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시인이 한반도의 역사와 상상, 인물과 산천을 두루 섭렵하며 노래한 가사 시집 <간절한 대륙>이 주목을 끌고 있다.

고요아침에서 한국대표정형시선 4번째로 김종 시인의 시를 엮은 이 시집은 서사성과 서정성은 물론이고 역사적 상상력과 비유, 상징의 시적 상상력이 활달하게 시공을 넘나들고 백호에서 오천년의 자유를, 백록담에서 완전한 자궁을 만난다는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다.

대체로 가사시라면 잘 모르는 이가 있고 시조와는 어떻게 다른 것이냐며 묻기도 하고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가사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사실 시조와 가사는 조선시대 때 가장 대표적인 문학 장르로 볼 수 있다.

대개 시조는 악곡의 선율과 리듬에 따라 노래하는 시였던 반면 가사는 노래라기보다는 읊조리는 시였기 때문에 부녀자나 서민 등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모든 계층이 쓸 수 있는 관습적 문학양식이다. 따라서 가사는 역사적 장르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누구나 쓸 수 있는 문학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북한에서는 주요 장르로 공모전에서도 독립되어 역할을 차지하고 있고, 최근 담양 지역을 위주로 하는 ‘오늘의 가사문학’을 통해서 제법 많은 시인들이 가사시를 창작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김종 시인은 오늘날 가사시가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져가고 있어 이번 시집을 통해 이를 살려내고 누구나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가사시를 선구적으로 일깨우고 있다. 그는 1981년에 우리나라에서 시조가 퇴색할 무렵에 ‘밑불’이라는 장편 서사시조를 통해 새로운 장르까지 만들어 내놓을 만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더욱이 이번 시집에는 지난 2014년 제1회 한국가사문학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백두대간 이야기’도 담았다. 특히 이번 시집은 같은 나주 출신인 백호 임제(1549~1587)를 끌어들여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천재의 시적 노래를 풀어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김종의 가사시는 경치를 노래하다가도 역사 속에 잠입하기도 하며, 바람이 달그림자에 살며시 스며드는 것을 보고도 우주의 근육을 감지하는 시적 매력을 물씬 뿜어내는 독특함이 있다. 특히 그가 그림을 그리는 주제가 국토미학이라는 점에서 ‘백두대간 이야기’를 비롯하여 이 시집에 담긴 가사시들이 그림 작업을 통해 공그르고 다듬었던 그만의 국토미학을 리듬에 올린 작품으로 보인다.

김종 시인은 시집의 꼬리말에서 “국토에 대해 가진 색채적인 감각과 환상을 언어로 환치시킨 작품”이라고 말해 그의 예술세계는 그림이나 시의 영역에 가릴 것 없이 우리의 국토 한반도에 대한 백두대간의 황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고 하겠다.

최한선 시인(전남도립대 교수)은 시집의 해설에서 삼국시대 이후 시적 전개 과정에서 장르별로 시 형식을 두고 경쟁적인 주도권 싸움이 있었지만 그 와중에 가사는 한시와 경쟁적 관계가 아니라 상보적 관계였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점에서 오늘날 김종 시인의 가사시는 서사구조와 구상, 리듬은 가사에 맡기고 형상, 상징, 함축, 긴장, 과장, 생략, 여운 등은 한시, 시조, 현대시 등 여러 양식에게 맡기는 다채로운 시적 향연을 펼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김종 시인은 가사의 관습성과 개방성이라는 갈래적 속성을 십분 활용할 줄 아는 탁월한 역량을 지니고 있어 이번 시집을 통해 육당 최남선의 ‘경부철도가’와 같은 신체시라든가 김지하의 ‘대설 남’, ‘오적’과 같은 담시라는 새로운 갈래를 시도한 것처럼 새로운 갈래를 개척하는 힘을 보여주었다고 평가된다.

김종 시인은 197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부문 당선 이후 조선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신동아미술제 대상, 대한민국 동양서예대전 초대작가, 추사 김정희 선생 추모 전국휘호대회 심사위원, 2013 대한민국 문화훈장 수훈, 국제펜 한국본부 ‘펜문학’ 편집인 및 간행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시 뿐만 아니라 그동안 2,500여권 이상의 서책 표지화와 ‘오늘의 한국 대표수필 100인선’ 등 30여 권의 책에 그림을 그려왔다.

박창배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