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장애인 가정폭력 피해자, 갈 곳 없다
남성 장애인 가정폭력 피해자, 갈 곳 없다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6.01.14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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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장애인 쉼터 조성 요구 목소리
광주, 인권도시로서 선도적 역할 해야
市, ‘추경 통해서라도 운영할 수 있을 것’

광주시에 남성 장애인이 가정폭력 등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 보호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장애인 쉼터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광주시는 보건복지부 지침이 늦어질 경우 추경을 통해서라도 남성 장애인 쉼터를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애인 쉼터는 장애인들이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인권침해 등의 폭력에 노출됐을 때 가해자와 분리해 심리치료, 의료서비스를 받거나, 법률지원, 생계비 지원 등 복합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여성 장애인을 위한 성폭력 쉼터가 3개, 가정폭력 쉼터가 3개 있다. 그중 광주광역시에 성폭력, 가정폭력 쉼터가 각각 1개씩 존재한다.

한 지자체 내에 두개의 쉼터가 있는 곳은 광주시가 유일하며, 이는 인권도시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쉼터들이 모두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남성 장애인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방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인 가정폭력은 대부분 아내가 남편에 의해 폭행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장애인 가정의 경우 배우자에 의한 가정폭력 보다는 가족이나 친척 등 친인척에 의한 가정폭력 사례가 많다.

또한 남성 장애인이 가정폭력에 노출된 건수가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실제로 2014년 장애인 가정폭력 관련 상담건수 중에 24%가 남성이었고, 2015년에는 27%로 늘어났다.

여성 장애인의 경우 성폭력 또는 가정폭력을 당했을 때 쉼터로 들어가 가해자와 분리되고,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남성 장애인은 그마저도 이용할 수가 없다.

고스란히 가해자와 같이 살아가야 하고, 분리해서 나온다고 해도 전문적인 쉼터가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남성 장애인 쉼터의 필요성은 지난 2014년 파문이 일었던 ‘신안 염전 노예 사건’으로 인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신안 염전 사건 피해자들 중 몇 명이 광주의 장애인 상담소로 왔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상담이나 치료를 하는 남성 장애인 쉼터가 없다보니 그룹홈 형식으로 이들을 보호할 수밖에 없었다. 그룹홈이 남성 장애인 피해자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신안 염전 사건 이후 보건복지부도 남성 장애인 쉼터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안을 통해 학대 피해 장애인을 보호하고, 종합적인 사후지원을 위해 ‘학대 피해장애인 쉼터’를 지방자치단체장이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한 장애인학대 관련 범죄자는 10년간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거나 취업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지난해 하반기에 전국적으로 4개의 피해 장애인 쉼터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피해자의 심신회복을 위한 의료적 지원이나 법적지원이 굉장히 미비하고, 해당 시설 종사자가 사회복지 자격증만 있으면 지원할 수 있는 체계다 보니 피해자들에 대한 전문적 지원이 어렵다는 평가다.

▲김민선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 소장
김민선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 소장은 “보건복지부가 시범운영한 것은 전적으로 인권피해자들을 위한 쉼터가 아니라 기존의 단기 보호센터로 운영되고 있는 곳을 인력만 더 지원·확대한 것에 그친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더 이상 가해자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비밀보장이 중요한데, 기존의 단기지원센터를 확대한 것이어서 피해자 낙인이 찍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소장은 “광주가 인권도시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인권도시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하면,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을 찾아주는 것이 기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남성 장애인들을 위한 피해자 쉼터가 절실히 필요하며, 인권도시 광주가 나서서 모범적으로 이 일을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가족부는 매년 장애인 상담시설에서 이뤄진 지원이나 상담 등의 운영실적을 보고 받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는 남녀비율을 나눠서 보고 받고 있는데, 그만큼 여성 장애인뿐만 아니라 남성 장애인에 대한 문제도 파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의 여성 장애인 성폭력 쉼터는 남구에 2005년 생겼고, 여성 장애인 가정폭력 쉼터는 서구에 2009년 생겼다. 10년 전부터 여성 장애인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보호조치 노력은 있어왔지만, 남성 장애인에 대해서는 남성이라는 이유로 보호가 소홀히 돼 왔다.

광주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위기 쉼터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지침이 내려올 것이고, 지침이 내려오면 거주시설로 하려고 준비 중이다”며 “남성이든 여성이든 공동거주시설로 할 것이고, 지침이 내려와야 예산이나 임금 문제 등을 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가 인권도시로서 선도적으로 해나가야 하지 않겠냐는 물음에 “위기 쉼터에 대한 복지부의 지침이 늘어진다면(예산 문제 등으로 못한다고 하면) 추후에 추경을 통해서 시비로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광주시가 인권도시로서 남성 장애인 쉼터 조성에 앞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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