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만난 호치민(4)
베트남에서 만난 호치민(4)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6.07.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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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트남 분단

호치민은 8년간의 인도차이나 전쟁 끝에 프랑스를 이겼지만 분단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1954년 5월8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이 열렸다. 이 회담에 북베트남 대표로 참석한 팜 반 동은 완전 독립을 주장했지만 상황은 녹녹치 않았다. 프랑스는 비록 전쟁에서 졌으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았고, 미국과 영국도 베트남이 공산국가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제네바 협상의 핵심 쟁점은 베트남의 분할과 총선이었다. 프랑스는 18도선 분할과 총선 무기한 연기를 주장했고, 미국과 영국은 17도선을, 북베트남은 13도선 분할과 6개월 내 총선 실시를 요구했다.

협상은 진전이 없었다. 그러자 프랑스는 7월20일을 협상 데드라인으로 선언했다.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들은 1953년 7월에 끝난 한국전쟁으로 지쳐 있었기 때문에 베트남 문제가 적당히 봉합되길 원했다. 호치민도 파국은 원하지 않았다.

1954년 7월21일에 제네바 협정이 체결되었다. 북위 17도를 경계로 베트남 분할과 2년 내 총선 실시에 합의했다. 주1)

1954년 9월19일 호치민은 디엔비엔푸를 방문했다. 승전지 방문을 마치고 하노이로 가는 길에 그는 베트남 민족의 발원지인 푸토성에 있는 흥왕사를 찾아 옛날 흥왕조가 건립한 조국을 수호할 것을 맹세했다.

10월10일에 하노이 해방이 선포되었다. 이어서 1955년 1월1일에는 하노이 바딘 광장에서 25만 명의 군중이 참석한 가운데 호치민과 정부의 귀환 환영대회가 열렸다.

호치민은 경제 재건에 최우선을 두겠다고 말하고 국민의 단결을 호소했다. 그는 “10년을 내다보면 나무를 심고, 100년을 보려면 사람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말하면서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2. 지난 5월에 필자는 호치민 거처를 방문했다. 하노이 바 딘 광장 바로 옆에 있는 주석궁의 호치민 유적지는 관광객에게 개방되어 있다.

관광객 전용 출입구를 지나니 안내가이드가 ‘하노이 주석궁에 있는 호치민 유적지’ 팜플렛을 나누어준다. 팜플렛은 영어, 베트남어, 중국어, 한글로 되어 있다.

주석궁을 바라보면서 옆으로 가면 호치민 옛집 근처인데, 거기에는 ‘냐산(NHA-SAN) 가는 길, 1945년부터 1958년까지 호치민이 살던 집, 호치민이 탔던 차(車) 전시장’ 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먼저 차 전시장을 보았는데 차 3대가 있다.

하나는 소련정부가 보내준 소련 차, 또 한 대는 프랑스 교포가 보내준 프랑스제 차란다. 호치민은 대형차를 의전용으로만 썼단다.

오른 편으로 조금 걸어가니 자그마한 건물 하나가 나온다. 방 3칸짜리 건물이다.

 건물 벽에는 호치민이 1954년부터 1958년까지 살던 집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원래 이 집은 프랑스 총독 관저 전기 수리공이 살던 집이다. 베트남 각료들은 호치민에게 인도차이나 프랑스 총독 관저였던 주석궁에 살 것을 권유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럴 수 없다고 단호히 거부하였다. 그 대신 호치민은 주석궁에서 집무를 보면서 전기공의 집에서 1954년 12월부터 기거하였다.

3칸 집은 침실과 식당 그리고 집무실뿐이다. 침실에는 침대와 옷장이 있고

식당의 식탁에는 반찬 3가지가 놓여 있다.

집무실 책상 윗벽에는 마르크스(1818-1883)와 레닌(1870-1924)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수염이 많이 난 마르크스와 머리가 벗어진 레닌.

호치민은 마르크스와 레닌에 심취한 사람이다. 호치민은 마르크스적 실용주의자이고, 행동하는 레닌주의자였다. (호치민 지음, 배기현 옮김, 호치민 식민주의를 타도하라, 프레시안 북, 2009, p 25, 37)

주1) 제네바 협정의 주요내용

북위 17도 선을 경계로 300일 내 호치민군은 이북으로, 프랑스군은 그 이남으로 이동한다. 민간인도 자유의사에 따라 17도선의 이남과 이북으로 이동할 수 있다.

군사 분계선은 잠정적인 것이며, 정치적 통일 문제는 1956년 7월 이전에 인구비례에 의한 총선거를 실시하여 결정한다. 휴전 후 외국 군대는 증원 할 수 없다. 인도, 캐나다, 폴란드의 3국으로 국제감시위원회를 구성하여 협정 이행을 돕는다. (임홍재, 베트남 견문록, 김영사, 2010 p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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