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적인 홈플러스 무죄 판결
비상식적인 홈플러스 무죄 판결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6.01.18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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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부상준 부장판사는 지난 8일 경품행사에 응모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팔아넘긴 혐의로 검찰이 기소한 홈플러스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유통업체 홈플러스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경품행사 등을 통해 수집한 2,400만여 건의 고객정보를 여러 보험사에 팔아 231억여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통상 경품행사는 응모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성명과 연락처 정도의 개인정보만 요구하면 된다. 그런데 홈플러스는 생년월일과 자녀 수, 부모 동거 여부까지 적도록 했고, 해당 정보를 기입하지 않을 경우 추첨에서 배제했다.

또 고객이 기입한 개인정보가 경품행사 이외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응모권 뒷면에 1mm 크기의 깨알 같은 글자로 써 놨다.

검찰은 홈플러스가 경품행사를 가장해 악의적으로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한 것으로 보고 홈플러스 법인에 벌금 7,500만원과 추징금 231억 7000만원을, 전 사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이유는 "홈플러스가 응모권에 뒷면에 1mm 크기의 글씨로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표기했기 때문에 고지 의무를 다했다"는 것이다.

이 판결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소비자 권익과 개인정보 보호 강화라는 추세와 맞지 않고 대기업에 면죄부를 준 비상식적인 판결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사설(홈플러스의 1mm 깨알 글씨가 무죄라니,2016.1.12.)도 “뒷면에 ‘관련 정보가 보험회사에 제공될 수도 있다’고 고지했다지만 경품행사 응모 고객 중 몇 사람이나 1㎜의 깨알 같은 글씨를 제대로 읽었을까. 자기 신상정보가 보험회사에 돈 받고 팔린다는 사실을 알면서 정보 제공에 동의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고 비판했다.

1월11일에 검찰은 항소하였고, 13일에 한국소비자연맹,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13개 시민·소비자단체가 1mm 크기의 글자로 작성한 항의서한을 서울중앙지법에 전달했다.

“판사님들은 1㎜ 글씨가 보이십니까.”로 시작한 항의서한에는 대기업의 이익만을 고려한 잘못된 1심 판결을 바로잡고, 홈플러스를 비롯한 기업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거래에 제재 조치를 취하도록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과 각성 촉구가 기재되어 있다.

더구나 이번 판결은 개인정보보호법 제정 이후 유통회사나 보험회사, 카드회사 등 대규모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업계의 정보 수집과 활용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법원의 사실상 첫 판단이다.

2천 여 명의 소비자들도 홈플러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상태이고, 2014년 1월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NH농협카드의 고객 정보 1억 건이 유출된 사건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 무죄 판결을 보면서, 필자는 2014년 1월에 있었던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한 현오석 부총리의 발언을 떠올렸다. 현 부총리는 "어리석은 사람이 책임만 따진다. 금융소비자가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부터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다 정보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라며 고객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하여 나라가 온통 들끓었다.

야당은 "외눈박이 눈에는 두 눈 가진 사람이 비정상으로 보인다더니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외눈박이식 인식"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여당도 "성난 민심에 불을 지르는 발언"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오만한 발상”이라며 현 부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렸고 대통령도 유감을 표시했다.

흔히 사법부를 정의의 최후 보루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사법부는 기울어진 저울이다. 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정부 2015’ 자료에 따르면 사법부 신뢰도는 2013년 기준 27%로, 42개국 가운데 39위였다. 좌익반군과 마약조직이 활동하는 콜롬비아와 비슷한 최하위권으로 한국보다 밑에는 콜롬비아(26%), 칠레(19%), 우크라이나(12%)등 3개국뿐이다.

이렇게 사법부가 불신 받는 이유는 ‘유전무죄’ ‘전관예우’로 대표되는 비상식적, 편향적 판결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요즘 방영중인 드라마 ‘리멤버’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2016년 시무식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심 판단을 바꾸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편향되고 비상식적인 1심 판결을 누가 수긍하겠는가? 사법부 이래서는 안 된다. 제대로 판결하여야 한다. 그래야 정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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