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야기들로 가슴 적신다(6)
어머니 이야기들로 가슴 적신다(6)
  • 이홍길 고문
  • 승인 2016.06.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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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길 고문

1933년 이광수가 쓴 「어머니」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어머니의 고통과 인내와 사랑과 희생을 무엇에아 비기리?

어머니의 사랑은 끝없는 사랑......

우리의 살을 준 이, 말을 준 이, 민족의 권처하는 정신을 아울러 준 이.

사랑, 희생, 인내, 근면, 봉사, 모든 우리의 미천(밑천)을 준 이......

아! 거룩하여라 어머니시여.

어머니 이야기들로 가슴 적시고 싶은 21세기의 필자만이 아니라 1933년의 이광수도 마찬가지였던가 싶다. 끝없는 어머니의 사랑과 그 거룩함으로 우리들의 가슴을 가득 채우는 포만감에 나른한 행복감이 충일하지만, 희생, 인내, 근면, 봉사 등의 우리들이 즐기고 상찬하는 덕목들이 어머니들의 고난의 일생을 알알이 들어내고 있어, 자식들의 이기심과 남정네의 비겁함과 뻔뻔함에 새삼 가슴앓이를 느낀다. 그러는 와중에 사람 된 부끄러움을 해소하기 위해서 가부장시대에서만 남성 우위가 관철되었음을 강변하면서, 남녀와 부모자식 관계가 결코 일방통행만이 아닌 상호 교통의 관계였음을 찾아 나선다.

우리들의 어린 날, 너는 누구냐 하는 질문에 제법 똑똑하게 ‘나는 나다’하고 대답했는데도 또다시 같은 질문을 받게 되면 ‘나는 남자다’하고 대답한다. 그런데도 같은 질문을 다시 받게 되면 무어라고 대답할지 몰라 난감해진다. 질문자는 쩔쩔 메는 우리들에게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한 서양의 옛 성현을 상기시켜준다. 몇 번의 채근과 귀띔을 통해 관계속의 자신을 발견한다.

부모의 자녀, 형제자매들의 형제자매, 친구들의 친구, 전라도 광주사람, 한국사람 등등 관계 속의 자신의 존재가 무한 확장되면서 인간은 관계 속의 존재임을 확인하게 된다. 거꾸로 관계 속의 자신을 역추적해서 그 출발점을 확인하게 되면 자신이 모자, 부자, 모녀, 부녀의 한 짝임을 알게 되고, 나의 존재가 부모의 부부관계에서 비롯되었음을 새삼스럽게 확인한다.

관계 속의 존재로서 인간을 확인하고 그 인간들의 가장 바람직한 관계, 이상적 관계를 그려본다. 추상적 관계, 관념적 관계가 아닌 현실적 관계를 유추하다보니 시간적 공간적으로 제약받는 관계일 수밖에 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21세기에는 그 시의성을 상실해서 전근대성을 면할 수 없는 삼강오륜도 전날의 시대성을 반영했음을 알게 된다.

어느 시대나 이상적인 관계와, 그 관계의 안정감을 담보하는 틀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 틀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보편적으로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인류애, 아가페, 자비, 충서 등으로 표현되는 관계의 소망은 지향이지 바로 현실이 아님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소망스러운 관계는 관계주체들의 요구와 이해와 함께 시․공간의 조건과 상관되어 있음을 확인하면서, 현실에서는 결코 별처럼 찬연히 빛나는 절대적 관계가 존재할 수 없음을 발견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 주체의 조건에 대응하면서 이루어지는 상대적인 것 들이다.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달 속에 있다는 여신 항아 전설을 소개한다. “항아는 활 잘 쏘는 예의 아내이다. 항아는 원래 하늘나라의 여신이었지만 예와 결혼하여 제준의 명령을 받고 지상에 함께 내려왔다. 서왕모에게서 받은 불사약을 예와 항아가 나눠 먹을 경우 두 사람이 늙지 않고 죽지 않는 것에 그치지만 한 사람이 먹을 경우 불로불사는 물론 하늘나라로 승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에 항아는 남편 부재시에 혼자 먹고 하늘에 떠오르게 되었는데, 하늘나라에서 남편을 배반한 것이 들켜 비난받을까 두렵고, 또 남편이 찾아올까 두려워 달나라로 도피하였다.

위의 이야기는 아가패적 부부관계와 같은 절대적 관계가 불가능함을 시사하는 신화적 배경인 듯싶다. 그런데 모자, 모녀, 부자, 부녀 관계의 헌신성을 설명하는 데는 항아여신의 이야기가 미흡함을 보인다. 모자관계의 헌신성들이 부부관계의 그것을 훨씬 뛰어 넘는 것은 자녀가 그 분신으로 나타나 어버이 자신의 확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하고 유추해 본다. 이러한 관계의 본질을 살펴보는 예를 심리학자의 도움을 받아 사도세자, 혜경궁 홍씨, 정조 임금의 삼각관계에서 살펴볼까 한다. 물론 그 관계의 굴곡은 각인의 심리와 그들의 트라우마와도 상관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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