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가 만난 사람-정혜숙 (사)패트롤맘 광주지부장
시소가 만난 사람-정혜숙 (사)패트롤맘 광주지부장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6.02.23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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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중요한 만큼 이웃의 아이도 중요
아이들이 정의로운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변화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지속적 관심 가져야

청소년들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은 학교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행복하고, 안전해야 하는 곳은 당연히 학교여야 한다. 하지만 최근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많은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는 것이 사실이다.
패트롤맘은 엄마들이 모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단체다.
정혜숙 (사)패트롤맘 광주지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패트롤맘은 어떤 단체인지 설명해달라.
-패트롤맘은 2010년에 서울에서 전국단위의 조직을 만들고자 처음 생겼다.
그 당시 청소년 자녀를 키우고 있었는데, 우리 아이들이 눈뜨고 생활하는 시간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생활하는 만큼 학교 안에서 안전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패트롤맘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광주에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서울로 찾아가 광주지부장으로 임명받고, 2011년 7월에 광주에서 패트롤맘 지부를 시작하게 됐다.

막상 이 일을 하려고 보니까 단체 이름도 생소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많은 곳에서 이미 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청소년을 위한 일에 대한 대가를 받는 기관들이었다.
돈을 떠나서 정말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가질 때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좋은 에너지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우리 단체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돈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아무리 내 아이를 잘 키운다고 해도, 이웃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가 비뚤어진다면 내 아이에게도 힘든 환경이 될 수 있다. 내 아이도 잘 키우고, 이웃의 아이도 잘 키우면 좋은 사회에서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고,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다. 내 아이가 중요한 만큼 이웃의 아이도 중요하다는 것이고, 그렇게 해야만 사회가 정의롭고 행복할 수 있다고 본다.

패트롤맘은 학교폭력과 사회범죄가 다양화되고, 심각해져가는 상황에서 미래의 동량인 청소년과 유아들을 위해 우범지역 환경개선과 국민생활안전예방, 교통사고보호지도 등의 활동을 한다. 안전한 도시구축활동에 아이를 가진 엄마들, 즉 유휴여성을 자발적으로 참여시킨다.
그래서 가정에서의 교육을 근본으로 생활안전을 증진하고, 아이들의 행복감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패트롤맘 활동을 하면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나.
-패트롤맘은 아이들을 위해 엄마들이 모이는 곳이다. 처음엔 두세 명 모이다가 지금은 광주지부에 3천8백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아이를 위해 모이다보니 우리 스스로 돈을 들여 공부도 하게 됐고, 지금은 상담사 자격도 갖추게 됐다.
전문성을 어느정도 갖추다보니 아이들이 정말로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같이 공부하는 엄마들도 ‘내 아이를 잘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내 아이들이 힘든 것은 나로 인해 힘들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배우는 것이 많다고들 말한다.

예전에 장애인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있었다. 아이의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니까 매일 남편이랑 싸웠다고 했다. 아이를 케어한다며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왜 아이 상태는 좋아지지 않느냐는 것이 남편이 술을 마시고, 화를 내는 이유였다고 했다. 이 엄마가 정말 힘들어 하고 있을 때 패트롤맘을 찾아왔다. 상담도 하고, 같이 이야기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생각이 많이 건강해졌다. 그랬더니 남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고, 그 마음을 수용해서 받아줬더니 그 뒤로 남편이 힘들게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를 온전히 키우는데 엄마, 아빠가 동참했고 아이도 많이 좋아져 이제는 비장애인 아이들 안에서 학교생활도 잘 하게 됐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서 굉장히 큰 위로를 받는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난 대단한 일을 해냈어. 난 대단한 사람이야’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도리어 겸손해지고 조심스럽다.

▲패트롤맘이 지향하는 가치는 어떤 것인가.
-패트롤맘의 중심엔 항상 청소년이 있어야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행복해야 하고, 사회가 정의롭고, 정의가 항상 이긴다는 진리를 심어주려 한다.
요즘 아이들 중에는 ‘힘을 가져야 해. 돈을 많이 가져야 해’라는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웃의 힘든 아이들을 배려하고, 보듬어주는 것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가진 사람이 더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웃을 보듬고 범죄 없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으로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 것이 패트롤맘이 지향하는 가장 큰 가치다.

▲그동안 패트롤맘을 해오면서 있었던 성과라고 한다면.
-지금 패트롤맘에는 상담사가 42명 있다. 처음에는 상담활동은 하지 않고 그냥 엄마들이 캠페인을 했었다. 그런데 캠페인만 하다 보니 사람들이 ‘저건 뭐지’라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고, 일회성으로 끝나버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변화하는 데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폭력이나 가정폭력 가해, 피해 학생들을 직접 만나기 시작했고, 지금은 200개가 넘는 학교에서 생명존중(자살예방), 성폭력 예방교육, 학교폭력 예방교육 등을 반별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경찰청과 교육청과도 연대해 많은 일을 하는데 그쪽에서도 우리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인정해주고 있다. 경찰이나 교육청의 인력이 그리 많지 않은데, 엄마들이 나서서 변화하고, 학교현장에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교육하다 보니 학교폭력이 많이 줄고 있다고 칭찬을 받았다. 또 보호관찰 중인 아이들의 상담도 맡고 있는데, 이 아이들의 재범률이 낮아졌다고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상담을 통해 아이들이 변화하게 된 사례를 하나만 소개해 달라.
-동성 남자 친구를 성폭행해서 성폭행범으로 보호처분 받은 중학생 아이가 있었다. 보호관찰소로 오기 전에 소년원에 6개월 정도 있었던 아이였다. 실제로 동성애자가 아니라, 굉장히 자극적이고 음란한 동영상을 보고 따라한 것이라고 했다. 그 아이의 말을 들어보면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자신을 반기는 곳이 없었다고 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당구장이나 피시방에 가서 노는 것뿐이었지만 그것도 돈이 있어야 하니까 약한 친구들에게 돈을 빼앗아 놀았다고 했다.

이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내게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허공에 대고 욕을 하거나, 바닥에 침을 뱉기만 했다. 같이 앉아 있었지만 전혀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다음에 우린 꼭 다시 만나야 한다는 말만 하고, 악수하고 헤어지자고 하니까 그것조차도 거부했다.
두 번째 만났을 땐, 늦긴 했지만 나와 준 것이 무척 고마웠다. 처음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행동을 했다. 그때 눈물이 났다. 이 아이가 얼마나 많은 어른들에게 상처를 받았으면 이럴까. 이런 행동들이 모두 자기 마음이 아프다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그 아이에게 ‘선생님은 널 이해하겠어. 얼마나 힘들면 이러겠니. 네 마음이 많이 아픈가봐. 상담하는 동안엔 선생님은 오로지 네 편이야. 그러니까 힘든 것을 말해줬으면 좋겠어’라고 이야기 했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울지 말라고 하면서, 처음으로 자기 가족사를 이야기했다.
이후로 꾸준히 이 아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언제 한번은 식당에 갔는데 주인이 나를 알아보고 아이가 누구냐고 물었다. 아들이라고 했더니, 잠시 후 그 아이가 ‘선생님은 내가 부끄럽지 않아요?’라고 했다. 변해가고 있는 너의 모습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이후 이 아이는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정말 평범한 학교생활을 해오고 있다.

이처럼 아이들은 변화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꾸준히 케어해줘야 한다. 아이들이 순간적으로 저지르는 일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처벌하고 벌만 주려 하면 일회성으로 끝나버린다.
지속적으로 관심 갖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원래 학교폭력예방 교육 등 교육활동을 중점적으로 해왔다. 이제는 전문성을 갖추고 가·피해 학생들을 심층적으로 만나서 집중적으로 상담하자는 쪽에 비중을 두려고 한다.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이 대체적으로 피해학생이었던 경우도 많다. 더 이상 피해보지 않으려고 가해학생들 편에 서서 학교폭력에 가담하는 것이다.

때문에 피해학생들도 만나서 이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피해보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상담도 해주고, 집중적으로 멘토활동을 할 계획이다.
또한 패트롤맘이 전국단위조직이긴 하지만 광주지부가 하고 있는 일들이 선진적인 사례가 많아 다른 지역의 패트롤맘에서도 잘 할 수 있도록 자료화하고, 문서화 작업을 하려고 한다.

아이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스스로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공부도 많이 하고, 우리 안의 문제를 우리가 치유해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아이들을 만날 수 있도록 예산과 시간을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실질적으로 필요한 곳에 상담을 지원할 수 있는 상담소도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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