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하나 건사하기
몸 하나 건사하기
  • 문틈 시인/ 시민기자
  • 승인 2016.03.09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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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립선 조직검사를 했다. 혈액검사에서 암지수(PSA)가 정상보다 꽤 높게 나온 것이 신경에 거슬려 몇 날 고민을 하다가 검사비도 많이 드는데 지르고 말았다. 이건 아무리 ‘병원 취미’라고 하지만 보통 심사로는 쉽게 못할 일이다.
육체적으로 꽤나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래도 유비무환이 좋다고 눈 질끈 감고 결정을 해버렸다. 게다가 다음 달에 보험 하나가 보장기간이 만료된다든가 어쩐다든가.

여기서 세포조직 채취 과정은 넘어가고, 하여튼 상당히 거추장스럽고, 재수 없으면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는 검사다. 결과는 1주일 후. 마음을 졸이며 별의별 생각을 하면서 한 시간도 넘게 기다려 의사를 만나니 “깨끗하네요.” 한 마디 하고는 가란다. 이런! 그 순간 기쁘기보다는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이 몸에는 전립선 걱정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혈압약도 상시 복용이다.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는 편이긴 하지만 짠 것을 먹거나 운동을 게을리 하면 이것도 신경 쓰게 높아진다. 누가 김치 선물을 해도 그 맛이 짜면 멀리 둔다.
며칠 전엔 김치찌개가 너무나 먹고 싶어서 혈압하고 상의도 하지 않고 돼지비개가 든 짜고 뻘건 김치찌개를 먹어버렸다. 맛을 택할 것이냐, 건강을 택할 것이냐를 생각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이렇게 인생을 좀 더 맛있게 살 수도 있으련만.

오래된 불면증도 있다. 아주 심한 편은 아니지만 매일 밤 색색의 신경안정제와 항불안증 약을 먹어야 잠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약을 안 먹으면 잠이 안 오는 것으로 뇌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지 언젠가부터 수면제는 없으면 안 되는 일용할 양식이 되어버렸다.
여행을 가더라도 가장 먼서 챙기는 것이 이것이다. 이 약이 없으면 어디 가서 하룻밤도 잘 수가 없다. 의사는 가능하면 약 중에 반 쪼가리 노란 색 약은 빼고 잠드는 습관을 들여 보라고 당부하지만 그 좁쌀보다 클까 말까한 약을 안 먹으면 잠이 안 올 것 같아서 일부러 그것을 먼저 챙겨먹게 된다.

가끔 안약도 눈에 넣어주어야 한다. 눈알이 뻑뻑하니 잘 안 돌아간다 싶으면 인공 눈물방울을 한두 방을 눈에 떨어뜨린다. 이제 봄이 되니 자주 피부가 근지럽다. 특히 종아리가 가렵다. 습기가 모자라서라는데, 연고를 발라주면 원어니 낫다.
귓구멍이 가려울 때도 있다. 점잖게 생긴 이비인후과 의사 말로는 귓속에 습진이 생겨서 가려운 것이라며 참는 것이 최고라고 한다. 그런데 참는 데도 한계가 있지 습진균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면 귓속이 난리 난 것처럼 가려움이 극에 달한다.
이럴 땐 참을성 같은 것은 저리가라다. 참다못해 면봉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라서 귓구멍을 한번 돌려준다. 그러면 며칠은 그 균들이 조용하다. 습진균들한테 스테로이드 연고가 특식 먹이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모르긴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들은 거개가 이런 소소한 육체적 질병을 달고 사는 듯하다. 누더기 같은 육신을 건사하기도 만만치 않다. 몸이라는 것이 요리조리 잘 손보지 않으면 탈이 나기 쉽다. 자동차도 이따금 카센터에 가서 점검을 받아 엔진오일도 갈아주고, 타이어에 바람도 알맞게 넣어주고 해야 하듯 이 몸이란 것도 정밀한 기계나 다름없으니 병원에 가서 자주 점검을 해야 한다.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 몸이 어디 고장이라도 나면 큰 사고다. 세월의 더께가 쌓이면 육체가 말을 잘 안 듣게 되기 마련이다. 늙기도 전에 몸에 병이라도 나면 자동차처럼 밀고 갈 수도 없고 난감하다. 어찌 보면 이 육신 하나를 건사하기 위해서 사는가 싶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 가장 부러운 것은 하늘을 나는 저 작은 참새 무리다. 누가 모이를 뿌려주지도 않건만 짹, 짹 하며 떼 지어 나무숲으로 들어갔다가 하늘로 날아올랐다가…….병원에 갈 일도 없고 걱정거리도 없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했다. 신간이 편안해야 세상이 편안하다는 말은 옳다. 평범한 이 말 속에 모든 것이 들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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