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갇혀서
미세먼지에 갇혀서
  • 문틈 시인 /시민기자
  • 승인 2016.03.3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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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미세먼지가 끼는 날이 잦아서 바깥 출입을 자제하고 있는 편이다. 미세먼지용 마스크가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안심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나들이를 하지만 내 경우 천식이 있어서 미세먼지가 폐 속으로 들어갈 경우 썩 안 좋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아놓고 집안에서 하루를 보낸다. 흡사 런던탑에 유폐된 왕족 같은 기분이다.

우리가 어릴 적엔 미세먼지라는 말은 없었고 황사(黃砂)라는 말이 있었다. 그 말은 되레 멋지게 들리기까지 했다. 풍경이 자욱한 황사에 가려 있는 날은 시야가 마치 무슨 먼 나라에 와 있는 듯해서 이국적이기까지 했다.
‘저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흙먼지’라고 써놓고 보면 낙타 대상이 보이는 듯한 시상이 떠오를 정도로 황사는 일견 멋진(?) 장면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루 걸러 오는 봄날의 미세먼지는 아주 고약해서 공기를 마시는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친다. 미세먼지는 자동차 타이어가 닳아서 생기는 먼지, 자동차에서 내뿜는 배기가스, 그리고 중국 대륙에서 건너오는 굴뚝 연기가 섞여 있어 노약자가 들이마시면 무척 해로운 먼지다.
흔히 미세먼지가 있는 날은 중국 쪽을 탓하지만 실상은 국내 생산이 60~70퍼센트로 중국산은 30~40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 생산 먼지가 훨씬 많다는 이야기다. 미세먼지는 그 크기가 아주 작아서 감기 들었을 때 쓰고 다니는 일반 마스크 가지고는 어림없다. 비싼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따로 구해 써야 한다. 특히 중국에서 불어와 섞여드는 미세먼지는 화학물질이 많아 이것이 몸에 들어가면 무슨 사단을 일으킬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미세먼지만을 탓하고 지낼 수도 없다.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데 창밖으로 망사를 쓴 듯한 풍경을 보면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이제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자랑했던 물 좋고 산 좋은 나라가 더 이상 아니다.
문을 닫고 있으면 바깥보다 조금 낫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미세먼지는 집 안으로 들어온다. 틈새로 들어오는 물처럼. 어쩔 수 없이 마트에서 산소병을 사왔다. 가끔씩 산소를 폐 속 깊이 들이마신다. 속이 뚫리는 듯하다.
그 옛날에 김승옥이라는 소설가가 어떤 소설에서 선물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엔 선물을 할 때 고체(떡 같은 것)를 돌리고 다음엔 액체(술 같은 것)를 돌렸는데 언젠가는 기체(공기)로 바뀔 것이라고 한 대목이 생각난다.
지금은 휴대용 산소를 마트에서 팔고 있다. 아마 통일이 되면 백두산이나 금강산 공기가 잘 팔릴 것이다. 공기가 선물이 되는 시대가 왔다. 작가의 촉수는 이토록 무섭게 미래를 예견했다.

미세먼지를 줄여보려는 정부 당국의 노력은 전혀 없는 듯하다. 고작 하는 소리가 노약자는 문 닫고 집안에 있으라는 말뿐이다. 선거철에 이런 공약을 하는 후보나 정당이 없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 자동차 운행을 홀짝제로 하고, 디젤차를 점차 줄이고 종당엔 전기차를 운행토록 해서 우리나라 공기를 맑게 하겠다는 이런 공약은 다른 화려한 공약들처럼 붕 뜬 약속은 아닐성싶다.
미세먼지를 외면하고 그 속에서 마이크를 들고 표를 찍어달라고 호소하는 후보들의 모습이 무슨 코미디를 보는 것만 같다. 우리가 실제 현실에서 당하는 이런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후보들은 좀 생각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저 무엇을 지어주겠다, 무슨 대학을 유치하겠다, 도로를 놓겠다, 유아와 노인들을 위해 복지 예산을 늘리겠다는 등 모든 공약이 온통 퍼주겠다는 것들이다. 주겠다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많은 ‘주겠다’하는 공약들이 실현 가능하기나 할는지! 만일 내가 후보라면 “우리나라 경제도 좋지 않고,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해서 나라를 일으켜야겠습니다. 여러분의 땀과 눈물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런 말을 후보들이 할 수 있을까.
나라 금고는 바닥이 나고 있는데 후보들은 자꾸만 무엇을 더 주겠다고 한다. 바라건대 우리가 날마다 마시는 공기와 물을 맑게 할 환경복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해달라. 맑고 깨끗한 공기.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생각하는 그런 후보가 있다면 그것이 목마르게 그리운 나는 그 후보에게 이 한 표를 냉큼 찍어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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