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수용소 소견(2)
아우슈비츠 수용소 소견(2)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6.04.25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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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슈비츠 제1수용소 제4블록(BLOCK)의 첫 번째 방에서 여러 사진들을 보았다. 먼저 본 사진은 유대인, 집시 등 여러 희생자들이 어디에서 끌려 왔는지를 나타내는 사진이다. 이들은 노르웨이의 오슬로(Oslo), 그리스 아테네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 유럽 각지에서 끌려 왔다.

다음으로 본 것은 글귀가 적힌 두 개의 게시판이다. 글을 읽어보니 소름끼친다.

유대 민족은 완전히 멸종시켜야 할 인종이다.
(JEWS ARE A RACE THAT MUST BE TOTALLY EXTERMINATED ) - 독일군 폴란드 총독 Hans Frank, 1944

폴란드인, 러시아인, 유대인, 집시로부터 독일민족을 해방시켜야 한다. (We must free the German Nation of Poles, Russians, Jews, and Gypsies) - 독일 제3제국 법무부 장관 Otto Thierack



첫 번째 글귀가 바로 홀로코스트이다. 반유대주의의 극치이다.
두 번째 글귀는 아리아인(게르만족)들의 우수성과 혈통유지를 중요시한다는 선언이다. 여기에는 아리아인의 세계 지배 야욕과 폴란드인 · 러시아인 · 유대인 · 집시 등의 인종청소가 내재되어 있다.

이 두 글귀가 바로 히틀러(1889-1945)의 나치즘이다. 나치즘은 파시즘과 인종주의의 결합이다. 히틀러는 1924년 옥중에서 지은 책 <나의 투쟁 Mein Kampf>에서 “인종적 오염을 거부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아리아 인종은 가장 우수하고 문화의 창시자다. 유대인은 기생충이다.”라고 외쳤다. (주1 참조)

인종주의(人種主義)는 어떤 인종이 선천적으로 다른 인종보다 우수하다는 관념이 깔려 있다. 프랑스 인류학자 고비노(1816-1882)가 1853년에 출판한 <인종 불평등론 Essay on the Inequality of Human Races〉을 보면 거의 모든 문명은 서양의 백인이 있었기에 발전했고, 그중에서도 아리안 인종의 업적이 가장 크다고 설명해 놓았다.

영국 출신으로 독일에 귀화한 체임벌린(1855-1927)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유대인에 대한 적대감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는 유대인은 아리아인의 적이자 가장 사악한 존재라는 것이다.(박경태, 인종주의, 책 세상, 2009, p 79-81)

고비노와 체임벌린은 독일 나치의 인종주의 이론의 지적인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히틀러도 스스로 자신의 정치철학의 인종주의적인 측면에 '과학적인' 근거를 준 것은 바로 이들이었고, 특히 체임벌린에게 많은 영향을 받고 있음을 인정했다.

즉 히틀러는 인종주의를 통해 '적'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독일 민족의 단결과 자부심과 자신감을 주며, 경제적인 착취와 노예노동을 정당화했다. 또한 전쟁에 대한 지지를 얻어낼 수 있게 하고, 독일 민족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었다. 따라서 인종주의는 독일 민족을 지배하는 권력을 얻고 유지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나치 선전술 가운데 하나로 이용되었다.

 1933년에 히틀러가 이끄는 국가사회주의노동자당(나치당)이 정권을 장악하였다. 히틀러의 유대인 박해는 그가 1933년 1월 30일 총리가 된 지 1개월 만에 시작되었다.

히틀러는 본격적으로 인종주의를 실천하였다.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나치의 유대인에 대한 증오심은 세 단계를 거쳤다. 1단계 차별, 2단계 집중, 3단계 절멸(絶滅)이다. 그리하여 600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당했다.

주1) <나의 투쟁>은 히틀러가 뮌헨 감옥에 수감됐던 1924년에 자신의 정치 신조와 유대인등 인종차별 주장을 기술한 것으로 나치의 집권 과정에서 정치 선전물로 이용되어 모두 530만 부가 판매됐다. 그러나 2차 대전 종전 후 금서로 묶여 출간되지 못하다가 2015년 저작권이 소멸하자 학문적 연구 목적으로 비판적인 해설이 달린 판본이 2016년 초에 재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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