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이 [암살]보다 더 좋았다.
[밀정]이 [암살]보다 더 좋았다.
  • 김영주
  • 승인 2016.09.10 11: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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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작년 [암살]이 1000만 명 관객이 몰려든 뒤로 [대호] [귀향] [동주] [해어화] [아가씨] [덕혜옹주]가 이어졌고, 다시 또 [밀정]이 이어받았다. [암살]과 거의 쌍둥이처럼 닮았다. 다른 점이 있지만, 그걸 소재로 삼아서 말한다면 그건 수다나 잡담이다. 그래도 그 다른 점을 딱 하나만 말한다면, [암살]은 전지현이라는 매력덩어리를 초점으로 잡아서 나머지 캐릭터들을 다양한 각도로 배치하여 그녀를 위한 향연을 보여주었고, [밀정]은 송강호의 강렬한 연기력을 초점으로 잡아서 나머지 캐릭터들을 스파이들의 그물망에 엮어 넣어서 그들의 핏빛 갈등을 보여주었다. 이 두 영화가 친일파에 분노하여 처단하는 카타르시스를 주지만, [암살]은 전지현을 위한 향연이라는 오락이 더 돋보이고, [밀정]은 송강호의 심리적 갈등에서 비롯한 긴장이 더 돋보인다.

[암살]의 최동운 감독과 [밀정]의 김지운 감독, 우리나라에서 오락영화의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최근에 최동운이 욱일승천하듯이 솟아오르고, 김기운이 히트친 작품이 없어서 많이 밀리고 있지만. 내가 달짝지근한 민주파 맛에 쌉쌀한 사회파 맛이 뒤섞인 취향을 갖고 있어서, 그 동안 김기운 감독의 작품을 삐딱하게 비난했고, 최동훈 감독의 작품을 추켜올리며 찬양했다. 그래서 김기운의 [달콤한 인생] [놈 놈 놈]이 주는 오락을 즐기면서도 꼬장꼬장 비꼬는 말로 마무리했고, [악마를 보았다]는 똥폼 잡고 잘난 체 하다가 시궁창에 처박혔다고 극심하게 비난했다. 그리고 그 뒤론 그의 작품을 보지 않았고, 그의 작품에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도 않았다. 어쩌다 그의 짤막한 소식을 듣노라면, “그가 그렇게 점점 사라지려나?” 그런 생각이 문득 떠오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밀정]이 나타났다. 예고편을 보니 [암살]과 비슷해 보여서, “그가 이젠 최동훈 뒤나 쫓아다니는 신세가 되었나?” 약간 애잔한 맘이 들었지만, [악마를 보았다]에서 워낙 크게 분노한지라 그런 맘도 잠깐 스쳐지나갔을 따름이다. 아니, 오히려 그가 어떻게 추락했는지 확인하고픈 찌질한 의협심이 일었다. 이 찌질한 의협심에 “내가 [악마를 보았다]에 분노가 참 크구나!” 하고 스스로 놀라면서 그런 못된 마음새를 뉘우쳤다. 이 영화를 향한 자세가 약간 복잡했지만, 그래도 그 뒤 끝에 [밀정]에 궁금증이 지워지지 않았다.

<예고편>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37952&mid=31343#tab

그런데 웬 걸 그 동안 그의 작품과 달랐다. 쌉쌀한 사회파 맛은 없었지만, 자기 잘난 체하는 연출은 사라지고 영화를 진지하고 정성스레 이끌어갔다. 스토리가 탄탄하고 긴장감을 탱탱하게 잡아당겼다. 몇 가지 서운함과 한 가지 찝찝함이 있다. 송강호가 공유와 가까워지고 마침내 ‘이중 플레이’까지 나아가는 과정이 조금 억지스러워서 스토리의 짜임새를 해친다. 가장 중요한 대목인데, 아쉽다. 그리고 그게 ‘친일파’의 행태를 옹호하는 게 아닐까 하는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 내가 너무 오바한 해석이길 바란다. 그 동안 연출능력은 A급으로 잘 갖추었지만, 그의 관점이 늘 불만이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대중재미도 갖추면서 작품성도 잘 갖추었다. 특히 악당 엄태구와 일본 총경 쯔루미 신고의 악역에 큰 박수를 보낸다.

내 입맛엔 [암살]보다 [밀정]이 더 좋다. “그럼, 대중의 입맛엔?” 대중의 입맛엔 아무래도 [암살]에서 전지현의 매력이 훨씬 좋을 게다. 그렇다면 우리의 빼먹을 수 없는 호기심, “1000만 명 달성은 가능할까?” 가능하다. 작년 여름방학엔 [암살]과 [베테랑]이 쌍천만 명을 이끌어냈지만, 올해 여름방학엔 [부산행]이 1000만 명을 이끌어내고 [인천상률작전]이 지나친 애국심 강조의 장애물에 가로 막혀 헐떡거리며 700만 명에 멈추어 있고, [터널]과 [덕혜옹주]도 700만 명과 500만 명에서 막바지 숨을 몰아쉬고 있다. 추석 명절의 한가위 달빛은 [밀정]에서 환하게 빛날 듯하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관객 경쟁에서 초반부터 크게 밀린다. 감독과 배우들이 열심히 만들었지만, 그 땀방울과는 달리 내용이 지나치게 고지식하고 지루하기까지 하다. 감독의 가열찬 의욕으로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다. 뒤이어 상영할 영화에서도 [메카닉]이 보여줄 제이슨 스태덤의 액션과 묘기가 범상치 않지만, 예고편만 보아선 500만 명을 넘어서진 못할 듯하다. 그러니까 지금 [밀정]은 앞쪽에도 뒤쪽에도 마땅한 경쟁작품이 없는데다가, [부산행]이 채워주지 못한 갈증을 채워줄 수 있을 법하다.

* ‘1000만 명’의 관객이 몰려들길 바라며,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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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지 2016-09-12 10:59:38
이것도 기사인데, 영화 비평하시면서
감독 이름은 바르게 기재해주셨으면 합니다.
최동훈인지 최동운인지..
그리고 김기운 감독이 아니라 김지운 감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