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멋을 찾아서(8) 목공예 정종구
남도의 멋을 찾아서(8) 목공예 정종구
  • 유현주 수습기자
  • 승인 2016.06.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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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40년 장인정신을 넣다”

나무는 때때로 우리에게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진 쉼터가 되고, 달콤한 열매를 선물한다. 또 추운 겨울이면 땔감이 되어 우리에게 따뜻함을 선사한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러한 나무에게 공예품으로써의 새 생명을 불어 넣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정종구 씨다.

정 씨가 목공예를 처음 시작한 것은 1976. 원래도 목공예에 취미가 있던 그는 본격적으로 기술을 배우기 위해 목공예 학원을 찾았다. 학원을 다니며 목공예를 배우던 어느 날, 정종구 씨는 학원에서 배우는 기술엔 한계가 있음을 느꼈고, 기술을 배우기 위해 전국의 목공예 기술자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하지만 기술을 배우는 것은 녹록치 않았다. 당시 기술자들은 자신의 기술을 쉽사리 남에게 알려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 씨는 서울, 광주 등 전국 방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기술자를 찾아가 목공예 기술을 배웠다. 기술자마다 그들만의 특색과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가 목공예를 배우던 당시만 해도 기술자들이 기술을 안 알려주려 했죠. 그래서 처음엔 학원에 가서 기술을 배웠어요. 하지만 학원에서 배우는 것엔 한계가 있었어요. 기술자마다 자신의 개성과 노하우가 있는 법이잖아요. 서울 등 여러 곳을 다니며 다양한 특징을 가진 기술자들에게서 그들만의 노하우를 배웠어요. 그렇게 또 저 만의 특색이 탄생한거죠
 
전국 곳곳을 다니며 기술자들에게 노하우를 배운 그는 1981년 동구 서석동에 민예공방을 열고 본격적으로 공예품 제작·판매 활동을 시작한다. 그 후 두어 차례의 이사 후 그는 지금의 동명동 자리에 터를 잡았다.
 
나무로 공예품을 만들기 위해선 좋은 나무가 필요하다. 또 그 좋은 나무를 벌목해 쌓아 두고 자연건조를 하는데 5년이란 시간이 걸린다. 나무를 마련한 뒤엔 작품구상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디자인이 구상되면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오랜 시간 나무를 접해왔기 때문이다.
 
▲ 그의 작품 중 하나인 ‘5월의 빛’은 5·18민중항쟁을 상징화한 것으로 제 1회 빛고을공예대전에 출품해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작품 하나가 탄생하려면 정말로 많은 과정이 필요해요. 우선 재료로 쓸 좋은 나무를 찾아 벌목하고, 그 나무들을 야적한 뒤 5년간 자연건조를 시켜요. 이렇게 재료를 마련하면 작품을 구상해요. 하지만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이 쉽지 않죠. 디자인을 구상하고 나면 제작에 들어가는데 작품을 만드는 것은 보통 10일 정도 소요됩니다. 물론 작품에 따라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작품은 한 달 정도 걸려 완성하기도 해요
 
정종구 씨는 현판에서부터 바둑판, 뿌리 공예, 통나무 공예, 목조각, 전통 짜맞춤 까지 다양한 생활목공예품을 만들고 있다. 또한 전통 목공예의 미감과 제작 기술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작품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또한 정 씨는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던 전통적인 방법인 짜맞춤에 조형과 통목을 접목한 작업을 시도했다. 나무를 하나하나 깎아 못과 접착제 없이 아귀를 맞춰 조립하는 짜맞춤을 이용해 나무의 재질과 통나무의 고유한 특성을 살려 공예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 때부터 그는 전통과 현대가 결합한 작품들을 많이 선보였다.
 
아울러 광주에서 활동하는 공예가답게 광주의 정신을 표현한 작품도 있다. 그의 작품 중 하나인 ‘5월의 빛5·18민중항쟁을 상징화한 것으로 제 1회 빛고을공예대전에 출품해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5·18에 담긴 5월 정신을 나무에 접목시켜 그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평소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 나무라는 소재 자체가 자연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자라온 나무에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담고, 마지막으로 장인정신을 불어넣으면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
 
이 작품은 제가 바닷가를 걷다가 소라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에요. 커다란 나무를 일일이 파서 만들었어요. 나무라는 소재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소라를 형상화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죠
 
▲ 정종구 씨가 바닷가를 걷다 영감을 얻어 만든 <바닷가에서>는 큰 소라 형상에 나무의 결이 그대로 살아있어 정종구 씨의 독특한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소라를 형상화해 만든 그의 작품 <바닷가에서>는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작품에 오롯이 담은 대표적인 예이다. 바닷가를 걷다 영감을 얻어 만든 <바닷가에서>는 큰 소라 형상에 나무의 결이 그대로 살아있어 정종구 씨의 독특한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40여 년이란 긴 세월을 나무와 함께한 정종구 씨. 그에게 있어 목공예는 바로 그 자체다. 그의 삶에 있어 대부분의 시간을 목공예와 함께 했을 뿐만 아니라 목공예는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 목련꽃으로 날아드는 비둘기를 조각으로 표현한 <새와 꽃>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목공예에 종사하고 목공예의 저변 확대와 공예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은 마침내 그 빛을 발하게 된다. 20146월 광주광역시는 전통을 지키는 최고의 장인에게 수여되는 공예 명장에 정종구 씨를 선정했다. 공예가에게 있어 최고의 영예가 아닐 수 없다. 그에게 있어 공예 명장 선정은 목공예 외길인생 40년을 통틀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쁜 순간이었다.
 
정 씨가 생각하는 남도의 멋은 무엇일까. 그는 남도 사람들의 뛰어난 손재주를 남도의 멋으로 꼽는다. 기술자들 사이에선 어딜 가나 광주, 전남 출신이라고 하면 환영을 받곤 한다는 것이다. 남도 사람들의 뛰어난 손재주는 이미 전국에 소문이 자자하다.
 
기술을 배우러 다닐 적에 광주·전남 출신이라 하면 다들 좋아했어요. 남도 사람들이 손으로 무언가 만들고 하는 이런 손재주들이 뛰어나잖아요. 아무래도 저도 기술자이고 그러다보니 이런 손재주야말로 남도의 멋이 아닐까 싶어요. 또 지금까지 목공예를 하면서 이런 손재주가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인지 광주·전남 출신 예술가들이 전국을 무대로 삼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남도의 뛰어난 손재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 날아오르는 한 쌍의 학을 조각한 <비상>
정종구 씨 또한 남도의 뛰어난 손재주를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날아오르는 한 쌍의 학을 조각한 <비상>. 학의 깃털 한 올, 한 올이 섬세하게 표현돼 마치 한 쌍의 학이 작품 밖으로 날아오를 것만 같다.
 
또 목련꽃으로 날아드는 비둘기를 조각한 <새와 꽃>에선 금방이라도 비둘기가 목련 가지에 앉아들 것만 같다. 활짝 핀 꽃도 마치 진짜 꽃 같아 꽃 향기를 맡기 위해 벌이 날아들 것 같다. 조각 하나 하나에 오랜 기간 숙성된 장인의 손길이 서려 있어 그의 작품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정종구 씨는 물론 작품 활동도 꾸준히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목공예를 많은 분들이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돕고 싶어요. 목공예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저희 공방에 문의해주셨으면 해요라고 말한다.
 
명장으로 선정된 뒤 명장으로서 품위를 지키기 위해 작품 하나하나에 더 많은 정성을 담고 있다는 정종구 씨. 앞으로도 그는 혼과 열정을 다해 작품 활동을 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원목의 자연스러움과 나무의 무늬를 살린 아름다우면서도 실생활에 유용한 목공예품을 만드는 것은 물론 그의 예술적 감각을 담은 작품도 꾸준히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아울러 꾸준한 작품 활동과 함께 후진 양성도 활발하게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작업장은 문턱이 닳도록 사람의 왕래가 잦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정종구 씨. 대로변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엔 지금도 그에게 목공예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 씨는 요즘은 목공예를 배우기 위해 공방을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아 바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전통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 기쁘다고 한다.
 
지난 40년 간 한길을 걸어온 그의 목공예 외길 인생이 이젠 후진 양성이라는 새로운 길로 접어든 것이다.
 
나무향기로 가득한 공방에서 나무와 함께 보낸 40년의 세월. 강산이 네 번 바뀐 오랜 시간 동안 공예가라는 한 길만 보고 걸어온 그의 삶에서 은은한 나무 향이 배어나온다.
 
자칫 묵은 것으로만 치부될 수 있는 우리의 전통 목공예를 새롭게 살리고 전승·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온 정종구 씨. 전통에 현대의 미적 감각을 더해 발전시키고, 또 이 전통을 후학을 양성해 계승하려는 그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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