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가파른 변화를 선도할 혁신도시를 만들자
세계의 가파른 변화를 선도할 혁신도시를 만들자
  • 이민원(광주대교수, 전 청와대 국가균형발전위원장)
  • 승인 2015.12.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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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원(광주대교수, 전 청와대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세계경제가 도도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경제가 한국을 힘들게 만드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제 한국은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거나, 그 흐름에 동승하지 못하면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압사당하는 참극을 맞이할 뿐 별다른 수가 없어 보인다.

2008년 세계경제 이후 미국이 찍어낸 엄청난 돈은 세계의 주식가격, 채권가격, 부동산가격을 올리면서 세계경제를 떠 받쳐왔지만 이 상태를 더 이상 방관했다가는 앞으로 발생할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거품, 주가 거품 등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미국 금리 인상은 곧 닥쳐올 것이고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금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중국의 움직임도 심각하다. 성장에 올인했던 중국은 지금 너무 많은 물건을 만들어내어 과잉공급에 시달린다. 성장은 주춤하고 그 여파는 중국에 물건을 팔아야 하는 우리나라에 직격탄으로 날아온다. 또한 우리가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소위 중국의 수입대체산업의 성장으로 우리나라 물건을 수입할 필요를 느끼기 못한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의 어려움에 한몫하고 있다. 엔화가 극단적으로 하락하여 저렴해진 일본물건의 수출이 잘 되면서 우리나라 물건이 수출되지 않는 것이다. 유럽도 미국금리인상 가능성으로 자금이 빠져나가 온통 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유럽에 물건을 수출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렇게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워지고 있다. 문제는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미국은 그간 제조업 보다 서비스업 중심으로 승부해오고 있었으나 원래 원천기술이 강한 나라다. 그리고 정보통신분야의 최강국이다. 이제 미국은 강한 원천 기술과 정보통신분야를 결합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산업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유럽, 특히 독일은 원래 제조업이 극히 강한 국가다. 요즘 추세인 정보통신 분야에는 취약하지만 이를 보강하여 미국처럼 정보통신과 제조업을 결합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산업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은 14억에 육박하는 엄청난 인구를 토대로 자국민을 상대로 경제를 이끌어가는 내수경제로 급격히 방향을 선회하는 중이다.

소득인상으로 내수능력을 다진 후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품들을 자국민에게 판매하여 차세대 산업의 선두자리를 다지겠다는 생각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다져온 고품질 부품소재 산업의 면모를 더욱 강화시키고자 해외로 빠져나간 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여 강한 제조업 국가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이 국면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세계경제에서 우리의 가능한 역할은 무엇인가. 세계경제는 원래 미국이 제품개념을 설계하여 물건을 만들어내면, 독일이 그 물건을 최고수준으로 완성시키고, 일본은 그 제품의 부품을 만들고, 우리나라는 그 부품을 이리저리 조합하여 새로운 제품을 제시하고, 중국은 한국이 제시한 새로운 제품을 싸게 만들어 파는 구조였다.

앞으로 남이 고안한 부품의 조합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의 위상은 이미 부품 조합단계를 뛰어 넘었다. 이제 곧 중국이 우리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출현하는 이 시점에서는 적어도 일본의 부품생산 단계에서 미국의 새로운 제품개념 설계의 단계까지를 넘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근래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지방 전역에 걸친 혁신도시의 탄생이다. 각 지역 마다 향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전략 분야를 선정해 그 분야의 공공기관을 입지시켰다. 공공기관과 대학, 그리고 지자체가 새로운 산업에 실험적으로 도전할 기업을 양성하고 이끌어주어야 한다.

따라서 혁신도시의 첫째 사명은 국내의 새로운 산업을 선도하는 것이다. 산업을 선도하는데 있어서 선결조건은 지식과 경험의 축적, 과학기술계 대학의 뒷받침,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번창, 그리고 글로벌화이다. 하지만 우리의 혁신도시에는 지식과 경험의 축적이 없다. 아직 과학기술계 대학의 활약도 기대하기 어렵다. 새로운 산업 생태계는 아직은 많이 기다려야 한다.

혁신도시의 두 번째 사명은 혁신도시에서 이룬 성과를 전국에 걸쳐 확산하는 일이다. 성과를 확산하는데 있어서 선결조건은 성과의 축적, 지자체간 상호협력, 기업 간 상호협력, 정부와 지자체의 연계 등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성과의 축적시간이 아직 너무 부족하고 상호간에 협력하는 훈련이 전혀 되어있지 않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과제가 떠오른다. 1)새로운 개념을 선도할 만큼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니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산업계의 지대한 관심이 요청된다. 2)기초 과학기술에 강한 대학투자가 필요하다. 3)기업의 경험축적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법이니 기업의 경험축적을 지원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4)경험이 일천하면 경험 많은 선진 현장과 어울리는 방법이 권고된다. 따라서 글로벌화를 지향해야 한다. 선진국의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우리와 연계시키고, 우리의 인재를 선진국의 경험과 지식에 참여토록 해야 한다.

왜 이렇게 해야하는가? 이제 혁신도시는 우리의 거의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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