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를 마실 권리
맑은 공기를 마실 권리
  • 문틈 시인/시민기자
  • 승인 2016.06.0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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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으로 이사 온 지 1년 정도 되었다. 살아보니 시끄러운 것이 흠이다. 외곽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소음이 장난이 아니다. 창을 열어놓을 수가 없을 정도다. 뿐만이 아니다. 집 청소를 할 때면 거실이나 방바닥에서 묻어나오는 시커먼 먼지도 낯을 찌푸리게 한다. 문을 열었을 때 들어오는 미세먼지 탓이 아닌가 한다.
이런 먼지와 소음의 구렁텅이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못마땅하다. 해서 내년엔 다시 환경이 좀 더 나은 곳으로 이사를 갈 참이다. 2년도 안되어 이사를 또 해야 한다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긴 하지만 ‘환경3천’을 감행하는 셈이다. 이사 갈 곳엔 집 앞에 숲이 있어서 소음과 먼지가 덜할 듯하다.

대도시의 아파트가 다들 그렇다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아무리 전망이나 층이 좋고 햇볕이 잘 든다고 해도 먼지와 소음은 질색이다. 미세먼지는 사람들이 별로 의식을 아니 해서 그렇지 아주 위협적인 환경 저해 요인이다. 미세먼지가 무척 해롭다는 사실이 다각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심장병, 뇌졸증은 물론 암발생 1위 요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신생아 중 5퍼센트는 미세먼지 때문에 기형아로 태어난다고 한다. 믿기 어려운 끔찍한 통계숫자다. 문제는 아무도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회의원들은 대권이나 정쟁에 골몰해 국민의 생활환경에는 오불관언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얼마 전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자리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부인하는 정치인에게는 표를 주지 말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물건은 사지 말며, 제발 부탁이니 전등을 꺼달라.”고 연설을 해서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나는 깜짝 놀랐다. 지구 환경에 대해 이렇게 관심을 갖고 강력하게 발언하는 정치인을 우리나라에선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세계 180개 국가 중 공기 질 순위 173위에 올라 있다. 미세먼지 최하위 국가라는 이야기다. 물 좋고 산 좋은 삼천리 금수강산이 어쩌다 이 모양이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이웃 중국의 산업화 영향도 크지만 우리 국내 요인도 엄청 크다고 한다. 이런 판에 정부는 앞으로 화력발전소를 더 지을 계획이라니 환경 정책이라는 것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미세먼지는 국민의 환경복지라는 개념에서 다루어야 할 것인즉 정부가 대책을 못내놓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 할만하다.

올해 들어 거의 매일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을 본다. 나처럼 기관지 계통이 약한 사람은 그날그날의 미세먼지 상태를 보고 바깥출입을 결정한다. 그런데 못마땅한 것은 기상청의 누리집에는 미세먼지 현황을 ‘좋음’ ‘보통’ ‘약간 나쁨’ ‘나쁨’으로 표시해 놓아서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 기준은 20마이크로다. 기상청이 외출해도 괜찮다는 ‘보통’이라고 한 날의 미세먼지 농도는 31~80마이크로 사이를 가리킨다고 한다. 이 정도면 노약자들이 들이마셔도 괜찮다는 것인지 ‘보통’이란 뜻을 헤아리지 못하겠다.

미세먼지를 정부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는 처지다. 여기저기 공사장의 비산먼지, 자동차의 타이어 마모와 배기가스, 앞서 지적한 화력발전소 등. 게다가 국민들도 미세먼지에 대해서 참 무신경하다. 온갖 화학물질을 내뿜는 SUV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나는 도통 모르겠다. 운전석에서 내려다보면 앞이 툭 트여서 좋다나, 어쩐다나. 자기 차에서 내뿜는 독한 화학물질 배기가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만 좋으면 된다는 마음본새가 그렇다..
전 세계적으로 미세먼지로 사망하는 사람은 1년에 45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 베이징에서는 어떤 조각가가 대기 중의 미세먼지를 모아 사람 두상을 만들 정도였으니 우리도 그런 쇼킹한 활동을 해야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게 될지 모르겠다.

이렇게 미세먼지가 날마다 시야를 가리는 상황에서는 사람의 허파가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스폰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미세먼지로 새까매졌다고 해서 허파를 새로 갈아 끼울 수도 없으니 큰 문제다. 날마다 그 많은 차량들이 내뿜는 배기가스가 공기 중에 섞여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을지.
이 땅에서 산다는 것이 불안하고 겁이 난다. 이러다가 종당에는 환경난민 신세가 되어 다른 나라로 가는 사람들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집집마다 수도꼭지처럼 산소꼭지를 달아 매일 들이마시고 사는 공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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