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79) 이동현 클린광산협동조합 조합원
100명과의 대화(79) 이동현 클린광산협동조합 조합원
  • 박창배 수습기자
  • 승인 2016.03.23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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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용역과 같은 서비스업 분야에서도
우선구매와 구매촉진을 위한 법률제정이 시급

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 클린광산협동조합의 이동현 조합원
클린광산협동조합은 국내 최초의 청소노동자 협동조합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 조합은 광산구 하남 1,2동과 하남2지구 주민들의 생활 및 음식쓰레기를 수거하던 대행업체가 폐업 신고를 하자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졌다.

2012년 12월, 이들의 신분은 청소노동자로 남느냐 아니면 조합원으로 탈바꿈해야 하느냐 하는 기로에 서게 됐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과의 불신도 감내해야 했고, 같은 업종의 외부 세력으로부터 모략도 당하면서 이들은 조합원이 되어 사업장을 꿋꿋하게 지켜내기로 결정했다.

2013년 1월 1일 클린광산협동조합으로 사업을 개시하면서 천안에서 청소차를 임대하여 가져오는 과정은 눈물겨웠지만 이는 조합원들이 대동단결하는 계기가 됐다.

광산구청에서 이들의 설립 절차를 지원하고 청소대행 계약을 맺음으로서 많은 변화들이 생겼다. 우선 대행업체가 가져가던 이윤과 관리비 등이 줄어드니 조합원들의 임금도 안정적이 되고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보살필 수 있게 됐다.

보다 더 깨끗한 근무환경도 만들어졌고 특히 샤워실과 휴게실을 만들어 조합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조합원들이 바로 사장이면서 노동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협동조합에 대해 클린광산협동조합의 이동현 조합원에게 들어봤다.

▲ 만약 당신이 광주광역시장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나.
- 청소용역과 같은 서비스분야는 제조업과 달리 공공기관의 우선구매나 구매촉진과 같은 법률적인 혜택이 미비하다는 것입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에 의하면 공공기관에서 사회적기업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우선 구매를 촉진하게 하고 있고 구매증대를 위한 구매계획과 구매실적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통보하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광주광역시 광산구 사회적경제 육성 지원에 관한 조례’에 의하면 구청에 속한 공공기관에서 사회적경제 제품의 구매촉진과 판로지원을 위해 구매계획을 세워 구청장에게 제출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즉, 제조업과 관련된 업종에만 국한되어 지원을 하게끔 하다보니 청소용역과 같은 서비스분야에서는 1년단위로 재계약을 해야하는 애로점이 있습니다. 지금은 구청장님께서 협동조합 설립에 적극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재계약이 되고 있지만 추후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협동조합의 존폐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광산구청 조례만이라도 제정해서 서비스업분야도 우선계약을 할 수 있도록 명시화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협동조합과 관련된 정책을 보다 더 쉽게 만들어서 우리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여 쉽게 조합원에 가입하고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협동조합이 설립된 이후로 많은 곳에서 방문을 왔습니다. 저희들의 사례가 처음이다 보니 배우러 오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필요로 하는 노동자분들이 찾아 주지 않는다는 점이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청소담당 공무원들이나 협동조합 관계자분들에게는 좋은 사례일 수 있으나 진짜 필요로 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신분이 노동자에서 조합원으로 변경되면서 진짜 주인이 되는데도 그런 분들은 찾아오질 않았습니다.

▲ 협동조합 설립시 어려웠던 점
- 사장이 없고 감독하는 사람이 없이 우리가 주인이 되고 우리가 한만큼 벌어가면서 남들에게 베풀면서 살수 있다는 이야기에 많이들 공감을 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설립당시만 해도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동료 직원들을 설득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협동조합기본법은 2012년 12월 1일부터  시행되는 때였고 협동조합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서로들 생소해 했습니다. 협동조합의 특성상 개인의 출자금이 얼마나 많은지가 중요치 않고 1인 1표로 누구나 동등한 의사결정권을 갖고 이윤추구보다는 구성원간 합의가 중요시됩니다. 그러다 보니 초창기 동료들과 많은 이야기를 해야만 했습니다.

일일이 만나서 하루에도 수십번 언쟁이 붙어 욕도 얻어 먹으면서 조금씩 내 것을 내려놓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니 한분 두분 조금씩 양보를 하게 되었고 협동조합 정관에 ‘폐업시 모든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킨다’는 문구를 넣을 정도로 조합원들의 욕심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직원들 중 협동조합이 싫어 떠난 동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지에 수긍하신 분들이 새로 조합원으로 가입하면서 동료가 늘어나게 됐습니다.


▲ 클린광산협동조합은 2015년 7월 1일 제2기협동조합이 출범했다. 김성복,김종수,이계철,박승규,임용배,이금섭,이병섭,이동현,홍성수,양성채,이행채,김희갑,임동현,김준홍,김동현,한충문 등 16명의 조합원들.
▲ 협동조합의 현재 상태는
- 2015년 7월 1일 이사장, 조직이사, 시설관리이사, 교육이사, 현장관리이사, 사외감사를 두고 조합원 16명으로 구성된 제2기협동조합이 출범했습니다.

먼저 근무환경이 완전히 변했습니다. 새벽 6시부터 현장에서 일을 시작 하면 작업량을 마쳐야 했고 식사도 거르면서까지 일을 끝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회사로 귀소하면 씻으러 집에 가기가 바빴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서로 도와 가면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똑같은 새벽에 일을 시작하지만 중간에 사무실에 와서 식사도 같이 하고 휴게실에서 쉬며 샤워까지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사무실에서 보는 동료들의 얼굴이 정말 밝아졌습니다.

또, 조합원들의 사소한 불편 문제까지도 이사회의를 통해 안건으로 상정하여 논의를 하고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한 달에 한번 조합원회의 때 안건으로 올려 풀어 나가고 있습니다.

▲ 광주광역시 광산구 시설공단 설립 및 운영조례 부칙 제4조5항으로 음해를 한다는데
- 작년에 광산구시설관리공단이 설립되면서 기존 5개 민간위탁업체 중 클린광산협동조합을 제외한 4곳이 맡고 있었던 쓰레기 수거 처리업무를 대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민간업자들이 ‘광주광역시 광산구 시설공단 설립 및 운영조례’ 부칙 제4조5항에 명시된 ‘구청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전면적으로 공단에서 대행하게 한다’라는 문구를 가지고 음해를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저희들은 적극 대처해 나아가고 있는데 의회와 구청에 조항의 삭제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마치 함께 할 수 없는 물과 기름을 섞는 과정만큼이나 힘들지만 서로 욕심을 버리고 양보를 하면서 마음을 맞춰가야 합니다. 누가 해주는 것도 아니고 조합원들의 이해가 우선시 되어야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저희 클린광산협동조합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변모를 시도 중에 있습니다. 지금도 수익이 나는데로 모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지만 조합원들의 의견을 통해 더 많은 적립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을 하자고 동의했습니다. 앞으로 변화될 모습에 관심과 성원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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