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와 횡령 의혹으로 낯부끄러운 조선대 학생회
비리와 횡령 의혹으로 낯부끄러운 조선대 학생회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12.02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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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보과대 학생회, 총동연 등 간부장학금 비리 논란
보과대 비리 대자보 이후, 제보 꼬리 물고 이어져

▲조선대학교 보건과학대학에 붙었던 대자보 일부
지난 11월10일 조선대학교 SNS 페이지인 ‘대나무숲’에 익명으로 제보 하나가 들어왔다. 제보자는 학교에 붙어있던 대자보 내용이 충격적이라 제보한다며 대자보 사진 3장을 게시했다.

대자보에서 자신을 보건과학대학에 재학 중이라고 소개한 이 학생은 “조선대학교에 만연해 있는 학생회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양심고백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대자보를 붙인 이유를 밝혔다.

대자보는 학생회 관련 J씨와 대자보를 붙인 학생(A)의 대화내용으로 시작한다.

J씨는 A씨에게 “A야, 장학금 받을래?”라고 물으며 한 달 뒤에 장학금이 들어갈 텐데, 받으면 총학회장에게 조금만 보내줄 수 있냐고 제안했다. A씨는 무슨 장학금인지도 모르고 자신이 장학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거절했지만, J씨는 학생회 도와줘서 받는 장학금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며 자신을 믿고 계좌 연결됐는지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다.

장학금이 지급된 이후 J씨는 A씨에게 “돈 들어온 거 270만원을 보내주고, 10만원은 용돈하라”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기분에 어이가 없고 화가 나 280만원 전부를 이체했다. A씨는 “저와 비슷한 사례를 가진 학우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어 우리 대학에 좀 더 깨끗한 학생문화가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게시글이 올라온 이후 비슷한 내용의 제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경상대학과 총동아리연합회(총동연), 미술대학 내에서도 이러한 비리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총동연의 경우 학생회장 M군과 부회장 Y양이 간부장학금 및 공금을 횡령한 것이 문제가 되어 횡령한 금액을 반납하고, 징계위원회가 꾸려질 계획이다.

M군과 Y양은 2015년도 1학기 근로장학금을 받아야 할 실제 간부들 대신 자신의 지인들을 내세워 대리 수령했다. 또한 LTC(Leadership Training Camp:동아리 회장 및 부회장이 참석하는 리더십 함양 프로그램)진행에 필요하다며 3만원씩 회비를 걷었지만 어디에 사용되었는지는 오리무중이다.

한편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해 열린 총동연 주최 청문회에서 Y양이 “이런 ‘관행’은 단과대학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이번 일도 동아리 여러분이 이해해주셔야 한다”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논란에 대한 기사가 실린 조선대학교 신문사에서 발행한 ‘조대신문’이 학교 곳곳에 비치된 직후 일부 단과대에서 모조리 사라지는 사건도 발생해 의혹이 증폭되기도 했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조선대 총학생회는 “(이번 사건들은)학생회 간부들에게 지급되는 간부장학금과 국가장학금 제도가 겹쳐 중복혜택을 받고자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발생했다”며 “간부장학금 지급 기준을 강화하고, 학생 감사기구를 설치해 학생회 전반에 대해 감시하고 견제하는 학생회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조선대학교 내 학생회 비리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 모임인 '더 조은대'는 지난달 27일 조선대 후문 헌혈의 집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감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조선대학교 내 일반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지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SNS상에서 확산된 조선대 학생회 문제를 지적하는 학생들이 모인 모임인 ‘더 조은대’는 지난 27일 조선대학교 후문 헌혈의 집 앞에서 학생회 비리 문제 해결을 위해 공신력 있는 감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더 조은대’의 김신영(23) 학생은 “이번 사건들이 SNS에 게시된 후 올라온 댓글들이 놀랐다거나 화가 난다는 반응보다 ‘드디어 터졌나’라는 반응이 많았다”며 “그러던 중 온라인 상에서 몇몇의 사람들이 익명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더라. 이런 사람들이 모여, 이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할 사람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더 조은대’가 만들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양은 “더 조은대는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대학생들이 온라인에서만 이야기하고 오프라인에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은 어느 정도 위험성이 있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욕 들으면서라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다른 사람들도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계속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논란이 된 학생들에 대한 처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또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체적인 조사와 감사가 필요하다”며 “조선대 내부에서 자정될 수 있기를 원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조선대학교 2015학년도 예결산안에서 간부장학금 명목으로 책정된 예산이 9억2천만 원이다. 현재 논란이 돼 조선대 학생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보건과학대와 총동아리연합회의 횡령금액은 이 9억2천만 원 중 일부 금액에 불과하다. 이밖에 얼마나 더 많은 비리와 부정, 횡령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한번 터지기 시작한 의혹과 제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대학교와 조선대 총학생회, 그리고 기타 관련 단체들의 진상조사 및 향후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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