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82) 박승희 열사 정신계승사업회 회장 오창규
100명과의 대화(82) 박승희 열사 정신계승사업회 회장 오창규
  • 정선아 수습기자
  • 승인 2016.04.13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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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쟁의 흔적과 역사, 잊지말자
▲ 박승희열사 정신계승 사업회 오창규 회장

누구는 잔인한 달이라 한다지만 어김없이 신록이 푸르러가는 4월 어느 날.. 학생운동의 중심 광주 전남대 정문 앞 박승희열사 정신계승사업회 사무실에서 오창규 회장을 만났다. 박승희 열사는 25년전 자기의 신념을 위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고, 그 때 그녀의 나이는 인생을 채 피워보지도 못한 20세의 꽃다운 청춘이었다. 이 세상이 달콤한지 씁쓸한지도 모를 젊은 나이였던 박승희 열사는 세월이 흘러도 영원히 만 20세의 청춘으로 남아있다.

▲ 오창규 회장이 지은 목포진 객사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 직업 활동으로는 문화재건축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문화재건축이란 고(古)건축 즉 궁궐, 사찰, 한옥, 성곽, 석탑 등으로 구성 되는데요 숭례문, 증심사, 향교, 서원, 미륵사지석탑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흔히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 돌, 흙 이런 재료들을 가지고 건축물을 신축하거나 수리복원 합니다. 이 박승희열사 사업회 사무실에서도 고 건축 인테리어를 느낄 수 있네요.

또 사회활동의 하나로 박승희정신계승사업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데요, 모든 열사 사업회들은 공통적으로 추모사업을 합니다. 우리도 매년 박승희열사의 기일인 5월 19일을 즈음해서 추모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단체 회원수는 1500여명, 실질적으로 회비를 내고 있는 회원은 400여명 정도 됩니다. 박승희열사 분신항거 당시 1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강의실을 박차고 뛰쳐 나와 시위대를 형성하였지요, 그 때의 그 승희의 벗들이 회원이 되었구요 그 후로 박승희 열사의 뜻있는 후배들이 삼삼오오 가입을 했습니다. 회원중엔 박승희 열사의 출신고인 목포 정명여고 동기들과 참교육 1세대인 박승희열사의 전교조 선생님들도 참여하고 있네요.

해마다 열사의 분신항거일인 4월 29일엔 열사가 분신했던 전남대 1학생회관 앞 봉지 옆에서 재학생들과 함께 분향소를 설치하고 촛불행사를 합니다.

열사는 유서에 자기가 좋아하는 코스모스 씨를 남겨놓고 갔습니다. “학우들이 잘 다니는 교정에 코스모스 씨를 뿌려 해마다 코스모스가 만발하게 해달라”라며 살아남은 동지들에게 전했습니다. 코스모스를 심는 행사는 올해 5월 7일에 합니다. 전남대 재학생들과 회원들이 함께하는 행사입니다.

가을에는 전남대 대동제 기간 대운동장 주변 잔디밭에서 ‘박승희열사의 해방의 코스모스’주막을 엽니다. 우리 회원들뿐만 아니라 졸업한 동문들, 주변 시민들도 많이 옵니다. 주막은 재학생들과 회원들이 함께 운영을 합니다.

故 노무현 대통령 시절 박승희 열사는 민주화운동 공로자로 인정되어 보상금을 받았는데, 열사의 부모님께서는 그 보상금 전액 1억 4천만 원을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하셨습니다. 이에 민주동문 회원들은 추가 모금에 돌입하여 6천만을 합해 기금 2억을 조성하여 ‘박승희장학재단’을 만들었고 2년 전부터 매년 대학생, 고등학생 4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우리 승희의 키즈들이 태어나고 있는 거죠.

▲박승희열사와는 어떤 관계인지

-1991년 4월 26일 서울 명지대에 재학중이던 강경대 학생이 교내 시위도중 전투경찰 백골단의 습격을 받아 사망했습니다. 그의 죽음에 분노한 전남대 박승희 학생이 4월 29일 ‘강 열사 추모와 노정권 퇴진 궐기대회’에서 분신하였고 그 후로 고등학생, 노동자, 대학생 등 13명 정도가 한 달 만에 분신하여 자결했습니다. 우리는 그 때를 분신정국이라 부릅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 당시 예비역이었습니다. 91년에 복학을 하여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지요. 그러던 중 박승희라는 후배가 분신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맘 편하게 공부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1만명 이상의 학생들은 일상생활이 붕괴되어 날마다 박승희열사가 누워있는 전남대 병원과 금남로 거리로 나와 시위를 했습니다.

그 때 도서관을 박차고 거리로 뛰쳐나가서 과회장, 단대회장, 93년 전남대 총학생회장까지 역임하다 국가보안법, 집시법으로 수배생활을 7년간이나 하게 되었지요. 다시 고향에 돌아와 보니 박승희 추모사업회가 만들어져 있었는데, 단지 열사를 추모하고 애도하지만 말고 고귀한 열사의 뜻을 실천적으로 계승하자고 하여 2004년 11월 27일, ‘박승희정신계승사업회’로 재 창립 했습니다.

▲ 박승희열사 동상과 오창규 회장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올해 지천명이라 불리는 오학년(50세)에 올라섰습니다. 40대 초반까지 하더라도 내 삶에 분명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정치, 선거에 나가겠다’ 이런 결심을 했던 적이 있어서 2006년 40살 되는 해 민주노동당 광주 북구청장 후보로도 출마했습니다. 그 때 그 시절, 30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선명하고 명확한 인생의 목표가 있었는데, 10년이 더 지난 지금은 ‘무엇이 되느냐?’ 보단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합니다. 나의 가치지향을 일상생활 속에서 동료들과 풀어나가는 가운데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은 거지요.

‘박승희정신계승사업회’ 재 창립 12년이 지난 지금, 회원도 활동도 늘었고 많은 자료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내 삶의 흔적이자 성과물이지요. 또한 문화재기술자로서 내 손, 내 이마의 땀과 열정으로 수리하고 지어진 건물들은 앞으로도 수 백년 이상 이 오창규의 작품으로 기록되어 전해질 것입니다. 이렇게 나의 인생이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요?

지금 여기 바로 오늘이 가장 중요하고, 그 하루 하루의 오늘이 무수히 모여져 자신의 삶과 인생이 만들어지는 거라 생각합니다.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스스로 행복하게 만들어나가는 노력으로 매일 이 순간을 주어진 선물처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살아 있음이 축복이죠. 살아만 있으면 무엇인들 못하겠어요? 그런데 우리의 열사들은 단 하나뿐인 목숨을 바친 분들이고 그래서 그 뜻이 더욱 진실하고 고귀한 것입니다. 열사의 벗들인 우리들은 삶 속에서 동료들과 함께 박승희 열사의 정신을 이어가고 활동할 것입니다.

▲윤장현 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향광주, 예향광주의 민선6기를 시작하셨으니 뜻을 이루시고 성공적인 마무리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먼저 전합니다.

저도 광주와 무등산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또한 우리에게는 큰 희생이었지만 5·18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광주의 랜드마크는 5·18묘역이고 구 도청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광주가 광주답게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랜드마크를 정말 잘 가꾸어 가야 하는데 최근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구 도청본관 은행나무와 벽면에는 항쟁흔적, 항쟁역사인 총탄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최근 아시아문화전당 건설공사를 하면서 본관 벽면의 총탄자국을 없애버렸습니다. 5.18사적물의 원형훼손이죠. 이 역사적 기록들은 고스란히 우리 후대들과 전 세계 사람들이 대대로 향유해야할 세계적 유산입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518사적 1호인 전남대 정문도 없애버렸고, YWCA 건물도 없애버렸습니다. 왜 이렇게 518사적들이 하나씩 사라져가고 개념없이 훼손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행위들은 우리 생명수의 샘물을 스스로 매워버리는 어리석은 일이지요.

위와 관련하여선 518기념재단과 광주광역시 문화재위원회의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광주광역시장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은가.

우리 광주는 518을 품은 세계적인 민주의 성지이자 의향입니다. 또 예술혼과 음식맛이 좋은 예향이기도 하죠. 의향광주, 예향광주야말로 우리 빛고을의 정체성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광주와 그를 둘러싼 전라도는 비교적 자연자원이 잘 보존되어 있는 아껴둔 땅입니다. 의향 광주의 정체성과 광주전남의 볼거리, 먹거리를 관광자원으로 잘 엮어낸다면 문화산업의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광주다움이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의향과 예향으로서 광주의 정체성에 기반하여 인재를 육성하고 산업을 조성해 나갈 때 광주와 호남의 진정한 잠재력을 발굴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광주의 무궁번영과 호남인의 행복을 그 속에서 찾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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