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을 공천하는 방식
선량을 공천하는 방식
  • 문틈 시인/ 시민기자
  • 승인 2016.03.2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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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랫동안 국회의원을 ‘선량’(選良)이라 부르며 존경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선량이라는 말을 별로 쓰지 않는 듯하다. 국회의원의 위상이 적잖이 추락한 탓인지도 모른다. 선거철이 닥치자 각 정당의 후보 공천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정당의 캐릭터도, 내세우는 공약도 여야가 서로 엇비슷하다.

정당 간판만 다를 뿐 야당에서 컷오프된 후보가 다른 야당으로 가기도 하고, 여당에서 야당으로 옮기기도 한다. 공천의 칼춤을 추는 칼자루 쥔 인사부터가 여에서 야로, 야에서 여로 왔다 갔다 하는 판이니 후보들이 이 당에서 저 당으로 가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유권자 입장에서 볼 때 딱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정당은 상관하지 않고 인물을 보고 투표하는 것과 인물보다 정당에 방점을 두고 찍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정당의 캐릭터가 비슷해지다 보니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 옛날보다 덜하지 않을까싶다.

그러나 이번 총선 후보들의 면면이 ‘새 피를 유입’하여 청년층이 대거 공천된 것은 평가할만하다. 지금까지 선량들은 법조인, 정당인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았었는데, 각계각층의 전문 인재들의 후보 공천이 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판을 개혁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젊은 새 인물들이 국회에 많이 입성하면 우리나라 정치가 진일보하게 되지 않겠는가 해서 긍정적이다. 우리 시대의 요구는 국회의원의 물갈이를 통해서 입법부의 생산성을 높이고, 특권정치를 폐하고 민생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후보공천 방식에 대해서는 어리둥절한 점이 있다. 뚜렷한 이유 없이 단수공천하거나 경선을 하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경선은 당내 경선이 아니라 일반 투표자들을 상대로 일종의 여론조사 같은 것으로 한다. 안심번호로 할지라도 사실상 여론조사의 변형이라고 본다면 실제로 당락을 결정하는 선거가 아닌데도 미리 무작위로 전화투표를 하게 하는 것에는 납득하지 못할 대목들이 있다.

가령 A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B당의 후보경선에 참여한다면 유권자에게 인기가 있어 보이는 사람보다는 A당 후보 당선에 유리하게끔 되레 역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정치 신인에게 가점을 준다는 것도 괴이쩍다.

예컨대 국회의원을 3선 이상 한 후보를 임기제한으로 묶어둔다면 모를까, 정치 신인이라고 해서 검증도 안된 상태에서 무조건 가점을 주는 경선방식은 아무래도 민주주의 방식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예선 후보의 변도 들어보지 않은 잘 모르는 상태에서 행해진다니.

민주주의 개념은 성차별이나 세대차별을 포함한 어떤 차별도 하지 않는 것일진대 만일 신인이라고 해서 가점을 주어야 한다면 대통령 후보 경선 때에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차별 경선이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과거 3김 시대에는 3김이 공천을 쥐락펴락한 것이 사실인데 그런 시대는 지났다. 진정으로 민의와 국가 장래를 위한 선량을 뽐을 거라면 경선 방식에서 어떤 차별, 감점, 가점도 두어서는 안될 것이다. 하기사 어느 후보를 내건 그건 그 당에서 결정하는 것이고, 유권자는 선택 여부만 하면 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유권자들은 더 이상 우중(愚衆)이 아니다. 정치판이 굴러가는 것을 훤히 꿰뚫고 있다. 어째서 어떤 당은 특정 후보를 공천하거나 경선 공천하려는지, 또 어떤 후보에겐 단수공천을 하는지 칼춤을 추는 사람들만큼이나 잘 알고 있다. 국회의원 후보 공천 과정에서부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해야 한다.

요즘 미국 대선 예비선거가 화제다. 트럼프가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공화당 예비선거에 참여하여 역선택을 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역선택의 길을 열어둔 채 일반인을 상대로 한 우리의 전화 여론조사는 다듬을 필요가 있다. 진정으로 선량 소리를 들으려면 공천 과정부터 민주주의다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여야의 공천 방식은 너무나 어리둥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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