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의 전라도 혐오(2)-<택리지>
‘일베’의 전라도 혐오(2)-<택리지>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6.03.03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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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1. 3월2일에 ‘시민의 소리’로부터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일베의 전라도 혐오’글이 게재되고 나서 어느 분이 ‘시민의 소리’에 보낸 메일이었다.

김세곤 원장님께,

전라도 익산 출신으로써 원장님의 기고를 보고, 동감하여 이메일을 보냅니다. 특히 일베들의 전라도 혐오주의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 있고, 기업들의 전라도 차별은 어제, 오늘 일만이 아닌 듯 합니다. 그리고 원장님의 용기 있는 분석 기사에 적극 동감하고 감사드립니다.

또한 최근 드라마를 보면, 상황에 맞지 않게 경상도 사투리를 어거지로 껴놓고 멋스럽게 표현하고 있으며, 전라도 사투리가 어쩌다 한번 나오면, 무지하고 없는 사람 또는 간악하고 흉계를 가진 사람으로 표현되고 있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자주 소신 있는 기고를 올려 주시어, 출신지역에 따른 편견이나 구애를 받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함께 바랍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ooo (존함은 밝히지 않겠음)

이 글을 받고 ‘일베의 전라도 혐오’ 관련 글을 몇 번 더 써야겠다고 생각하였다.

#2 ‘일베’ 사이트에는 <택리지> · <하멜표류기> · <조선왕조실록> 등을 발췌하여 전라도를 비하하는 글들이 버젓이 실려 있다.

전라도 사람은 간사하고 교만하여 학문을 멀리하고, 계집질을 즐겨한다. 사람을 속이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서로를 속이는 것이 곧 미덕이라 생각한다. [이중환 택리지 발췌]

전라도인들은 절도의 버릇이 있고, 또 사기와 거짓말을 일수 잘해, 도무지 신용할 수 없다. 그들은 남을 한번 속이는 것을 자랑이라 생각하며, 사기가 잘못이 되지 않는다. [하멜 표류기 발췌]

'전라도는 속임수가 많다.' [1601년, 선조 142권, 34년, 10월 19일, 2번째 기사]

'호남의 인심은 속이고 거짓말을 한다.' [1744년, 영조 60권, 20년, 12월 15일, 2번째 기사]

그런데 일베 사이트에는 위 글들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여부에 대한 검증이 전혀 없다. ‘팩트와 어긋나는 주장은 누구라도 저격한다.’는 ‘일베정신’을 중시하여(박가분 지음, <일베의 사상> P 138) 이 주장이 팩트라서 그런 것일까? 하지만 위 역사적 기록이나 주장에 대한 ‘팩트 체크’는 필요하다.

#3. 먼저 이중환(1690-1756)의 <택리지>각주1)부터 검증해 보자.

<택리지>의 전라도 인심에 관한 글은 팔도총론과 복거총론에 나와 있다.
우선 팔도총론 ‘전라도’편이다.

풍속이 노래와 계집을 좋아하고 사치를 즐기며, 사람이 경박하고 간사하여 문학을 대단치 않게 여긴다.

다음은 복거총론 ‘인심’편이다.

전라도는 오로지 간사함을 숭상하여 나쁜 데 쉽게 움직인다.

이를 보면 ‘일베’가 <택리지>에서 발췌하였다는 글 중 “전라도 사람은 교만하다. 사람을 속이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서로를 속이는 것이 곧 미덕이라 생각한다.”는 글은 <택리지>에 없다. 한마디로 일베 글은 역사 왜곡이고 날조이다.

한편 이중환은 복거총론 ‘인심’편에서 팔도 풍속을 언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팔도 중에 평안도는 인심이 순후하기가 첫째이고, 다음은 경상도로 풍속이 진실하다. 함경도는 지역이 오랑캐 땅과 잇닿았으므로 백성의 성질이 모두 굳세고 사나우며, 황해도는 산수가 험한 까닭에 백성이 사납고 모질다. 강원도는 산골백성이어서 많이 어리석고, 전라도는 오로기 간사함을 숭상하여 나쁜데 쉽게 움직인다. 경기도는 도성밖 들판 고을 백성들의 재물이 보잘 것 없고, 충청도는 오로지 세도와 재리만 쫓는데, 이것이 팔도 인심의 대략이다.

이를 보면 평안도가 가장 인심이 좋고 그 다음이 경상도이며 나머지 여섯 도의 인심은 나쁘다.

그런데 이중환이 <택리지> 복거총론 ‘산수’편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그는 전라도와 평안도를 가보지 않았다. 그런 그가 전라도 인심에 대하여 서술한 점은 신뢰가 안 간다.

더구나 평안도는 인심이 가장 좋고 전라도는 인심이 나쁘다고 했으니 이것이 실학자 이중환의 실사구시(實事求是)인가? 이는 편견이고 균형감각을 잃은 것이며 <택리지>의 가장 큰 결점이기도 하다. (조기영, <택리지>에 나타난 이중환의 실학사상, 허경진 옮김, 택리지, P152)

또한 김동선은 <훈요십조의 진실> 책에서 “전라도 비하의 원조는 <택리지>를 쓴 이중환”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각주1)  1752년에 저술된 <택리지>는 서문을 비롯하여 사민총론, 팔도총론, 복거총론, 총론, 발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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