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81) 회화나무미술학원 박은희 원장
100명과의 대화(81) 회화나무미술학원 박은희 원장
  • 박창배 수습기자
  • 승인 2016.04.07 0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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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세밀화 한 점이 가져온 작은 꿈, 봉사활동으로 날개를 달다.

▲ 회화나무미술학원 박은희 원장
전주에서 수완지구로 이사 온 지 6년이 됐다. 소박하고 한적한 곳에서 빌딩 숲으로 우거진 도시로의 이주는 문화의 혜택보다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20여년간 미술학원을 하다 도시에서의 여유로움을 즐기기에는 삭막한 느낌마저 들었다.

미술학원을 그만두고 쉬면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전시회를 계획했다. 내 작품으로만 가득 찬 갤러리에서의 전시회를 꿈꿨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수완지구에 미술전시회를 할 만한 장소도 없었고 이 지역에 연고가 없는 화가의 작품은 전시를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았다.

학연, 지연도 없이 독자적인 전시회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각해 낸 게 바로 아줌마들을 가르쳐 전시회를 하는 방법이었다. 100여명의 아줌마 작가들이 탄생한다면 갤러리도 생기지 않을까하는 상상으로 아줌마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면서 회회나무미술학원 박은희 원장의 마을 사랑 운동은 시작했다.

▲회화나무는 왜 사용하는지
- 구도청 앞에 있던 200년이 넘는 회화나무가 2012년 8월 볼라벤 태풍에 쓰러졌습니다. 그 나무는 5.18민주항쟁 당시에도 그 자리에 묵묵히 서서 역사의 현장을 나이테에 새겨왔듯이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어 역사에 길이 남는 사람이 되자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라면 잘 알고 있는 조형 미술인 회화라는 의미도 있고 해서 사용하게 됐습니다.

'회화나무' 생태세밀화 연합동아리를 조직했는데 매년 장덕갤러리에서 작품 전시회를 하고 있습니다. 이 동아리는 저에게서 생태세밀화를 배운 분들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학교에 있는 동아리에서 의뢰가 와 생태세밀화의 기초부터 알려주게 되어 만들어지게 된 팀이나 직접 저희 학원으로 찾아와 배우고 난 후 만든 팀들도 있습니다.

▲ 도청앞 회화나무는 200여년동안 오롯이 서서 광주의 역사를 지켜보았다. 광주읍성 남문에 심어진 뒤 광주학생독립운동과 5·18민중항쟁 때도 살아남았으나 문화전당 건립 공사 등 도심 개발로 약해지면서 2012년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쓰러진 뒤 소생하지 못하고 고사 판정을 받았다.

이런 팀들이 모여서 작품 전시회를 하는데 여러 팀들이 모여 그동안의 작품들을 뽐내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지역사회에 봉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 동안 어떤 활동들이 있었는지
- 처음에는 수완중학교에 있는 동아리분들과 어려운 곳에 찾아가서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도에는 수완지구의 생태세밀화를 이용한 마을생태지도를 만들어 버스정류장에 부착했습니다.

2014년도에는 마을등대사업의 일환으로 수완주공 6,7,8단지에 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원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하는 공동체놀이나 음식만들기, 공예수업, 책읽기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부모가 맞벌이거나 조손가정, 탈북자 자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했습니다.

작년에는 7단지 관리소장님과 함께 천원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일을 했습니다.

고려인을 대상으로 공부를 가르치기 위해 고등학생으로 구성된 ‘청소년날개봉사단’도 5년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학생들이 지금은 대학생이 되어 대학내 봉사활동동아리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있다는 소식에 가슴 뿌듯했습니다.

이 봉사단은 매주 토요일 ‘일대일 멘토’라는 프로그램으로 저소득층 아이들과 연계해 학업이나 돌봄교실, 책읽기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올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 지금까지 축적된 인프라를 활용한 사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생태세밀화 수업을 받았던 인력과 청소년날개봉사단 그리고 주부들로 구성된 마을연극단이 있는데 이들을 활용하여 주공 1,2단지를 대상으로 마을등대사업을 진행하고 6,7,8단지를 대상으로 마을사업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하고 봉사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생태세밀화를 그리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경력이 단절된 주부들의 애환을 듣게 되었습니다. 애들 키우고 집안살림만 하는 주부들에게서 들었던 푸념들을 더 건설적인 방법으로 풀 수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봉사활동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자원봉사도 보다 체계적으로 할 수 없을까 해서 공동체놀이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했습니다. 3개월 교육에 6개월 실습과정을 거친 후 전부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니 순수하게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교사로 취직하는 기회를 주게 됐습니다.

그 분들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봉사를 해야한다는 취지에 벗어나서 이번에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분들과 함께 했으면 합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봉사활동이 그래도 순수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봉사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점
- 작년 연말에 사업을 정리하면서 어르신 경로잔치를 했습니다. 음식도 장만하고 공연도 준비하고 선물도 준비했습니다. 목도리를 짤 실이 부족하여 짧게 만든 목도리였지만 어르신들에게 선물을 해드리니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그때 물질적인 것보다 더 큰 정신적인 풍족감을 얻어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 만약 당신이 광주광역시장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나.
- 마을 사업을 하다보면 기득권층이 있습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마을에 봉사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는데 기득권층에 밀려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신가지구에 마을벽화사업이 의뢰가 들어와 학교벽이나 관공서 벽과 같은 곳에 벽화를 그려 그 곳이 기억에 남는 명소로 알려지도록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기존의 마을활동가가 그 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 그 벽화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순수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제안서를 받았을 경우 객관적이면서도 투명하게 그 결과에 대해서 당사자에게 알려주거나 공개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쳤으면 합니다.

* 박은희 원장의 꿈이 이루어진다. 오는 20일(수요일)부터 3주간 ‘소촌아트팩토리’에서 개인전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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