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공포로 휘청이는 성주
사드 공포로 휘청이는 성주
  • 시민의소리
  • 승인 2016.07.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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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군산, 칠곡 등 거론되다가 하루만에 기습 발표발표 당일까지 현장방문 및 주민설명회 이뤄지지 않고한국에서 사드 관련 환경영향평가 실시된 적 없어
▲ 지난 21일 성주군민 2천여 명은 대형버스 50대에 나눠 타고 서울역 광장에 도착해 성주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평화시위를 열었다.

지난 7월 13일 국방부가 사드 배치지역으로 경북 성주군을 확정 발표한 가운데 이에 반발하는 성주군민들의 저항이 날이 갈수록 거세어지고 있다.

매일 저녁 8시가 되면 군청사 앞에 1천500여 명의 군민들이 모여 THAAD(사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철회를 외치며 촛불 집회를 열고 있다. 성주군의 인구가 5만여 명임을 감안할 때 이는 큰 규모에 속한다.

거리 곳곳에는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는 현수막이 걸리고, 읍내 각 상가에도 같은 내용의 포스터가 빼곡히 붙어 있다.

지난 15일에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정부 입장을 전달하고 주민 설득을 위해 성주를 방문했지만 주민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 6시간여 동안 고립되기도 했다.

이날 황 총리 일행은 헬기를 타고 사드 배치 예정지인 성산포대를 둘러본 뒤 군청에서 개최된 주민설명회에 참석해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점 다시 한 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갑작스러운 발표에 얼마나 놀랐을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하루가 멀다 하고 핵위협을 하고 있고 국가 안위와 국민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 국가로선 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다”며 “사드와 유사한 레이더에서 전자파 강도를 검사한 결과 보호기준보다 훨씬 낮게 나왔다. 이 부분은 10번, 100번도 더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군민들은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사드는 절대 안 된다. 군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드는 대체 누굴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하며 황 총리 일행에게 날계란과 생수병 등을 던졌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일방적인 성주 사드 배치 결정에 5만 군민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다. 단 한 차례의 현장방문이나 주민설명회도 없었을 뿐더러 사드 배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조차 실시하지 않은 중앙 정부의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통보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드에 포함된 ‘X밴드 레이더’가 내뿜는 전자파가 인체 및 전국 참외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성주참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다.

사드가 배치될 성주군 성산포대는 성주군의 최대 인구 밀집지역인 성주읍과 불과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 야산이다. 이는 미 육군본부가 발표한 사드 레이더 반경 접근금지구역 중 ‘통제받지 않은 인원의 접근금지구역’인 3.6km 이내에 해당한다. 특히, 성주읍에는 성주군 인구의 약 40%에 해당하는 1만8천여 명이 살고 있으며, 초·중·고를 비롯해 군청, 교육지원청, 경찰서, 소방서, 아파트 등이 밀집해 있다.

지난 14일에는 주민 삭발식이 거행됐다. 손호택 선남면 성원2리 이장, 손석훈 청우회장, 윤지회 양봉협의회장, 허승락 양돈협회 지부장, 이기영(성주읍)씨 등 5명은 군민을 대표해 삭발식을 갖고 강력하게 사드 배치 반대의지를 표명했다. 손 이장은 “그동안 성산포대로 인해 많은 손실을 묵묵히 감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은 말도 안 된다”며 “손녀가 전자파로 인해 나를 걱정하더라. 군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드 배치는 결사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항곤 군수와 배재만 군의장 및 군의원 7명 전원, 이재복 비상대책위원장은 단식농성을 이어갔다. 이재복 대책위원장은 “지역주민들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모든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사드 배치 철회가 될 때까지 군민들과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6일에는 ‘성주 사드 배치 철회 투쟁위원회’가 출범했다. 이재복·정영길·백철현·김안수 등 4명의 공동위원장 외 200명의 위원으로 구성됐으며 이는 초기 ‘사드 성주 배치 반대 범군민비상대책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것으로써 향후 평화적 시위와 사드 배치 철회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을 결의했다.

지난 21일에는 성주군민 2천여명이 50여대의 대형버스에 나눠 타고 아침 일찍 성주를 출발해 서울역 광장에서 대대적인 항의집회를 가졌다.

오후 2시경부터 시작된 집회는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도 ‘사드배치 결사반대’ 구호를 제창하며 군민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쳤다. 새누리당의 상징인 빨간색을 거부하며 현수막과 머리띠는 모두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이날 집회장에는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정의당 김종대 의원 등 야당의원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을 만큼 여당 텃밭이던 성주군의 지역정서로서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보인다.

특히, 집회에 대한 외부세력 개입 논란과 마찰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해병전우회, 성주군태권도협회 회원 200여명이 자체적으로 질서유지선을 만드는 등 질서정연하게 진행된 평화적 시위는 성주군민의 결연한 의지를 돋보이게 했으며, 전 국민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성주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대구시 동성로에서는 '사드배치 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사드 성주 배치 반대집회가 열렸다. 집회 한쪽에서는 반대 서명 부스가 마련됐으며, 성주 사드배치 반대를 상징하는 파란 리본도 나눠줬다.

지난 23일 오전 성주군청 앞에서는 성주군내 성주, 가천, 선남, 초전 등 천주교 4개 성당 신부와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THAAD 배치를 반대하는 연합 평화미사가 열렸다.

미사 강론을 맡은 권오관 득인베드로(선남성당 주임신부) 신부는 “사드 배치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다”며 “그런데 며칠 전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국무총리, 국방부장관, 외교부장관이 나와 하는 말이 안전하다,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드로 신부는 또 “진심은 무엇인가. 참되고 올바른 것을 하면 우리는 믿는다”며 “그러나 우리는 정부가 얘기하는 것에 진실도 진심도 느낄 수 없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국방부 청사 앞에서는 “성주군민을 살려달라”, “사드 배치 결사 반대” 등의 피켓을 든 1인 릴레이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성주 사드 배치 철회투쟁위원회는 25일 법률자문단(변호사 4명)과 계약을 맺고 국방부를 상대로 사드 배치 결정 무효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 이 기사는 성주 사드 배치 관련 바른지역언론연대 공동 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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