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3)
서정민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3)
  • 김영곤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대표
  • 승인 2016.04.2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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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협 회장을 국민이 직선해야 대학이 바뀐다
서정민 열사가 자살한지 어언 6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대학의 강사들은 교원으로서의 정당한 지위를 갖지 못하고 있다. 열사의 죽음으로 대학 강사들이 얻은 것은 시간당 강의료 인상뿐이다. 우선 달콤한 강의료 인상에 대학 강사들은 열사를 잊고 산지 오래다. 따라서 <시민의소리>는 다시금 서정민 열사의 죽음이 갖는 의미와 함께 앞으로 강사의 교원지위를 회복하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점검하는 글을 특별기고의 형식을 빌어 4회에 걸쳐 싣고자 한다.<편집자주>

   
 
서정민 열사의 자결은 막을 수 있었다

교원이란 ‘선생’의 법적 표현이다. 선생은 근로자이며 교원이다. 공무원은 근로자이며 공무담임권을 가진 공무원이다. 경찰은 근로자이며 동시에 경찰공무원법에 근거한 경찰이다. 선원은 근로자인 동시에 선원법에 따라 선원이다. 대학의 교원은 교수․부교수․조교수․강사 등으로 넷이었으나, 1977년 강사가 교원지위를 박탈당했다. 학문의 기초는 비판인데 이것을 제거한 뒤 대학은 기능을 하지 못하고, 우민정책의 뿌리가 되었다.

▲ 부산가톨릭대 전봉주 강사
서정민 열사가 교원이었다면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다. 교원은 자기 연구가 필요한데다 기본급과 연구비가 나와 생활이 되므로 전임교수에게 매이지도 않고 대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강사법이 2016년 1월 1일 시행되었다면 3월 8일 부산가톨릭대 전봉주 강사의 자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서정민 열사는 유서에 “어느 날 조선대 비정규직노조에서 금전 문제가 이슈가 되어 그래도 그래도 라고 해서 경찰서에서 조사받았습니다”라고 썼다. 이는 당신의 지향이 강사료 인상을 넘어 교원지위 회복을 통해 안정적으로 연구 강의할 조건을 희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동애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 본부장에게 뒷일을 부탁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교협의 목표는 강사법 폐기나 유예다

2011년 국회에서 강사법이 통과되고 두 차례 유예 끝에 2015.10.2. 교육부는 강사법 시행령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학은 이를 전후로 강사법 시행을 막으려 갖은 전술을 구사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은 각 대학 교무처를 통해 강사에게 설문한 결과, 강사 가운데 강사료 인상을 원하는 강사가 교원지위 회복 요구보다 7:3으로 많다는 여론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대학은 강사의 강의를 줄였다. 전임교수의 주당 강의시수를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6조의 교원의 주당 강의시수 9시간보다 많은 12시간 이상을 배정했다. 강의교수의 강의를 많게는 22시간까지 배정했다. 그래서 강사의 강의자리를 최대한 줄였다. 그리고 강사법이 시행되면 강사를 줄이겠다고 강사들에게 통보했다. 경북대 철학과는 강사를 1/3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는 강사를 대량 해고하는 강사법 시행은 안 된다고 성명을 냈다. ‘갑’ 답지 않게 ‘을’을 걱정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은 강사 대량해고는 안 된다며 강사법 유예를 주장하고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농성했다.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이 일제히 강사의 대량해고가 걱정된다며 폐기나 유예를 주장했다.
▲대학과 대형교회는 국회 교육위원들에게 강사법을 시행하면 선거를 도와줄 수 없다고 압박했다. 대학은 정부를 압박했고 교육부는 강사법 시행은 문제가 많다며 유예를 시사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박주선 국회 교문위원장이 만나 12월말까지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빈말이었다.

그리고 12월말 국회 본회의에서 수백건의 안건 중 1번으로 강사법 2018.1.1.까지 2년간 다시 유예하는 법안(강은희 의원 발의)이 찬성 200, 반대․기권 6으로 가결되었다. 결국 2011년 통과시킨 강사법 시행을 2018년으로 미룬 것이다. 다만 교육부가 5월까지 개선안을 내놓고 3개월 동안 입법예고한 뒤 8월에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다는 시행 유예에 대한 부대의견을 덧붙였다.

대학은 강사법 유예를 찬성하는 강사를 통해 시행을 주장하는 강사를 눌러 시행을 유예시키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에 성공했다.

교원지위는 강사의 기본권이다

강사 교원지위는 선생인 강사의 기본권이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민중이 희망한 독립과 마찬가지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본적이고 소중한 것이다. 강사법대로 강사 교원신분과 1년 계약을 인정하라. 그래서 방학 중 강사료, 퇴직금, 4대보험을 적용하고 논문 1편당 연구비를 지급하라는 것이다. 우리 요구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대학의 가증스러운 엄살처럼 대학이 금방 망할만한 요구도 아니다.

강사법을 부정하는 대교협

강사법 시행이 유예된 뒤 대학들은 개선책을 내놓지 않았다. 유예의 근거로 삼은 대량해고도 철회하지 않았다. 서울대 음대 성악과는 강사법 시행을 대비해 강사 150명을 해고했다. 한번 강의를 시작하면 5년 정도 하던 관행을 2년으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강사들이 서울대 본관 앞에서 농성 중이지만, 서울대는 해고를 철회하지 않았다.

한교조는 한 술 더 떠 ‘2016총선대응 교육정책연석회의’를 통해 각 정당에게 연구강의교수제 도입 공약을 요구했다. 이것은 법정정원교수를 계약제 강사로 대체하는 내용이다. 2000년 성균관대가 2020년까지 교수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성균관대장기비전2020을 내놓은 이래 전국의 대학이 편법으로 비정규교수를 널리 채용한 상태인데, 이것을 합법화하는 제도이다.

허향진 대교협 신임 회장(제주대 총장)은 “강사법은 벌써 세 번째 유예된 만큼 강사 신분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대학에도 무리가 가지 않도록 대학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비록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립학교 연금법을 적용할 때는 교원으로 보지 아니한다(제14조2②)는 단서가 붙었지만 강사가 교원이고(제14조), 임용기간은 1년으로 하여야 한다(제14조2①)는 강사법의 부정이다. 그럴듯하게 포장한 언어구사로써 대교협은 강사 교원지위를 인정하고 강사 대량해고를 막는다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말라비틀어진 강사를 더 짜낼 궁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가 교육부를 감독하고, 교육부가 대교협을 관할하는 체계에서 대학이 교육부를 통해 국회에 의견을 내야 한다. 그러나 대학의 힘이 교육부나 국회보다 막강한 상태에서 강사법 시행을 낙관할 수 없다.

대학에 국민의 뜻을 반영할 장치가 필요하다

강사들은 교원지위 회복의 의미를 잘 모르며, 알더라도 이를 주장하지 못한다. 이미 노예가 된지 오랜 강사는 강사료가 오른 것으로, 강의자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대학에서 연구와 강의가 대학생, 대학원생, 그리고 그들의 학부모와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벌들은 강사 교원지위를 회복할 경우 대학에서 재벌에게 유리한 이데올로기와 고급인력 생산이 불가능함을 안다. 두산은 중앙대학교를 인수할 때 대학에서 그 안에 들어있는 교수 전문인력을 활용하고 대학생들에게 회계학과 같은 기능적인 학문을 익혀 기업에서 활용하겠다고 했다.

만약 대학생의 학습권에 대한 인식, 대학원생의 권리의식, 대학교육 수요자 일반의 교육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그 핵심이 강사 교원지위 회복임을 안다면 대교협과 국회는 강사법을 선뜻 폐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대학을 겁낸다. 어느 의원이 무슨 불리한 발의를 하려면 동문들을 동원해 막는다. 언론은 조·중·동이 장악했다. 조·중·동 배후에는 연세대, 성균관대, 고려대가 있다. 성대 재단에는 삼성이 있다. 국회의원이 총장을 보자고 하면 “야 네가 와”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거대한 대학을 묶을 고삐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대학이 정상화한다. 이것은 전국 모든 가정에서 최대 관심사인 자녀의 대학교육 정책을 국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년의 70%가 대학에 가며 이들은 GDP 대비 세계 1위의 등록금을 선불 현찰로 낸다. 등록금을 필두로 정부지원금을 포함해 전국 대학의 1년 예산은 80조원이나 된다.

초·중등 교육을 관장하는 시도교육감은 국민이 직접 뽑는다. 마찬가지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교육수요자인 국민이 직접 뽑아야 한다. 현재는 대학 자율화라는 미명 아래 대학총장들이 돌아가며 맡고 있다. 그래서 투표의 힘으로 대학교육을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 정권 위에 있고 시장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대학권력을 국민의 손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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