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 '패션'을 입히자
'광고'에 '패션'을 입히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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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1번지'라는 충장로의 한복판 광주우체국 4거리.
건물마다 거대한 간판들로 빼곡이 들어차 있다. 특히 건물벽에 부착된 세로 길쭉한 직사각형의 돌출간판들은 가뜩이나 비좁은 충장로 거리를 더욱 답답하게 한다.

모양들도 천편일률적이어서 패션은 간데 없고 상호만 어지럽다.
심지어 미용실의 경우 건물벽에서 튀어나온 돌출간판에다 다시 미용업소표지등(일명 사인볼)까지 덧붙여 놓고 있다. 게다가 업소에서 내 놓은 입간판들은 틀림없는 불법광고물인데도 위풍당당하게 시민들의 보행을 가로막고 있다.

거리마다 빼곡이 들어차 보행 가로막고
위풍당당 행진 불법 돌출 광고물



행정자치부는 9월 1일부터 불법광고물 설치의 경우 최고 1천만원의 벌금과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하는 법안을 조만간 공표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불법광고물에 대한 책임범위를 넓히고, 입간판이나 무허가 현수막 등에 대해서는 담당공무원이 사전 통보 없이 즉시 제거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했다.

행자부의 이런 조치는 내년 월드컵 등 각종 국제행사에 대비한 사회질서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광주시 남구청은 이에대해 전문가 용역을 통해 올 11월까지 '옥외광고물 시범거리(백운광장~상공회의소 방면 1.8km)'를 조성하겠다며 호응하고 나섰다.

관계당국의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환영할만 하지만 엄격한 통제나 모델제시 이전에 간판난립의 원인을 밝히고 '간판이 도시문화의 한 축'이라는 문화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일고 있다.

"더 크게, 더 높게, 더욱 현란하게"
이런 거리의 간판들에게 '광고'라는 기능성 이외에 도시미관을 추가할 순 없을까.

간판도 도시문화 한축
'더 크게 더 높게 더 현란하게'보다
'다 같이 멋있게, 다 같이 줄이자'


간판들이 어지럽게 들어선 이유로 우선 인구의 잦은 이동률을 꼽을 수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100명당 5명꼴로 읍면동을 벗어나 이동했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대략 20%정도. 이는 곧 '알림'의 수요공급을 촉발시키고 그 결과는 간판의 난립으로 이어진다. 서구유럽의 오래된 도시들에서 현란한 간판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인구이동률이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간판 난립상의 또 다른 이유는 시민들의 미에 대한 인식부족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광주시민환경연구소 조진상 소장(동신대 도시조경학과 교수)은 "유럽과 아시아권은 미에 대한 정서가 다르다"고 전제한 뒤 "유럽의 경우 이미 18~19세기에 '도시미화운동'을 거쳤고, 시민들은 아름다움이 담기지 않은 간판을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충장로 한 업소 주인은 "간판의 효과는 둘째고, 다른 업소들 모두가 조금이라도 더 크게 만들려고 하는데 나만 줄일 수 없지 않느냐"며 "누구나 멋진 간판들을 만들고 싶지만 '작고 예쁘게' 만들면 다른 큰 간판들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돌출광고물을 부착하는 대가로 매년 간판면적 1㎡당 5만8천950원의 도로점용료를 관할 구청에 내고 있다.

결국 '다 같이 줄이자, 다 같이 멋지게 만들자'는 간판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과 방안을 내놓고 추진하는 것은 관계당국의 몫이다.

하지만 최근 진행되는 당국의 노력과 조치들이 월드컵을 앞두고 일회성으로 그치거나 '또 하나의 규제'로 전락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시청과 구청에서 옥외광고물 업무를 보는 곳은 건축과. 하지만 이곳에서는 규정에 따른 간판들의 크기나 도로점용료 징수에 관한 일을 할 뿐 도시미관차원에서 옥외광고물 업무를 처리하고 있지는 않다. 시청의 도시미관계 역시 관련조례에 관한 업무를 볼 뿐이다.

시청의 한 관계자는 "행정당국에서는 규정에 따른 업무를 주로 하다보니 도시미관과 관련된 광고물정책은 민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구의 '옥외광고물 시범거리'에 대한 민간용역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 앞두고 남구 '시범거리' 조성
거리 간판에도 문화의 눈이 필요하다


문화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의식과 제도를 포함한 삶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문화의 도시' '문화월드컵'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간판이라는 하나의 소재로 비춰본 광주의 도시문화는 아직 자유롭지도, 멋스럽지도 않다.

시민들은 월드컵만을 대비한 '반짝' 정책에 지쳐있다. 문화도시로 가꿔가기 위해선 멀리 내다보는 안목과 함께, 남구의 시범거리조성과 같은 계기들을 잘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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