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여상 (視民如傷) - 백성 보기를 상처 돌보듯이 하라
시민여상 (視民如傷) - 백성 보기를 상처 돌보듯이 하라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6.09.2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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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죽천 박광전(1526∽1597)은 하서 김인후 · 고봉 기대승 · 미암 유희춘 · 일재 이항과 함께 호남 오현(五賢)이다.

광해군의 사부였던 박광전은 1584년에 함열현감으로 근무했다. 함열현은 지금의 전라북도 익산시 함열읍 부근이다. 박광전은 관사와 동헌 벽 위에 ‘시민여상 (視民如傷)’ 네 글자를 크게 써 붙여 놓고 백성을 자애롭고 편안하게 다스렸다.

시민여상 (視民如傷)! 백성 보기를 상처 돌보듯이 하라. 이는 <춘추좌전(春秋左傳)> 애공 원년(BC 494)에 나오는 글이다.

BC 494년에 오나라 왕 부차는 월나라 구천을 굴복시켰다. 부차는 BC 496년에 부친 합려가 월나라 구천과의 싸움에서 죽자 2년간 와신(臥薪 : 땔나무 위에 눕다)하여 복수를 하였다.

이 시기에 오나라 부차는 초(楚)나라를 공격하면서 진(陳)나라에게 동참을 요구했다. 이에 진회공은 신하들을 모아놓고 상의했다. 이때 대부 봉활(逢滑)이 오나라의 요구를 거절할 것을 건의했다. 진회공은 초나라가 싸움에 패해 이미 왕이 망명한 상황인데 오나라의 청을 거절하면 후환이 두렵다하자, 봉활은 이렇게 말했다.

"나라에는 이러한 일쯤은 많이 있는 것이니 어찌 회복하지 못한다고 하겠습니까? 작은 나라도 회복하거늘 하물며 큰 나라인 초나라가 어찌 회복하지 못하겠습니까?

신이 듣건대 ‘나라의 흥성은 백성 보기를 상처 돌보듯이 하는 데 있으니 이것이 복이 되는 것이고(國之興也 視民如傷, 是其福也), 나라의 쇠망은 백성을 흙이나 쓰레기처럼 하찮게 여기는 데 있으니 이것이 화가 되는 것입니다.(其亡也 以民爲土芥, 是己禍也)’

초나라는 비록 덕이 없으나 백성을 베어 죽이지는 않습니다. 오나라는 백성을 전란 중에 끌고 다녀 백골이 풀 더미와 같이 널려 있으니 덕행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하늘이 초나라를 깨우칠 가르침을 내린 듯합니다. 오나라가 재앙을 입을 날이 멀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진회공은 봉활의 의견을 따랐다.

나중에 ‘백성을 흙이나 쓰레기처럼 여기는 나라는 망한다.’는 봉활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오나라에 항복한 월나라 왕 구천은 21년간 상담(嘗膽 : 쓸개를 맛보다)하면서 기회를 엿보고 국력을 모아 BC 473년에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부차를 죽였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고사는 중국 소주 · 항주 땅인 오 · 월간의 복수극에서 탄생한 것이다. 오나라 부차가 사랑한 월나라 미인 서시(西施)가 구천이 보낸 여간첩이었다는 것도 재미를 더한다.

요컨대 시민여상(視民如傷)은 ‘측은지심’의 발로이고, 민본이며 주권재민이다.

지난 7월에 교육부 고위공무원이 기자들과 식사하면서 ‘민중은 개돼지’라고 말하여 파문이 일었다.

작년에 방영된 영화 ‘내부자들’에서 조국일보 논설주간은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라고 했는데 이 말이 1년도 안되어 현실이 되었다. 너무나 암울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이낙연 전라남도 지사가 지난 9월 8일 실국장 회의에서 “사회적 약자이고 상처받은 도민들을 연민의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살피는 도정을 펼쳐야 한다.”고 말한 점이다. 이낙연 지사는 ‘시민여상(視民如傷)’의 자세로, “도정은 미래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해선 안 되지만, 동시에 상처받은 도민의 상처를 보는데 게을리 해선 안 됨을 강조했다” 한다.

이낙연 지사의 말씀이 전남도정에 실천되길 기대하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 기관장들도 시민여상의 뜻을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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