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보는 마음
별을 보는 마음
  • 문틈 시인/ 시민기자
  • 승인 2016.05.03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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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별을 본 지가 참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는데 하는 회한이 뒤따랐다. 804동 아파트 맨 위층 모서리에 걸려 있는 샛별을 보고 봄 저녁에 든 내 심사다.

왜 그랬을까. 별을 안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잘 살아왔는데 새삼스러이 별 타령을 하는 것은. 별이 내 삶에 희망을 예시하는 어린 날의 신비감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던 까닭이다. 도시의 불빛에 가려, 바쁜 일상에 찌들어 별을 보지 못하고 지낸 날들이 안타깝게 여겨졌다.

나는 강원도 횡성의 한 민간천문대에 예약을 하고 주말에 가족과 함께 별을 보러 떠났다. 먼 거리를 단지 별을 바라보기 위하여 여행을 떠난 것이다. 가는 길에 샛강에 뭐 좀 먹을 것이 없는가 하고 날아온 해오라기들과 봄빛이 물든 시골길을 내다보면서 오랜만에 시골 정취를 감상했다.

차가 강원도 깊은 산속으로 들어서자 하늘을 찌를 듯한 다락같은 산들이 곧 앞으로 무너질 듯 위태롭게 서있다. 길은 산 구비를 돌고 돈다. 갈래길이 나타날 때마다 몇 번이나 차를 세우고 지나는 사람을 기다렸다가 길을 물어야 했다. 내 차에는 그 흔한 ‘내비’가 없다. 그때마다 말없이 손을 들어 높은 산봉우리를 가리킨다.

차는 점점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간다. 얼결에 들었던 대로 휴대폰이 안 터지는 지역으로 들어섰다. 처음엔 잠시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휴대폰이 안 된다는 사실이 우리가 도시와 멀어진 특별한 지역에 와 있음을 실감케 했다.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일기예보만 믿고 찾아왔는데 얼마 안 있어 구름이 하늘을 독차지하고 말았다. 마침내 우리는 건물 지붕에 커다란 돔 모양으로 불쑥 솟아 있는 천문대에 당도했다. 참으로 고요하고 한적한 산 속이었다. 저녁이 되자 천문대장이라는 이가 하늘의 별에 관한 해설을 했다.

스크린에 밤하늘이 펼쳐지는데 설명을 듣는 사람은 우리 말고도 아이들을 데려온 젊은 부부가 더 있었다. 천문대장은 요술쟁이처럼 우리들에게 밤하늘에 박혀 있는 별자리들을 스크린 위에서 계절별로 위치를 바꾸며 보여주었다. 그는 하늘의 일을 세상일보다 더 잘 꿰고 있는 사람 같았다.

별들의 세계를 해설하고 나자 한 사람이 천문대장에게 질문을 했다.“왜 이렇게 사람도 없는 깊은 산 속에서 별을 보고 사십니까?”
“별을 보는 것이 좋아서랍니다.”
그러면서 그는 곧이어 질문자에게 되물었다.
“선생님은 책읽기를 좋아하십니까?” 그러면서 “독서를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 저는 별이 좋아 이곳에서 별을 보며 삽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모든 것이 해명되는 것 같았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절벽 위에 피어 있는 한 송이 산꽃이 왜 거기 외롭게 피어 있는지, 깊은 산 속 다랑이 밭을 매는 꼬부랑 할머니는 왜 거기 사는지. 좋아서 거기 사는 것이다. 다른 이유를 댈 수도 있겠지만 그 저 좋아서 거기 사는 것 말고 무엇이 있으랴.

저녁을 먹고 나서 우리는 돔이 있는 건물 지붕 위로 올라갔다. 캄캄한 밤하늘은 구름이 장악하고 있었지만 북쪽과 서쪽, 남쪽 하늘의 쬐끔은 구름이 간혹 비껴가곤 해서 별들이 흘끔흘끔 보이곤 했다. 천문대장이 하늘의 별들을 보라면서 “저것이 화성입니다.”하면서 레이저 펜을 꺼내 별을 가리켰다. 우리는 다 놀라고 말았다. 그럴것이 레이저 빔의 긴 빛줄기가 곧바로 화성에까지 일직선으로 닿아갔던 것이다. 어린아이가 물었다.
“아저씨, 그것 얼마주고 샀어요?”

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분명히 우리들 눈에는 레이저 펜에서 쏘아 보내는 빛줄기가 곧바로 지상에서 하늘의 별까지 닿아보였던 것이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북두칠성, 북극성, 가시오페아좌,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정도가 고작인데 천문대장은 하늘의 이 별 저 별들을 구분해서 세세히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발자국의 느낌만으로도 흔들린다는 천문망원경의 렌즈가 눈치 채지 않도록 조심스레 한 사람씩 들어가 망원경에 눈을 댔다.
“토성의 띠가 보입니까?”

나는 당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막 망원경에 눈을 댈 즈음에 구름이 지나가고 있었던 까닭이다. 다시 눈을 대어보자 토성과 토성을 둘러싼 고리가 보였다. 그것은 꼭 아이의 백일 선물 금반지처럼 작아보였다. 지구과학책에서 보던 그 모양 그대로였다. 아, 하늘의 별, 아름다운 별이여. 절로 탄성이 나왔다. 내가 본 별을 수백 년 전 갈릴레오도 보고 감동했다고 한다.

우리 가족은 별들을 이야기하며, 그날 밤 우리들 꿈속으로 별 하늘이 펼쳐지기를 바라며 그렇게 천문대에서의 하룻밤을 보냈다. 내 마음이 터질 듯 우주처럼 막 부푸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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