅으로 행세하고 있다”고 하면서 “세월호천막, 불법시위로 사망한 백씨천막은 국가공권력 추락이 빚어낸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국격을 거론하고 있었다. 그가 힐난한 불법시위가 박근혜의 공약사항인 ‘쌀 적정가 보장’ 이행을 촉구하는 집회였음도 은폐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폭력적 시위진압마저 변명하는 후안무치를 행하고 있음을 진정 모르고 한 말인가 의심스럽다. 그가 받드는 분의 비위에 맞추다 보니 상식이 무색해져버렸다고 치부하고 싶다.

권력의 칼날은 그것을 누려 본 사람일수록 그 위력을 실감할 것으로 안다. 장마철 머구리의 합창은 짝짓기 경쟁 아니면 먹이경쟁 일진데, 권력 주변에 눈도장, 귀도장을 다투는 연동 발언들이 난무한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주치의가 치료를 하자고 했는데도 가족들이 적극적인 치료를 안 해도 된다고 했다”고 유가족을 비방했고, 극우단체인 자유청년연합의 대표는 “유가족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현 정부 인사들은 백남기를 전문 시위꾼이라고 호칭하고, 어떤 시사평론가는 “경찰 체증에는 포착되지만 불법시위 현장에서는 잡히지 않는 프로 시위꾼”이라고 비난하면서 “온갖 정치집회마다 나타나 불법을 일삼는 선동가”라고 음해하면서 권력에 해바라기하는 아첨꾼의 기량을 종편 방송의 무대에서 뽐내고 있다. 오죽하면 유가족이 “부디 사람의 길을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을까를 곱씹어 본다.

맹자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사람에게는 측은지심이 있고, 부끄러움을 아는 수오지심이 있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시비지심이 있는데, 온 국민이 다 목격한 물대포 충격에 의한 외인사를 병사라고 우겨대면서, 유가족들이 한사코 반대하는 부검을 검찰은 요청하고 법원은 영장을 발급하는 나라, 무력한 일부 야당을 제외하고 입법, 사법, 행정부의 삼부의 역량이 유기적으로 동원되어 현대판 지록위마(사슴을 말이라고 지목하는 것)의 촌극을 연출하려 하고 있다.

법이라는 이름으로 대민심리전을 펼치면서 정권과 경찰의 책임을 피해가려는 치사한 꼼수를 오래 오래 만지작거리고 있다. 최고의 전문가인 서울대 병원장과 담당 주치의가 외인사를 병사로 호도하는 묘기를 부릴 때 우리나라는 죽음의 존엄까지를 짓밟고 내팽개치는 나라라고 비아냥거린다면, 서슬 퍼런 원내대표가 걱정하는 나라의 체통은 어떻게 될까? 나아가 국격의 손상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당신들이 충성을 다 바치는 정권의 간판을 화급히 갈아치우자는 민성이 용솟음치면 어쩔 것인가? 오죽하면 고등학생들이 연대하여 “이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학문과 진리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이 사건에 분노할 수밖에 없고, 침묵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나섰겠는가?

젊은 분노가 권력의 치사한 사찰만으로 사그라지지 않는다. 시중에는 벌써 당신들이 병사라고 우기면서 부검하겠다는 꼼수를 결국 부패한 권력과 그에 유착된 자본을 지키는 방편임을 폭로하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내우외환이 겹쳐 누란의 위기에 놓인 공화국을 위해서 당신들이 마련해야 할 출구가 필요하다. 그것은 당신들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결자해지 하시요!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