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멋을 찾아서(13) 광주광역시 공예명장(종이)1호, 오석심
남도의 멋을 찾아서(13) 광주광역시 공예명장(종이)1호, 오석심
  • 박창배 기자
  • 승인 2016.07.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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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의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전해지는 종이공예

종이가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는지 그 기원은 알 수 없지만 4세기경 불교가 전래되면서 제지술도 함께 전래 된 것으로 본다.

닥나무를 주원료로 해서 만든 종이라 해서 닥종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한지는 예로부터 독특한 제지술로 주변국가에까지 널리 수출될 정도로 유명했다.

한지는 만드는 방법이나 재료, 쓰임새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됐다. 주로 그림과 글씨를 쓰기 위한 용도로 가장 많이 소비되었는데 창호지라는 이름으로 창에 바르기도 했다. 종이이지만 나무의 온화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에 단열을 위해 사용됐고 옷에 덧대어 입기도 했다. 한지를 여러장 겹겹이 물을 묻혀 압축하고 말려 갑옷으로도 사용했다.

또한 일반 민중 속에서는 공예 기법을 활용하여 다양한 용도의 생활용품과 장식을 만들기도 했다.

광주광역시 공예명장1호(종이)

2013년 광주광역시 조례로 명장제도가 도입되면서 종이공예 명장 1호로 지정된 분이 바로 오석심 명장이다. 이때 오 명장을 포함해 3명의 명장이 배출됐다. 지금까지 광주에는 총 9명의 공예명장이 있다.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종이이지만 오 명장의 손을 거치면 돌맹이보다도 단단한 도자기가 되고, 나무처럼 부드러운 느낌의 정리함이 된다.

오명장은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때부터 종이를 이용해 만들던 생활용품 속에서 그 분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를 엿볼 수가 있다”면서 “어렸을적 새 창호지를 바르고 나면 헌 창호지를 버리기 아까워 물에 불렸다가 이것 저것 만들었던 경험들이 지금의 종이공예를 하게 된 계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종이공예가 활발하게 시작된 시기는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민간에서 구전되어오던 기법들만 있었지 실제로 문헌상으로나 문화재로 남아 있는 공예품은 없다시피 하다.

한지(韓紙)와 한지(寒紙)

오 명장은 한지라는 말을 우리나라에 국한시키지 않고 우리 고유의 전통이 녹아 있는 종이임을 강조한다. 그는 한지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나라이름 한(韓)자를 쓰는 한지(韓紙)보다 순수한 우리말인 닥종이로서 닥나무를 이용한 한지(寒紙)라는 말을 사용한다. 즉,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는 닥나무 중에서 참닥나무는 11월이나 12월에 베어 껍질을 벗기고 삶고 두들기고 종이뜨기 작업을 추운 겨울에 한다고 해서 차가운 한(寒)자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한지 공예는 제작 기법에 따라 종이를 꼬아서 만드는 지승공예, 종이 반죽을 사용하는 지호공예, 종이를 재단해서 쓰는 전지공예, 다양한 색지를 이용한 지화공예 등으로 나뉜다.

지승공예(紙繩工藝)

지승공예는 ‘노역개’라고 하는데 이는 종이를 끈으로 만들어 끈을 여러 가지 방법과 모양으로 엮어 작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지승의 지(紙)는 종이를, 승(繩)은 줄이나 새끼줄을 뜻하며 삼나무나 지푸라기, 종이 등을 가늘게 비비거나 꼬아서 만든 꼰 끈을 말하며, 노역개의 ‘역개’는 이 끈을 엮어 작품을 만들어 나간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종이가 흔치 않았던 예전에 글씨 연습을 하고 버리게 된 종이를 모아 두었다가 창호를 바르는데 사용하거나 버리게 된 휴지를 모아 지승기법으로 생활 용품을 만드는데 이용했다.

▲ 가든파티

지호공예(紙戶工藝)

지호공예는 종이를 잘게 찢어서 물에 불려 찹쌀풀과 섞어 반죽한 다음, 찧어 이겨서 그릇모양의 틀에 조금씩 붙여가며 말리고 또 덧붙여 마지막에 골격을 떼 내고 옻칠을 하여 마무리 하거나, 또는 그림이나 색을 칠하여 마무리 한다.

창호지로 쓰다 버린 폐지나 글씨 연습이나 학습용 휴지, 파지 등을 가지고 물에 풀어 녹인 다음 말풀을 섞어 절구에 곱게 찧어서 점토처럼 만들고 이것을 이겨 붙여서 그릇을 만드는 기법이다. 이때 들기름이나 콩기름을 먹여서 충해를 막고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런 다음 그 바탕에 색지를 바르고 무늬를 장식하여 호화롭게 꾸미기도 했다. 그러나 대개는 그릇이 귀한 농가에서 합, 함지, 표주박 등을 만들 때 주고 이용하였고 종이 탈 등도 흔히 지호기법으로 많이 만들었다.

▲ 나비

전지공예(剪紙工藝)

전지공예는 한지를 여러 겹 덧발라 만든 틀에 다양한 색지로 옷을 입힌 다음 여러 가지 무늬를 오려 붙이는 것으로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전통 문화의 하나이다.

전지공예는 가위나 조각칼을 사용하여 한지를 오려 붙여 완성한 공예를 말한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문양을 한지에 그린 후 문양의 선을 따라 가위나 조각칼로 오리고, 골격 바탕 면을 한지로 초배한 후 작품의 성격에 맞게 오색지로 나누어 붙여, 오려진 문양을 붙이고 마감 칠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전지공예는 오색 전지공예와 양각 전지공예가 대표적이다.

▲ 물오름

독특한 지호공예 방식 개발

여러 가지 종이공예 중에서 오 명장은 본인의 수많은 작업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터득한 자신만의 기법으로 지호공예의 독특한 방식을 개발했다. 그는 “종이에게 있어서 가장 독이 되는 것은 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물에 종이를 풀어 반죽을 만들어 틀에 붙인 후 마르기만을 기다리는 방식을 썼던 방식을 습식이라고 부르고 있다”면서 “이런 방법은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탈을 만들었던 방법을 생각하면 되는데 굉장히 무겁고 견고하지 않았다”고 자신만의 방식을 개발한 계기를 설명했다. 하지만 오 명장이 개발한 방식은 건식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건조시키면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더욱 견고하고 가벼우면서 다양한 재질감을 낼 수 있는 마감처리도 가능하다.

이 방법을 사용해서 만든 작품들은 보기에 금속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면서 진흙으로 빚은 것 같은 느낌, 나무 질감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가볍다. 작업실겸 전시실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 화단에 있는 조형물을 보면서 그는 “테라코타처럼 보이는 작품도 종이로 만든 것인데 밖에 있으면서 비바람 다 맞아가는데도 전혀 변형이 없다”며 “종이로 다양한 질감을 내면서도 내구성이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 빛으로 보는 세상

따뜻하고 포근한 남도의 멋

여러번의 전시회를 갖었지만 오석심 명장의 작품을 보고 사람들은 자연친화적인 작품 주제에 놀라고 종이로 만들었다는 것에 놀란다. 작품의 주제로 꽃, 열매, 물고기 그리고 꿈을 주로 표현하는데 정적이면서도 생동감이 있다.

오 명장은 “아무래도 남도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삶 속에 남도의 멋이 베어 있지 않나 싶은데 작품이나 공예품 속에 은연 중에 표현되어 있지 않나 싶다”면서 “관객들이 전시회때 자연친화적이다, 넉넉하면서도 따뜻하고 포근하다거나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는 말씀들을 한다”면서 본인의 작품 속에 베어 있다고 생각하는 남도의 멋을 말해주었다.

수많은 작업을 거쳐 탄생된 작품들 속에 이런 남도의 멋이 깃들여서 인지 모양새는 비슷해도 그 느낌이 똑같은 작품은 하나도 없다.

▲ 속삭임

작은 공예관이라도 있었으면

오석심 명장은 광주에 공예관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공예촌을 만들어 관광객이 머물다가 갈 수 있는 곳이면 좋을텐데 그런것까지 바라지는 않고 자그마한 공예관이라고 있었으면 한다”면서 “공예작품도 전시하기도 하고 관광객들에게 판매도 하고 외국 작가들과도 서로 교류하면서 작업을 같이 하며 연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작은 소망을 말했다. 우리 지역에서 공예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많은데 아직 공예품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분들이 ‘광주공예가협회’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회원은 많지 않다고 한다.

예전에는 백화점 문화센터나 관공서에서 특강형식의 강의를 하러 다녔었는데 지금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후진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오석심 명장은 “종이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종이로 할 수 있는 최고의 단계가 무엇인지 도전해 보고 싶다”며 “종이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이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 마지막잎새
▲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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