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재주꾼48. 극단 같이가치
우리동네 재주꾼48. 극단 같이가치
  • 유현주 수습기자
  • 승인 2016.05.04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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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모여 가치있는 일을 하자!”

“어릴 땐 막연하게 연극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는데, 40대에 들어 이렇게 주부들이 활동하는 극단이 있단 것을 알고 합류했어요. 무대에 올라가서 뭔가를 해낸다는게 즐거워요극단 같이가치의 회장 이은경씨는 주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연극모임이 있어 행복하다.

극단의 큰언니인 양명옥 씨는 연극을 하면서 희망, 기쁨을 느끼다 보니 삶에 활력이 있고. 또 어디 가서 연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나도 연극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다른 사람한테 말해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연극을 사랑하죠라며 백세시대인데 뭐든 다양하게 해봐야지~”라는 말과 함께 웃는다.
 
20129월 첫 걸음을 시작한 극단 같이가치다 같이 모여 가치있는 일을 하자!”, “나의 가치를 찾아보자!”를 구호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총 회원수는 연극 지도를 맡고 있는 추말숙 선생님을 포함해 10. 30~50대 주부로 구성된 이들은 매주 수요일에 모인다.
 
이들은 최근 자식을 사랑하고 믿어주되 자신들의 노후는 요양병원에 맡기려는 할머니들의 이야기인 창작극 세 할머니준비로 분주하다. 대본 연습은 물론 간단한 소품까지 직접 손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소품 준비는 손재주가 좋은 극단의 막내 김유숙 씨가 도맡아 한다. 또 의상은 극단의 패션리더인 최미영 씨에게 협찬을 받는다. 만들기 어려운 소품들은 구입하지만 간단한 건 스스로 만든다. 회원들은 반바지같은건 가위로 잘라서 금방 만들죠~”라며 웃는다.
 
극단 같이가치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장세희 씨는 “‘세 할머니는 내 자식을 항상 믿고 또 기다려주는 망부석같은 부모의 마음을 그린 연극이에요라며 작품을 소개한다.
 
엄마이자 아내이자 여성인 할머니가 주인공인 이 작품엔 단원들의 다양한 일상이 스며들어있다. 고부갈등과 시집살이에서 오는 한과 설움. 그리고 요양병원에 미래를 맡기는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오는 웃음. 연극 세 할머니의 이야기는 단원들의 삶과 다른 듯 하면서도 어딘가 닮아있다.
 
연극을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을 안고 극단의 문을 두드렸던 주부들. 이들은 무대에서 연극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며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했다. 또한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성취감에서 오는 기쁨 때문에 더더욱 연극에 빠져들었다.
 
장세희 씨는 원래는 성격이 소극적인 편이었어요. 어느 날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아들이 엄마는 왜 나한테는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하라면서 엄마는 안해?’라고 묻는데 충격을 받았었죠라며 자신감을 찾기 위해 무엇을 해볼까 고민하다 단원 모집 공고를 보고 들어왔어요. 연극을 하면서 자신감을 찾다 보니 아이들도 엄마가 적극적으로 변한 것을 알더라고요라고 말한다.
 
극단의 막내인 김유숙 씨는 지난해 하필이면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건강이 많이 안좋았어요. 1년간 많은 준비를 했는데, 포기하고 싶지 않았죠. 남편이 크게 반대했지만 공연 2시간전에 공연장에 도착해서 무사히 공연을 마쳤어요. 물론 공연이 끝나자마자 병원으로 실려갔지만요. 그래도 이 때 느낀 성취감. 이게 바로 연극의 매력인 것 같아요라며 작년 공연 당시를 회상한다.
 
연극을 포기할 수 없었던 김유숙 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무대 위에 섰다. 결국 연극을 선택한 그녀는 공연이 끝나자마자 쓰러졌지만 마음만은 뿌듯했다.
 
입단한 지 두 달이 된 새내기 회원 장은옥 씨는 명옥언니의 말을 듣고 호기심이 들어서 극단에 들어왔어요. 처음엔 구경좀 하다가 나중에 합류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와보니까 함께 웃고, 슬퍼하는 모습에 동요됐죠라며 지금은 오히려 제가 주변사람들에게 연극이 진짜 재밌다고 추천하고 있어요~”라고 덧붙인다.
 
추말숙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이들은 5년간 동고동락했다. 단원들은 시간을 내어 재능기부를 하는 선생님에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추말숙 선생님이 안계셨다면 저희가 지금까지 극단을 유지할 수 없었죠라며 단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회장 이은경 씨는 주민센터마다 오카리나, 에어로빅 등의 종목은 문화강좌가 많은데 연극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아요라며 연극 등을 하는 동호회에도 최소한 강사를 초빙할 수 있을 만큼이라도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강조한다.
 
사실 단원들에겐 마음 아픈 일도 있었다. 지난 해 모 기관에서 같이가치에게 연극동아리를 키우고 싶다며 극단을 지원해 줄 것을 약속했던 것. 버스로 한참 달리고, 또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야 할 만큼 협소한 장소였지만 단원들은 기관의 열의가 고마워 3개월간 그 장소에서 열심히 연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왜 연습 시간대를 이렇게 잡냐”, “난방 장치는 사용할 수 없다등 기관 측은 단원들에게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이들은 5개월 뒤 제공받은 연습장소에서 나와야 했다.
 
이은경 씨는 연극의 결과물은 단기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닌데 그 기관장은 자신이 생각했던 연극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이 일을 통해 연극이 이런 대접을 받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연극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또 잃었던 나 자신을 찾아간다는 단원들. 언젠간 연극이 활성화 돼 동네별로 다양한 연극동아리가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하는 이들은 오늘도 다가오는 공연 준비를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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