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은 남북의 화개장터
개성공단은 남북의 화개장터
  • 이상걸 광주경제고용진흥원장
  • 승인 2016.02.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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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걸 광주경제고용진흥원장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마을 하동사람 윗마을 구례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가수 조영남이 직접 노랫말을 지어 구성지게 부르는 화개장터라는 노래이다. 화개장터는 영호남 사람들이 맨날 정치적으로는 싸우더라도 장날이면 온갖 농산물을 가지고 나와 교류하는 장터이다.

남과 북 우리 민족이 갈라져 등지고 산지 어언 70년이 넘는 동안 그나마 개성공단이라도 있어 남북한이 교류협력할 수 있었다. 남한의 자본 및 기술과 북한의 노동력이 어우러져 상품을 생산하고, 북한 주민들은 임금을 받고 남한기업들은 돈을 벌었다. 개성공단은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자 우리 민족의 유일한 장터였던 셈이다. 그런 남과 북의 화개장터가 갑작스럽게 문을 닫았다. 마지막 남은 남북교류의 장터가 사라진 것이다.

최근 병상에서 투병중인 원로 한분을 병문안하였다. 수십년 세월을 민족경제를 연구하고 통일운동에 앞장서 오신 분이라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어떤 생각이신지 의견을 여쭤보았다. 그런데 그분은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하면서도 낙관적 희망을 품고 계셨다. 병상인지라 상세히 설명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까이 왔다는 의미이듯이, 모순이 격화되어 탁 쪼개진 뒤에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 노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많은 국민들이 4차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제적인 규약과 질서를 무시한 북한당국의 도발행위에 당혹스러워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제 분위기를 선도한다면서 하루아침에 개성공단을 폐쇄해서 민족교류의 숨통마저 끊어버리는 극단적이고 자해적인 대응에 경악하고 비통해 하고 있다.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강경제제 만으로 북한의 태도를 바꿀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제제 분위기를 선도한다 해도 중국이 이에 발맞춰 주리라고 기대하기 힘들고, 미국 역시 강대국간 이해 다툼 속에 언제 어떻게 변화할지 믿을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급기야 우려했던 대로 최근 미국 외교 소식통에 의하면 지난해 말 북한과 미국 사이에 북미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물밑 대화 시도가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북한이 미국에 평화협정을 맺자고 제안해온 것에 대해 미국은 북한에게 비핵화 문제를 의제에 포함하자고 역제안을 했고, 북한은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결국 북한은 미국에 평화협정을 제안하고 거부당하자 곧바로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자신들의 핵무장은 미국의 침략위협에 맞선 자위권 수단이라고 주장해 왔고, 한반도 문제의 해결 대안은 북미간의 평화협정 체결임을 주장해 왔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은 핵폐기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한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3일, 북한핵문제와 관련해 “북한핵 폐기 논의와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북미 평화협정이 각국의 우려 사항을 균형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여 왔다.

종합적으로 보면, 북한은 북미간의 직접대화를 추구하고 있고, 북한핵 문제에 강경한 미국과 온건한 중국이 상호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미중 간의 흐름이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북미수교 등 복합적인 양상으로 바뀔 수도 있다. 만약 미중과 북미간에 현실적인 타협이 이루어지게 되면 남한으로서는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다. 한반도 문제가 미국과 중국의 타협, 그리고 북미 직접대화 국면으로 흐르고, 남한정부만 왕따 당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월호 참사에 이어 안보와 외교참사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병상에서도 민족경제의 마지막 활로는 남북경제협력이라고 힘주어 말하던 원로의 형형한 눈빛이 어두운 터널의 한줄기 불빛처럼 다가온다. 장기 불황과 저성장에 지쳐가는 우리 기업인들과 국민들에게 개성공단과 같이 남북 모두에게 이로운 사업을 우리 민족끼리 외세에 흔들리지 않고, 다시 일으켜 세울 길은 정녕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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