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가 만난 사람-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 후보 은광석 원장을 만나다
시소가 만난 사람-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 후보 은광석 원장을 만나다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6.02.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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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의 희생으로 제도 떠받치는데 한계 있어...불합리한 장기요양 정책 개선
법인시설 대표단체로서 위상 강화...개인시설의 진입장벽 강화
“협회의 투명한 운영과 회원들과의 소통과 신뢰 강화 선행되어야”

노인복지시설을 회원으로 둔 대표단체인 한국노인복지중앙회의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전에 본격 돌입했다.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도전에 나선 은광석 후보를 만나 출마의 각오와 주요 공약사항을 들어봤다.

▲ 은광석 원장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라 들었다. 선거운동에 나서는 각오가 남다를 듯하다.
- 지난 선거 이후 현 집행부가 장기요양의 현안들에 최선을 다해 해결해주기를 바랐지만 3년 동안 오히려 시설의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변하지 않는 답답한 현실, 그 안에서 힘들어하는 원장님들을 만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할 수만 있다면 원장님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출마를 결심했다. 나 자신도 법인시설을 여럿 운영하는 이사장으로서 우리 시설의 문제이기도 했고, 3년 전과 달라진 점은 그간 노인요양서비스연구소(노서연)를 통해 장기요양정책과 수가체계의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해와 든든한 이론적 바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노서연과 노인복지회복실천본부가 공동으로 발주한 ‘원가중심 요양수가 분석을 위한 연구용역’이 시작되었다. 장기요양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현장의 원장님들과 교수진들이 함께 연구에 나선 것이다. 회장이 된다면 연구용역의 결과물을 바로 2017년 수가협상에 활용할 것이다.

▲장기요양의 현실이 마음 아프다고 했다. 밖에서 보기엔 매우 성공적인 제도로 보이는데?
- 지난 7년간의 장기요양제도는 저수가 기조를 유지하며 적은 돈으로 많은 어르신을 모시려는 양심 없는 제도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 즉 요양시설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그 덕에 성공적이라 평가받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한번만 더 생각하면 시설운영이 안정적이지 않은데 어떻게 좋은 서비스가 가능하겠나, 어떻게 좋은 인력이 몰려들겠나, 장기적으로 이대로 가다간 실패한 정책이 될 것이다. 시설의 희생으로 제도를 떠받치는데도 한계가 있다. 지금이 그 임계점이라고 본다. 요양수가만 보더라도 제도 시행 이후 연평균 수가인상은 2%대에 불과하다. 그사이 최저임금은 연평균 6%이상씩 상승했고 물가인상 등등 가만히 있어도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인데 요양수가는 제자리걸음이다. 누적인상률로 비교해보면 요양수가가 오히려 -40%이상 하락한 셈이 된다. 시설들은 수입이 같더라도 인건비며 운영비 부담이 급증했는데, 이런 어려움에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어떻게든 살아보려 노력한 시설들에게 정부는 흑자운영이라며 수가동결의 책임을 시설에게 지워왔다. 즉 비용중심의 수가산출이 가져오는 불합리함을 시설의 탓으로 돌려온 거다. 따라서 비용중심이 아니라 원가중심으로 요양수가 구조를 다시 만들고 다시 계산해내야 한다. 이는 법인시설들의 대표단체인 중앙회가 나서서 추진해야할 핵심 사안이다. 그럼에도 현 집행부는 지난 6년 동안 이와 관련한 움직임을 보인 적이 없다.

▲장기요양제도는 워낙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제도라 수가협상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 회장이 된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노인복지를 대표하는 단체장이자 장기요양위원회의 위원의 자격을 갖게 된다. 회장이 된다면 제도 혁신을 위해 다섯 가지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 첫째, 불합리한 장기요양 정책을 개선하겠다. 많은 시설들이 처벌위주의 현지조사와 과도한 행정처분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인력에 대한 가감산제도 때문인데, 이 부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둘째, 공실률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공실률의 원인은 요양병원과 개인시설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인데 일본처럼 본인부담상한제를 요양기관에도 적용하면 요양병원에의 쏠림을 막을 수 있고 개인시설의 시장진입을 제한하고 법인시설의 안정적 운영을 도모하면 공실률을 급격히 낮출 수 있다. 셋째, 요양수가를 원가중심으로 재산정하고 결과적으로 보건복지부 인건비 가이드라인 수준으로 수가를 인상하도록 하겠다. 더 많은 연구자들과 연대하고 중앙회 산하 노인복지정책연구소의 기능을 부활시켜 정부를 설득할 논리적인 근거들을 확보해나간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넷째, 장기요양위원회 공급자대표가 7인인데 이를 실질적인 공급자로 교체하도록 관련법을 개정 추진할 것이다. 현재는 의료인들이 대거 공급자대표로 참여하는 기형적인 위원회 구성이다. 이 상태로는 서비스 공급기관의 입장을 대변할 수도, 균형 잡힌 제도시행이 가능하지도 않다. 다섯째, 양로시설의 현안 해결이다. 양로는 노인복지의 뿌리이고 자존심이다. 최근에 장기요양에 밀려 주요 현안들이 잘 해결되지 않다보니 2년 전 기준으로 인건비를 받고 있다. 당해 연도 복지부 가이드라인으로 인건비 지원, 요양인력 7인당 1명 및 시설관리인 배치를 꼭 이루어낼 것이다.

▲비전문가인 기자가 들어도 공약이 매우 구체적이란 느낌이 든다. 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협회의 위상이 중요해 보이는데, 결국 회장의 힘은 회원의 힘 아니겠나. 협회 내부 운영에 대한 후보의 복안은 뭔가?
- 그렇다. 정책협상을 잘 하려면 협회내부를 먼저 투명하게 운영하고 회원시설들과의 소통과 신뢰를 강화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의 집행부는 회원시설들의 신뢰를 잃었다. 시설들이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어떤 상황에 있는지 관심조차 없는 것 같다. 현지조사, 행정소송 등 정책과 관련한 갈등상황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렇게 어려움이 생긴 시설들이 나에게 연락해 도와달라고 한다. 몇 년간 소송장을 수정해주기도 하고 다른 시설들의 대처 사례에 대해 알려주기도 했다. 공단이 2년마다 장기요양기관 평가를 하는데 우리 시설이 제일 먼저 평가를 받고 다른 시설들에게 아이디어와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위로라고 봤다. 원장님들의 잘못이 아닌데 모든 문제를 시설 탓, 원장 탓이라 비난하는 제도의 분위기와 중앙회의 무능, 무관심 때문에 상처받은 마음에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한마디가 필요하지 않았겠나. 대부분 시설들에게서 문제가 된 사항은 필요수 인력배치를 가능하게 한 규정 때문이다. 선량한 시설들이 제도가 파놓은 함정에 빠졌고 환수조치, 행정처분을 받았다. 제도의 문제이지 몇 몇 시설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협회 내부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은 무엇인가
- 우선, 법인시설 대표단체로서 위상을 강화할 것이다. 법인시설의 비중을 높이고 개인시설의 진입장벽을 강화하여 차별화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국민 언론홍보를 강화하여 시설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파할 것이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공동정책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법률 개정을 도울 것이다. 둘째, 투명한 중앙회를 만들 것이다. 이사회, 장기요양위원회 회의록을 비롯해 정책 및 운영자료를 공개하고 SNS를 통한 회원 간 정보 공유 및 소통을 강화할 것이다. 각종 자문기구와 위원회들이 조직되어 있는데 더욱 내실 있는 위원회 운영으로 민주적이고 스마트한 소통을 해나갈 것이다. 셋째, 시설들이 겪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협회가 함께 해결해나갈 것이다. 현지조사나 행정처분, 노무관련 등 법률자문과 지원이 필요한 시설을 위해 법률SOS팀을 운영하고, 안전 및 케어사고로 인해 보호자와 갈등을 겪는 시설을 위해 사고대응 119 상담전화를 개설하여 도울 생각이다. 넷째, 요양인력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보조요원제를 도입하고 양성과정 개편, 힐링연수 실시로 인력수준을 향상시키겠다. 현재는 외부교육도 각자 휴가를 내고 가야한다. 직원의 교육연수, 복리후생 등이 근무시간으로 인정되도록 할 것이다. 다섯째, 지방협회를 활성화할 것이다. 간사 인건비를 지원하고 지역별 특성화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후보자의 말을 듣고 보니 이번 선거가 장기요양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선거인 것 같다. 투표권을 가진 회원시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 앞으로 3년이 너무나 중요한 시기이다. 가장 마음 아픈 것은 오늘도 어르신의 삶과 죽음을 지키고 계신 원장님들의 헌신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장님들의 소박한 바람은 다른 걱정 안하고 어르신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해드릴까만 고민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지난 6년의 제도, 지난 6년의 중앙회가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이제 바꾸어야 한다. 중앙회가 회원과의 소통과 투명한 운영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더욱 강력한 리더십으로 정책을 혁신하고 변화시킬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 더 겸손하게 원장님들의 말씀에 귀기울이고, 더 강력하게 정책을 변화시켜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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