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의 전라도 혐오
‘일베’의 전라도 혐오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6.02.29 09: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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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1.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는 영향력이 매우 강한 인터넷 사이트이다. 동시 접속자수가 평균 2만 명이다. 그런데 일베의 전라도 혐오가 도를 넘고 있다. 개인적인 혐오에서 집단적인 혐오주의로 치닫고 있다.

심지어 2월17일의 글에는 ‘난 전라도에서 또 한 번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음 좋겠다. 이번 기회엔 놓치지 않고 싸그리 씨를 말려버리게’라고 적혀 있다. 홀로코스트를 연상하는 인종차별주의 냄새가 가득하다.

#2. ‘일베’는 전라도 사람을 패륜아로 비하한다. 1월23일에 ‘전라도에 효자가 없다고?’ 글을 보았다.

자기 김밥 먹었다고 아버지를 흉기 살해

광주남부경찰서는 18일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이모(17 광주모 고교 3년)군을 긴급체포 조사 중이다. (후략)

2004.4.18. 세계일보 기사 캡처이다. 게시자는 기사 맨 끝에 이렇게 적었다.

아따 아버지가 김밥을 좋아하셔서
김밥천국 보내드렸땅께.

곧바로 4백 개가 넘은 댓글이 올라왔는데 비판 댓글도 있다.

도대체 일베에서 몇 번을 보냐.
나는 전라도까서 이러는게 아니라 2004년 ㅈㄱㅈ ㅈㅈㅂ 들고와서 이런 식으로 말하는게 보기 싫음
이러한 비판 댓글에 대한 재 비판 글도 있다.

저런 사건은 백년을 울궈먹어도 괜찮어 대대손손 역사책에 실어야지

또한 2월27일의 ‘전라도식 사고방식’ 글에도 ‘범죄가 생활방식입니다’라고 적고 있다. 전라도 사람을 통째로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

#3. 한편 일베는 역사를 거론하여 전라도 사람을 ‘태생적 범죄자’로 만들어버린다. 2월 초에 이런 글이 실렸다.

'호남은 인심이 완고하고 사나워서 남의 부모 무덤을 파헤치는 풍조가 있다.' [1556년, 명종 20권, 11년, 1월 21일, 3번째 기사]

그런데 2월24일에는 위 글의 ‘남의 부모 무덤’이 ‘부모 무덤’으로 둔갑하였다.

'호남은 부모 무덤을 파헤치는 풍조가 있다.' [1556년, 명종 20권, 11년, 1월 21일, 3번째 기사]

남의 부모 무덤 파헤치는 일도 반인륜적인데 하물며 자기 부모 무덤 파헤치는 풍조가 있다고 하였으니 이 얼마나 ‘전라도 죽이기’인가.

너무나 황당하여 국사편찬위원회 사이트에서 1556년 1월21일자 명종실록을 찾았다. 찾아보니 일베가 주장한 역사 기록은 윤원형이 한 말이다.

이 사건은 남원 죄수 정전이 동부승지 윤인서 아버지의 무덤을 파헤친 사건이다. 윤인서는 명종 임금에게 사건 조사를 호소하였고, 죄인이 잡히자 명종은 삼공과 영부사에게 의논하게 하였다. 이 때 윤원형이 의논드리기를, “호남은 인심이 완고하고 사나워서 비록 조그마한 혐의라 하더라도 꼭 그 부모의 무덤을 파헤치는데, 그런 풍조는 고치지 않아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윤인서는 누구인가? 그는 윤원형의 주구(走狗)이다.
1555년 1월 4일자 명종실록에 실린 사관의 평가를 읽어 보자.

사신은 논한다. 이는 비록 전라도 풍속이 야박하고 악한 때문이기는 하지만, 필시 그 사람이 세력을 믿고 방자한 짓을 하여 원한 맺는 일을 한 소치가 아닐 수 없으니 그렇다면 그 사람의 행동도 따라서 알 수 있다.

사신은 논한다. 윤인서는 자신의 원수 때문에 화가 죽은 아비에게까지 미쳤으니, 반성하여 자신을 책망하며 애통하기를 겨를 없이 해야 할 것인데, 도리어 자신의 원한을 통쾌하게 갚으려 하여 위로 임금에게 진달(陳達)하기까지 하였으니 그의 무상(無狀)함이 심하다 하겠다.

사신은 논한다. 윤인서는 아첨하고 사특하며 음흉하고 간사하여 교활한 짓이 무상한 사람으로, 연줄을 대어 대궐 안에 빌붙고 번갈아 권세 있는 간신을 섬기며 주구 노릇을 하여 진신(搢紳)들에게 해독을 끼치고 조정에 화를 만드니 사람들이 모두 통분하게 여겼다.

그러면 윤원형( ? -1565)은 어떠한가? 명종의 모후 문정왕후의 동생이자 명종의 외삼촌으로서 1545년 을사사화, 1547년 정미사화를 날조하여 사림을 많이 죽인 간신 아닌가? 권세를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우고 나라를 망친 사람 아닌가? 더구나 윤원형의 첩 정난정은 본처를 죽이는 패륜까지 벌였는데도 윤원형은 이를 못 본채 한 파렴치범이었다.

그는 ‘이 보다 더 썩을 수는 없는’ 기생충 같은 간신이었다.(최용범 · 함규진 지음, <난세에 간신 춤춘다>) 1)

그런데 ‘일베’는 윤원형이 한 말을 가지고 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역사적 자료로 삼고 있으니 참 어이가 없다.

#4. 이외에도 ‘일베’ 사이트에는 <택리지> · <하멜표류기> · <조선왕조실록>을 발췌하여 전라도를 비하하는 글들이 버젓이 실려 있다.

일베의 주장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1) 어이없게도 윤원형은 사후 역적으로 단죄되었으나 1907년(융희 1년) 11월에 내각 총리대신 이완용의 건의로, 1908년에 작위와 직책이 회복되고, 4월 죄적에서 삭제되어 명예회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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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2023-07-08 15:16:50
진실을 말하는 곳이네 좋은 사이트 알려줘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