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2)
서정민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2)
  • 김영곤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대표
  • 승인 2016.04.14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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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논문 대필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자”
서정민 열사가 자살한지 어언 6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대학의 강사들은 교원으로서의 정당한 지위를 갖지 못하고 있다. 열사의 죽음으로 대학 강사들이 얻은 것은 시간당 강의료 인상뿐이다. 우선 달콤한 강의료 인상에 대학 강사들은 열사를 잊고 산지 오래다. 따라서 <시민의소리>는 다시금 서정민 열사의 죽음이 갖는 의미와 함께 앞으로 강사의 교원지위를 회복하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점검하는 글을 특별기고의 형식을 빌어 4회에 걸쳐 싣고자 한다.<편집자주>

   
 

대학사회에 대필이 널려있다

서정민 열사는 유서에서 “조 교수와 쓴 모든 논문(대략 54편)(조교수 제자 포함)은 제가 쓴 논문으로 이름만 들어갔습니다. 힘드시겠지만 삭제해서 세상에 알리시고 법정투쟁 부탁드립니다. 김동애 교수님!”이라고 했다. 자신과 조 교수 공동명의로 된 논문이 대필이니 필자 이름을 자신으로 바꿔달라는 요구였다.

논문 대필 형태는 가지가지다. 첫째, 교수가 자신의 영향력을 미쳐 교수로 임용된 후배 교수에게 논문 대필을 요구한다. 둘째, 교수가 강사에게 논문을 대필시킨다. 강사가 이를 거절하면 강의 자리를 잘리거나 교수 임용에서 결정적인 후원자가 없어진다. 지방대 강사의 경우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의 강사보다 운신의 폭이 좁다. 서정민 열사의 경우처럼 논문 대필 요구의 강도가 높다. 셋째, 교수가 대학원생의 논문을 가로챈다. 대학원생 10% 정도가 교수에게 대필을 요구받았다고 한다. 이것이 싫어 학문의 길을 포기하는 대학원생이 적지 않다. 넷째, 논문을 주문받아 조직적으로 여러 논문들을 짜깁기해 돈 받고 제공하는 대필사이트가 전국에 20여 곳이 있다고 한다. 교육대학원 등 특수대학원이 주된 대상일 것으로 본다. 최근 전남경찰은 연구보고서를 표절한 교장 교감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산업사회에서는 기술을 해외에서 수입했다. 지식정보화 사회에는 이것이 어렵다. 스스로 지식 정보 기술을 생산해야 한다. 4.13총선에서 더민주당은 삼성자동차 공장을 유치해 광주에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삼성자동차의 광주 유치나 대학에서 대필을 금지하고 교수가 스스로 연구해 학생을 가르치고 학생의 질문을 거부하지 않고 토론해 인물을 만들고 지역사회의 자원을 이용해 대안을 만드는 두 가지 모두 필요하지만, 길게 보아 여러분이라면 어느 쪽에 가중치를 두겠는가?

고민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고 교수의 승진과 자리 유지에 필요한 대필 논문이 말만하면 뚝딱 떨어져 나온다면 공부하지 않는 교수에게 이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닐까? 교수의 도덕성에 의존해서는 논문 대필 유혹을 막기는 어렵다.

논문대필, 막을 방법이 있다

첫째, 대학이나 한국연구재단이 연구윤리를 적용해 대필을 막는다. 조선대 논문 대필사건에서 조선대는 조 교수와 서정민 열사의 공동연구가 대필이 아니라 공동연구요 관행이라며 대필을 용인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한국학술진흥재단(현재의 한국연구재단)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둘째,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이 대필을 형사사건으로 처리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경찰․검찰은 조선대의 판단을 인용해 조 교수에게 무혐의 처분했다.

셋째, 교육부와 국회가 논문 대필을 막을 위치에 있다. 그러나 조선대 논문 대필사건 조사를 조선대에 미루고,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넷째, 법원이 판결로 해결한다. 조선대 사건은 광주지법이 조선대 조사 판단을 인용해 서정민 열사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항소해 광주고법이 심리 중인데 향판이 센 광주에서 조 교수의 잘못이라고 판결한다는 보장이 없다. 다만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는 수도권의 한 사립대 체육대학원에서 학위취득이나 교수임용을 위해 평소 친분이 있는 교수에게 논문 대필을 주선한 교수들에게 징역형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친분관계를 빌어 타인이 대신 작성한 논문을 자신의 연구업적으로 사거나 그런 논문 대필로 부정하게 학위를 취득했다. 이는 논문의 심사업무 내지 학사업무를 방해하는데 그치지 않고, 학계의 정당한 연구활동이나 대학의 공정한 학사업무에 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로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광주고법 판결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다섯째, 정치권이 잠시 논문의 표절 대필을 문제 삼았다.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가 국회 청문회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문제의 문대성을 공천하고, 더민주당은 대학원생의 논문을 표절한 박○○ 교수를 비례대표 1번으로 추천했다.

여섯째, 강사가 교원이 되는 경우다. 강사가 교원이 되면 자신의 연구 성과가 필요하고 스스로 연구프로젝트를 딸 수 있고 대학이 어느 정도 생활급을 보장하므로 대필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강사법은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일곱째, 대학교육의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감시한다. 그러나 아직 학생은 학점 스펙을 신경써야 하고, 학부모는 학벌에 관심이 크다. 어느 조선대생은 대필 사건을 안 뒤에는 수강신청을 할 때 담당교수의 최근 연구실적을 보고 선택한다고 했다. 대필을 막는 직접적 수단은 아니지만 좋은 인식 변화이다.

이러한 노력이 실효성이 약한 상태에서 국회에 논문대필조사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19대에서 20대 국회에 걸쳐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국회가 대학의 로비를 받고 끌려 다니기를 그만두고, 이 문제를 해결해 위상을 세워야 한다.

▲서정민열사의 부인이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서정민 열사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서정민 열사가 자결한 뒤 조선대는 영어영문학과서정민시간강사관련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를 구성했다. 여기에 한국비정규교수노조(한교조) 조선대분회,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가 참여했다. 이에 대해 대학강사 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대학강사투본)는 가해자인 대학과 함께 조사위를 꾸려서는 조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독자적인 조사위가 아니면 강사는 대학에 대해 독립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조선대조사위는 주로 공대교수로 구성했고, 조사위는 “특히 연구윤리가 사회적으로 각성된 2006년 이후의 논문 1편에서 ‘부당한 저자 표시’를 한 것은 명백한 조○행 교수의 잘못임이 분명”하지만, “공동연구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2013년 서정민 열사의 유족이 조 교수의 논문 대필 강요와 조선대의 연구 감독 소홀에 책임을 물어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광주지법은 논문 대필 강요행위가 없었고, 진상조사위원회의 결론처럼 대필로 보기 어렵고, 광주지검이 ‘혐의없음’ 불기소처분한 것을 근거로 청구를 기각했다. 현재 이 소송은 광주고법에서 재판 중이다. 쟁점은 ‘대필이냐?’, ‘대필에 강제성이 있느냐?’ 이다. 다음 재판은 5월 13일 오후 2시반 광주고법 204호에서 열린다.

연구윤리 위반에 대해 한국음운론학회는 ‘연구에 실질적으로 공헌 또는 기여하지 않는 사람을 제1저자, 공동저자 또는 교신저자로 올리는 경우’ 연구윤리에 위배한다고 명시했다. 서울대 연구윤리지침은 “연구의 계획, 수행, 개념정립, 결과분석 및 연구결과의 작성에 기여한 바가 없는 사람을 감사의 표시 또는 예우 등의 이유로 저자 또는 발표자로 포함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했다. 박노자 오슬로국립대 교수(한국학)는 “조 교수가 공저자이었다면 그가 논문 텍스트 중에서 절반은 아니더라도 매우 상당한 부분을 스스로, 자신의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한 근거를 대야 할 것”이라고 했고, 신선희 박사(전 서울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전 캘리포니아주립대 조교수, 연구방법론 전문가)는 “조○행 교수의 기여는, 공동 저자권(authorship)이 아니라 기여인정(Acknowledgement) 수준의 언급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선대, 경찰, 검찰이 공동연구이지 대필이 아니라고 한 것과 달리 광주고법이 대필이라고 판결하는데는 상당한 정의감, 책임감, 용기가 있어야 하지만, 시민 대학생의 격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소송에서 이덕우 변호사가 자원봉사하고 김동애 강사투본장과 나는 7년째 법원 조선대 등 광주 곳곳에서 시위한다. 어느 분은 왜 논문 대필 사건을 광주에 가지고 와서 시위하느냐 항의했다. 옳은 지적이다. 이 사건이 비록 광주에서 일어났지만 이미 전국화했기 때문이다. 광주의 학생 시민이 나서서 자신의 문제로 삼는다면 우리는 가일수하는 심정으로 재판 때나 광주에 오고 싶다.

한편, 서정민 열사 관련한 재판 등은 논문 대필 사건 외에 세 가지가 더 있다. 퇴직금 청구 소송은 광주지법, 광주고법에서 승소했으나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조선대가 열사에게 주휴 월차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은 고용노동부에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국가보훈처에 서정민 열사 아들의 상이등급을 국가유공자로 상향시키자고 이의신청했으나 기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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