嗚呼痛哉라, 먼저 본 사람이 임자인 세상
嗚呼痛哉라, 먼저 본 사람이 임자인 세상
  • 문틈 시인/ 시민기자
  • 승인 2016.06.22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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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는 흰 개미떼가 지은 집들이 사막의 곳곳에 있다. 거의 아파트 2층 높이에 이르는 이 흙집들은 흡사 아파트숲이 임립한 서울 경치에 방불하다. 이 흰 개미떼는 사막의 포식자나 다름없다. 하늘까지 닿은 나무속을 파먹고 들어가 몇 백 년 된 나무가 어느 날 큰 바람이 불면 맥없이 쓰러진다.

바오밥나무라고 해서 예외가 없다. 아무리 튼튼한 우람한 나무도 흰 개미떼에 한번 파먹히기 시작하면 끝장이다. 겉에서 볼 때는 나무가 위용을 자랑하는 것 같지만 속은 흰 개미떼가 다 파먹어 빈 깡통처럼 되어 있다.

지금 이 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할 것 없이 어느 분야에서건 흰 개미떼가 파먹은 것처럼 사실상 빈 깡통이 되고 있다. 어떤 조선소는 중간 관리자가 ‘먼저 본 놈이 임자’라는 식으로 마구 돈을 빼돌려 180억을 꿀꺽했는가 하면, 적자 난 그 회사는 이익이 많이 난 것처럼 장부를 꾸며 전 사원에 거액의 성과금을 돌리고, 그러다가 지금 쓰러지고 있는 중이다.

천문학적인 적자를 분식회계로 둔갑시켜 전 사원에게 돈벼락을 안겨 주다니 이런 복마전도 없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일이다. 그런 조선소에 돈을 마구 찍어내 수 조원을 퍼부어 살리네 어쩌네, 하고 있으니 정부는 국민이 맹물처럼 보이는가보다. 그런 기업들은 당연히 문을 닫고 대못질을 해야 한다.

어느 정당은 홍보비를 부풀려 신고해 선거관리위원회가 신청금을 못주겠다고 했단다. 다른 어느 정당에서는 날만 새면 탈당 의원의 복당 문제 따위로 흡사 조선시대의 동인, 서인, 노론, 소론 하던 사색당쟁에 방불한 당파 싸움에 영일이 없었다. 웩, 토할 것 같다.

굴지의 어느 대기업에서는 형제간에 혈투 쇼를 하더니, 경영주가 입점 대가로 몇 십억 원의 뒷돈을 받았고, 비자금을 만들었고, 거액을 이리저리 빼돌리고, 뭣이 어쩌고저쩌고 복잡한 썩은 속내가 드러나고 있다. 텔레비전 막장 드라마는 저리 가라다.

법전 독해 전문가들끼리 벌이는 전관예우 행태도 우리를 경악케 한다. 전에 판사 하던 이가 변호사로 옷을 바꿔 입더니 소송수임료로 100억원을 받았단다. 정말 ‘몬도가네’(개의 세상)다. 도대체 이 나라는 어디 믿는 구석이 단 한 군데도 없는 것 같다. 심쿵하고 살 떨린다.

강남이란 곳에서는 아파트 난리다. 한 평에 5천만원이 넘는다니 미친 아파트라고 해야 될 듯하다. 재건축 34평 서민 아파트가 14,5억원이나 한다니 말이 되는가. 앉은 자리에서 하루아침에 몇 억을 벌고도 세금은 0원이다. 이런 부정부패의 창궐이 특정한 사건에 한한 현상이 아니라 나라 전체가 부정부패와 어깨동무하고 있으니 오싹한 느낌이다.

부정부패라고 하는 흰 개미떼가 그동안 열심히 피땀 흘려 키운 이 나라의 기둥들을 밤낮으로 파먹고 있는 중이다. 싸악, 싸악. 속이 다 파먹힌 바오밥나무를 떠올려 보라. 그것이 정말 우리나라 모양 같지 않은가. 그런데도 정의감에 피가 끓어야 할 청년들은 취준에 정신없고, 사회의 지팡이라는 언론은 물에 물탄 듯 미지근하다. 소부 허유처럼 귀를 씻고 어디 깊은 산 속으로나 들어가고 싶다.

내 직감으로는 국가가 붕괴되는 것만 같다. 밤에 잠잘 때면 나라의 기둥이 붕괴되고, 서까래가 무너지고, 주춧돌이 파헤쳐지는 우지직, 우지직하는 불길한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정말 이래도 나라가 내일 아침에 무사할까. 요 며칠은 이런 공상이 내 머리를 휘저었다.

내가 서울의 어느 대사관으로 뛰어 들어가 망명 신청을 한다. 이유가 뭐냐? 부정부패의 썩은 냄새 때문에 숨을 못 쉬어 곧 죽을 것만 같다. 그러니 당신네 나라로 망명 신청을 하니 받아 달라. 그러자 이 해괴한 사건이 외국 신문에 난다. 그러면 이 나라의 이른바 위정자, 기득권들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을 할까?

무지렁이 나는 하나 힘이 없으니 이런 해프닝이라도 해서 나랏사람들에게 충격을 줘보자는 거다. 그런 공상을 하면서 나 스스로를 달래본다. 참 불쌍한 민초들이다. 옛날 함석헌 선생은 서슬퍼런 군사독재 아래서도 사회 각계각층에 사자후를 토하며 혼을 흔드는 글을 썼더랬는데….

의인이 열 명만 있어도 구해주겠다고 성서는 말하고 있다. 그런데 단 한 곳도 깨끗한 곳이 있는 것 같지 않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으랴. 이 나라가 통제불능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돈놀이하는 아파트를 그대로 두고 볼 텐가? 날마다 사색당쟁 하는 정치판을 요대로 두고 놔둘 텐가? 전관예우가 판치는 ‘사’자 붙은 사람들을 정신 차리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랏일은 안하고 특권 위에 군림하며 사보타지를 하는 의원님들을 국민 수하로 꿇게 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의인도 못되고, 힘도 없고, 포도시 그날치 먹고 그날 사는 한 표밖에 안되는 장삼이사라서 그저 분개만 한다. 저 흰 개미떼들은 서로 ‘먼저 본 놈이 임자’라며 모두들 돈과 권력에 눈이 뒤집혀 나라의 기둥을 미구마구 파먹고 있는데…. 오호통재라(嗚呼痛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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