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멋을 찾아서(9) 나주천연염색 김경란 작가
남도의 멋을 찾아서(9) 나주천연염색 김경란 작가
  • 윤용기 기자
  • 승인 2016.06.1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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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천연염색과 의상디자인 접목 ‘제 2의 인생’ 대박
▲ 김경란작가(한국천연염색박물관 입주업체 어울리기 대표)33회 국제기능올림픽(프랑스)의상디자인 금메달리스트동탑산업훈장 수훈산업인력공단 우수 숙련기술자 선정 대한민국천연염색문화대전 대상(문화부장관상)

나주는 국내 최대규모의 천연염색박물관이 있는 전통천연염색의 본고장이다. 예로부터 나주는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기수지역으로 영산강의 풍부한 물과 기름진 토양, 따뜻한 기후로 인해 뽕나무와 면화, 쪽 재배의 최적지였다. 이런 천혜의 조건으로 인해 나주는 고대부터 면직물과 비단 생산, 이를 가공하는 천연염색문화가 크게 발달한 도시다.

1900년도 초까지 나주 다시 초동장은 전국은 물론이고 일본, 멀리 중국에서까지 쪽염료를 구하로 온 상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전해진다. 당시 조그만 젓갈 그릇에 담긴 염료 한 단지는 쌀 한가마니와 맞바꿀 만큼 고가에 매매됐는데 해방 전까지만 해도 쪽물로 들인 이불이 혼수품으로 인기가 좋아 논이나 밭작물 대신 쪽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면서 이를 국가에서 금지할 정도였다고 한다.

1856년 영국의 윌리엄 퍼킨(William Henrry Perkin)이 합성염료 제조법을 발견한 이후 우리나라는 20세기 초반 일본을 통해 합성염료가 들어왔다. 초기에는 왕실과 양반가에 공급되던 것이 일제 강점기에는 전국적으로 보급되면서 천연염색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런 환경에서도 나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 쪽염색장 기능보유자인 윤병운 선생과 정관채 선생을 중심으로 한국전통 쪽염기술과 문화가 전승돼 왔다.

천연염색문화는 어려운 시기에 그 맥만 이어오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전통문화 되살리기 바람은 천연염색을 되살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천연염색은 가장 최근까지 이어져 온 쪽 염색을 통해 꽃이 피기 시작해 지난 30여년 사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또한 천염염색에 대한 관심은 지난 2006년 9월 나주시 다시면 회진마을에 천연염색박물관을 개관하는 원동력으로 작용 됐다. 박물관은 연면적 약 1만1570m²(3500평) 규모로 지하 1층, 지상 2층의 초대형 염색박물관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관, 체험장을 비롯한 판매장과 세미나실, 연구실 등으로 구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보고 배우며 즐기면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박물관 옆에는 나주시가 지난 2009년 농림수산식품의 향토산업 육성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확보한 사업비 15억6000만원을 투입해 다양한 천연염색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공방이 조성돼있다. 규모는 개별공방 14실과 공동작업장, 다목적회의실 등을 갖춘 장인들의 창작터전이자 제품판매 공간이다.

공방간판들이 천연염색과 어울릴 만큼이나 아름답고 멋스럽다. 공방은 천연염색 제품을 개발해 생산하는 1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생산제품은 천연염색 의류, 가죽제품, 완구류, 침구류, 액세서리 등 다양하다.

 

 

 

 

 

 

공방마다 작가의 개성이 담긴 생활 소품부터 의류, 가방까지 다양한 품목들이 전시돼 있다. 둘러보는 내내 천연염색의 다양한 제품들로 눈이 즐겁고 욕심나는 제품들도 많다.

제33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의상디자인으로 금메달 수상

그 공방 중에 한 곳인 어울리기 공방을 방문해 이번 호 남도의 멋을 찾아서의 주인공인 김경란 작가를 만났다. 김 작가는 지난 1995년 프랑스 리옹에서 열렸던 제33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의상디자인으로 금메달을 수상한 실력자다. 김 작가는 염색부터 디자인, 재봉, 의상에 이르기까지 그 실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작가는 천연염색처럼 자연의 색을 닮은 화사한 웃음으로 반겨준다. 요즘 각종 강연과 작품 활동으로 상당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느낌이다. 김 작가는 어릴 때부터 의상분야에 재능이 있었다고 한다.

1975년 전남 영광에서 생활이 넉넉하지 못한 농부의 딸로 때어났다. 그 시절 대부분의 민초들이 그랬듯이 예쁜 옷은 보고도 살수 없어 그리워해야만 했던 시대였다. 어린 시절 취미로 시작한 뜨개질이 지금의 인생길을 걷는 게기가 됐다고 한다. 유별난 성격에 옷을 살 수 없어 뜨개질로 자신의 치마를 제작했다. 처음으로 만들어 본 조그마한 치마를 본 은사님이 김 작가의 패션 감각과 소질을 발견하고 의상디자인의 길로 갈 것을 조언했다.

그 치마에 꿈을 실어준 은사님의 후원과 추천으로 부모님을 설득하고 의상학원에 다니면서 주변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부단하게 노력하고 공부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행동으로 보여주고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가르쳤다. 이런 환경이 김 작가가 게으름을 피우지 못하고 공부에 열중 할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작용됐다. 학원졸업 후 전국·전남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해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해 처음으로 부모님께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김 작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무대에 등장하는 꿈을 꿨다. 김 작가는 세계기능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잠을 못자는 게 당연했고, 울려대는 미싱소리에 귀가 아프고 계속되는 미싱 질로 손가락에 경련이 와도 아픈 줄도 모르고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다.

이런 노력이 세계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게 했고, 예쁜 옷을 살 수 없어 그리워해야만 했던 아픈 과거에서 지금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옷을 직접 제작하는 작가로 변신하게 했다.

하지만 김 작가는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뒤로하고 결혼 후 평범한 주부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러던 중 천연염색이라는 분야를 만나 제2의 인생을 찾았다. 천연염색에 자신의 전공인 의상디자인을 접목한 결과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다. 3년 전에는 SBS모닝와이드 수요화제 프로그램에 천연염색으로 억대연봉을 올리는 주부로 소개되어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요즘 김 작가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바쁜 스타강사이자 염색명인으로 통한다.

천연염색의 가치에 대해 김 작가는 “화학염료가 발명되기 전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색은 곧 부와 권력을 가진 자만이 소유할 수 있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왕실 외엔 양반가나 부촌에 한두 명씩 물방 또는 염장(染匠)이라는 장인들이 대를 이어 해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천연염색의 염색재료는 거의 대부분이 식물이다. 식물에서 색을 추출하다보니 힘이 많이 든다. 특히 발효법, 개오기법(再染) 등으로 색이 만들어지는 청색, 홍색은 염색공정이 길고, 콩대 재나 자연 발효식초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데 요즈음은 이런 보조 재료를 구하기 힘들다”며 “이에 손쉬운 방법으로 개량하다보니 간이염색, 속성법 등이 많이 보급되고 있다. 이런 염색공정은 전통발효법과 달리 쉬운 만큼 물이 잘 빠지고 그 색이 엷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우리나라 대표적인 천연염색재료는 하늘빛을 대표하는 쪽, 노란색은 치자, 갈색은 감, 붉은 색은 홍화를 사용하고 그밖에도 황토, 양파, 포도껍질 등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천연 염색은 섬유의 종류에 따라 같은 재료로 염색을 해도 색상에 차이가 있으며 천의 조직이 평직, 능직, 수직인가에 따라 색감이 다르고 면, 마, 견 등 소재에 따라서 또 다른 느낌이 난다”고 설명하면서“천연섬유는 모두 천연염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천연염색은 모든 분야에서 명품이 될 수 있는 기본 바탕

천연염색의 미래에 대해 김 작가는 “전통은 생활속에 들어와야 유지 계승, 발전이 된다”고 말하면서“식용색소, 도료, 패션, 예술에 이르기까지 색으로 나아가는 모든 분야에서 천연염색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면 과거보다 미래가 더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천연염색은 모든 분야에서 명품이 될 수 있는 기본 바탕이자 마지막 포장이다”고 주장했다.

김 작가가 운영하는 '어울리기'는 '천연염색을 테마로 하여 천연염색 의류, 생활소품을 대표적으로 제작하는 공방'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어울리기라는 명칭은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왔고 천연염색 또한 인간이 누릴 수 있게 자연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기에 자연과 어울리기는 자연 친화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울리기는 산업화, 현대화 되어진 오늘 우리일상에 자연을 끌어들여 조화를 이룸으로써 우리 일상을 보다 건강하고 편안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을 철학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어울리기 공방은 천연염색 원단을 이용해 은은하면서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의류 및 인테리어 소품, 문화상품 등을 제작 및 판매한다. 제작되는 주요품목은 천연염색 의류와 유니폼 그리고 맞춤형 기능성 배게 등과 생활 소품, 스카프, 넥타이 등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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