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선출 앞둔 조선대, 민동 ‘천막농성’ 돌입
총장 선출 앞둔 조선대, 민동 ‘천막농성’ 돌입
  • 박창배 기자
  • 승인 2016.06.2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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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만 총장직선제 실제는 임명제
대자협을 부정한 이사회는 총사퇴 강수

조선대가 올해 총장 선거를 앞두고 6개월 넘게 진통을 앓고 있는 가운데 29일부터 조선대 민주동우회(이하 민동)가 대학본관 앞에서 ‘대학자치운영협의회 사수를 위한 민주동우회 천막농성’에 돌입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민동은 천막농성전 기자회견을 갖고 “법인 이사회의 올바른 결정이 나올 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대 총학생회에 이은 두 번째 천막농성이다. 총학생회는 총장 선거 투표권 확보를 요구하며 지난달 16일부터 대학 본부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 16대총장 선거 합의과정

조선대는 서재홍 현 총장의 임기가 9월23일로 끝남에 따라 차기 총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법인 이사회는 직선제와 간선제 등 총장 선출방식을 놓고 고심하다 지난 4월 회의에서 구성원이 투표로 뽑는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키로 의견을 모았다.

전임교원과 직원, 학생, 동문으로 구성원 선거인단을 꾸려 직접 투표로 총장 후보자 2명을 뽑은 후 무순으로 추천하면 이사회가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관건은 선거인단 구성이었다. 교수·교직원·학생·동문 등 4개 단위 대학 구성원들의 선거인단 비율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 4월회의: 교수(70%),직원·학생·동문(30%)

이사회는 지난 4월 회의에서 전체 선거인단의 70%는 교수로, 나머지 30%는 직원, 학생, 동문이 협의해 투표인 수를 정하기로 결정했다.

2012년 투표 당시 전체 투표인단은 876명으로 이 중 교수는 698명, 직원 109명, 학생 50명, 동창회 19명이 투표했다. 선거인단 비율로 보면 교수가 79.68%, 직원이 12.44%, 학생이 5.71%, 동창회가 2.17%였다.

2012년과 비교하면 이번 이사회의 70대 30 비율은 당시보다 교수비율은 줄이고 직원·학생·동창의 비율은 늘린 셈이 된다. 하지만 이사회의 70대 30 비율은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 6월회의: 교수(70%),직원(18%),학생(9%),총동창회(3%)

결국 법인이사회는 지난 23일 회의에서 총장 선거인단 구성 비율을 교수 70%, 직원 18%, 학생 9%, 총동창회 3%로 최종 확정했다.

4년 전 총장 선거와 비교하면 교수 비율은 줄고 직원과 학생들의 비율은 각각 5%와 4%씩 높아졌다.

이사회는 또 선거관리위원회 역할을 할 ‘자격 및 심층면접심사위원회’도 9명으로 구성하기로 확정했다.

심사위원회는 이사 4명과 총동창회, 직원노조, 교수평의회, 총학생회, 법인 사무처장 추천 각각 1명으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후보자 자격심사와 심층면접, 선거 규정 수립 등 총장 선출을 위한 관리·감독 기구 역할을 한다.

이사회는 심사위원회와 함께 투표관리위원회도 13명으로 구성하여 운영하기로 했다.

▲ 총학생회·민동 천막농성 배경

- 총학생회측:투표지분 현실화

총학생회와 민동이 천막농성을 하게 된 배경은 차이가 있다. 지난 달 16일부터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간 총학생회측은 총장 선출과 관련 2만 학우 중 1000명(5%)에게 총장 선출을 할 수 있는 투표 권한을 부여 해 달라는 것이다. 2만 학우를 대표하는데 선거인단 비율 5% 수준인 50명만 투표인단에 참여하는 건 너무 적다고 반박했다.

또 만약 선거인단 1000명이 안된다면 학생 투표비율을 15%로 올려달라며 지난 23일 법인 이사장실 점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조선대 등록금 수입 1600억원의 70% 이상이 교수와 직원 인건비로 쓰이고 있고 대학의 미래를 위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총장이 선출돼야 한다는 게 총학생회의 논리 근거였다.

대학의 한 축인 학생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논란이 적지 않았다. 가장 큰 우려는 ‘학생들의 독립성’이었다.

지도교수 등이 특정 후보 지지를 요구하면 학생들이 휘둘릴 수밖에 없고 전체 선거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 한 관계자는 “취업과 진학 등 교수들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학생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학생 비율이 높아지면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전체 표심이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교수평의회: "학생지분 5%넘는 대학 사례 없다"

투표 권한과 관련 교수평의회는 교육부 담당자 면담을 6월 15일에 갖고 ‘학생들의 총장선거 참여는 구성원의 일원으로 참여한다는 명분을 넘어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학생들의 투표지분이 5%를 넘는 대학의 사례가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29일 민동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할 때 조선대학교 본관 앞에 설치된 총학생회측 천막농성장을 지키는 학생측 인원은 보이지 않았다.

 

- 민동: 총장선출 대자협에 위임

법인이사회가 총장 선거인단 구성 비율과 심사위원회를 최종 확정하자 이번에는 민동 등이 들고 일어섰다.

이사회가 대학 구성원들의 민주적 운영 협의체인 대학자치운영협의회(이하 대자협)를 무시한 것이라는 반발이다.

조선대는 여타 사립대학과 다르게 대학평의원회(이하 대평) 외에 대자협이란 임의 기구가 있다. 대자협은 1987년 1·8항쟁 승리를 통해 1988년 최초로 총장직선제를 도입하고 대학 민주화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후 대학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 공공성을 위해 교수·직원·학생·총동창회 등으로 구성됐다.

임의단체이긴 하지만 교수평의회와 직원노조, 총학생회, 총동창회 등 대학 구성원들의 최고 협의기구로 지난 2005년 전국 사립학교에 설치된 대학평의원회의 롤모델이 됐다. 조선대의 대학 운영 방식이 가장 민주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대자협은 그동안 총장 선거와 관련해 구성원 간 논의를 통해 총장 선거인단 비율과 세부 시행세칙 등을 결정해 이사회에 전달했고 이사회는 대자협의 안을 받아 심의하거나 의결했다.

- 법인이사회, 15대 총장선출까지 대자협 방안 수용

제13대 총장선출 과정을 보면 법인이사회가 대자협의 총장선출방안을 큰 틀에서 수용했고, 제14대 총장선출 때에는 법인이사 3명과 대자협 대표 4명으로 구성된 ‘총장선출방안 마련을 위한 위원회’를 통해 대학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했다. 제15대 총장선출 때에도 대자협의 총장선출방안을 받아들여 원만하게 총장을 선출했다.

총장직선제는 대자협을 중심으로 구성원들이 자율적이고 책임있게 총장선출방안을 정하고, 구성원들의 직접 참여 속에 정통성과 대표성을 검증 받은 구성원들의 대표를 선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총장 선출과 관련한 세부적인 사안들까지 모두 이사회가 대자협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추진했다는 게 민동의 주장이다.

실제로 대평과 대자협은 지난 5월18일부터 이틀간 연석회의를 열어 선거인단 구성 비율과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 구성 등에 대해 합의했다.

- 대평,대자협: 교수(75%),직원(15%),학생(7%),총동창회(3%)

선거인단 참여비율을 교수평의회 75%, 직원노조 15%, 총학생회 7%, 총동창회 3%로 하기로 했다.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 구성은 법인 이사 4명, 구성원 대표 8명, 간사 1명 등 13명으로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대자협과 대평은 이같은 합의사항을 이사회에 전달했다.

그런데 이사회가 대자협과 대평의 합의사항을 외면한 채 선거인단 참여비율과 심사위원회를 단독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이사회 측은 “지난 4월 선거인단의 70%는 교수로, 나머지 30%는 직원, 학생, 동문이 협의해 투표인 수를 정하기로 결정했으나 대자협에서 이견이 많아 합의하지 못했다”며 “선거를 치러야 하는 입장이라 이사회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동 측은 ‘총장 선출’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놓고 이사회가 독단적으로 추진하며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동 관계자는 “총장 선출 문제는 대자협과 대평에 위임해 대학 구성원들이 선출방안을 협의해 결정하도록 하고 이사회는 승인하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며 “이사회가 주도하는 건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회가 총장 선거를 주도하는 이유는 앞으로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로 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며 “대자협을 사수하고 이사회의 총장 선출에 관한 결정을 반대하며 법인 이사들의 총 사퇴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법인 이사회의 총장직선제 문제점

- 껍데기만 직선제, 실제로는 임명제

선거인단 구성과 방법 등에 있어 구성원 간 의견차가 커 갈등이 장기화되어지는 것도 있지만 총장 선출 방식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동 측은 자율적인 총장 선출을 할 수 있도록 이사장과 이사회에 요구했으며 대자협 중심으로 구성원들의 직접참여를 통해 총장 선출이 원만하게 진행될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법인이사회가 내놓은 총장직선제는 껍데기만 직선제일뿐 실제로는 임명제와 다름없는 총장직선제라는 것이다. 법인이사회가 말하는 총장직선제는 법인이사 등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자격 및 심층면접심사위원회’를 통과한 후보자에 대해 구성원들의 결선투표 없는 1차 투표를 거쳐, 무순으로 추천된 상위득표자 2명중 1명을 제16대 총장으로 선임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는 법인 이사회가 ‘자격 및 심층면접심사위원회’의 자격심사를 빌미로 입맛에 따라 총장후보자를 탈락시키거나(컷오프제), 현재 11명에 이르는 총장입후보자 가운데 10%~20%를 득표한 후보자가 당선되는 대표성 없는 총장을 임명하는 구조적 모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직선제라고 포장하고 있다.

조선대학교 총장선거가 현 총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기를 감안할 때 8월 안에 치러져야 하지만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어서면서 구성원들 간의 현명한 결정이 더욱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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