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시대 광장문화12 광장, 어떻게 살릴 것인가
소통의 시대 광장문화12 광장, 어떻게 살릴 것인가
  • 정인서 김다이 기자
  • 승인 2015.11.17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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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이 목적지가 되기 위한 몇 가지 조건들
예산 들여 벌이는 행사보다 시민 접근성 높여야
▲ <광주문화도시계획>은 '광장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통해 행정기관에서 이벤트성 공연행사 등을 벌이기보다 시민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스토리텔링 요소 찾아내 SNS 확산효과 시도도
누구든지 철퍼덕 앉아서 이야기하고 노래하는 곳

광장은 트인 공간, 열린 공간으로서 누구든지 자유롭게 즐기며 소통하는 공간이다. 그 광장은 크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얼마나 찾고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인가에 따라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현장탐방을 했던 스페인의 경우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나는 랜드마크가 될 만한 건축물이나 상징적인 조형물이 있거나 다른 하나는 광장 주변으로 사람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가게들이 위치해 있는 것이었다.
즉 건축물이나 조형물 그리고 가게들이 조화를 이루는 광장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기에 적합하다. 결국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장소이다. 장소가 만들어지려면 사람이 모여야 하고 사람이 모이는 목적지가 되기 위해서는 랜드마크적인 조형물이나 가게 등이 필요하다. 특히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카페나 식당 등이 눈길을 끌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국내의 광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취재진은 서울, 세종, 부산, 포항, 울산 등 국내 주요 광장에 대한 현장 취재를 했다. 스페인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우선은 자연스럽게 삶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서울의 광화문광장이나 시청앞광장은 어떠했던가. 이들 광장은 여유롭다기보다는 주로 시위자들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우리나라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만한 공간이 없어서 생겨난 문화현상의 하나라고 하겠다.

▲ 파리 몽마르트언덕을 내려오는 길가에 야외 카페가 있어 조그만 심터 역할을 하고 있다.
광장은 왜 시위공간으로 전락하는가

유현준(2015)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광장은 누가 만들고 어떤 사람들이 사용하는가에 초점을 뒀다. 광화문광장은 정치가의 눈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광화문대로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넓고 기다랗게 대리석 도시형 광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세종대왕상을 크고 위엄하게 꾸몄다.
정치가의 의도대로 사람들이 찾았다. 하지만 그곳은 아름다움도 없고 여유도 없고 지나가는 곳에 불과했다. 건축구조를 바라보는 눈으로 보면 그곳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없다. 그래서 시위장소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광화문광장은 세종대왕이나 광화문을 배경으로 셀카사진이나 찍는 것 외에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질문을 던져보면 답은 자명하다.
특별한 광장으로 만들기 위해 유럽처럼 돌로 포장한 광장 주변의 도로는 자동차의 소음만 높였다. 별다른 콘텐츠가 없는 광장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소가 되거나 세월호 사고 이후 시민들의 주장을 담는 공간으로 채워질 뿐이었다.
서울의 시청앞광장도 마땅히 사람이 자유롭게 즐기기보다는 주로 시위나 행사 성격의 이벤트만 벌어질 뿐이다. 시청앞광장은 주변으로 차도만 있고 광장 주변에는 대형 빌딩만 있을 뿐 광장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이 없다. 사람들이 쉽게 건너오지도 못한다. 그래서 행사 때마다 임시 매점 판매대를 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시위공간으로 전락한 광장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광장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에게 광장문화가 없었기 때문일까. 우리나라의 대도시에 있는 대부분의 광장에는 행사는 있어도 사람은 없는 곳이 아니던가. 아직 이른 감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광주 도청앞광장, 즉 문화전당앞 광장도 마찬가지다. 도시의 발달로 광장 주변은 속도감 있는 도로로 전락했고 문화는 없어졌다.
우리에게는 예로부터 장터에 마당이 있었고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그곳에서는 사당패의 공연이 벌어졌고 시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구경하며 놀았다. 김홍도의 그림에서도 씨름판 주변에서 엿을 파는 아이들이 모습도 보인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한때 마당과 같은 광장이 있었던 것처럼 유럽의 광장과 같이 다시 사람들이 모이길 기대한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광장 주변의 건물 1층에서 차 한 잔을 즐기며 광장에서 놀고 있는 여러 모습들을 볼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문화전당앞 광장이 이런 여건이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 광장 한쪽에서 바닥에 파스텔로 미키마우스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자유롭다
문화전당에 5개의 광장이 있다

10일 양림동 515갤러리에서 광주의 문화정책을 토론하는 모임인 <광주문화도시계획>의 집담회 자리에서 ‘광장, 어떻게 살릴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정인서 광주서구문화원장이 말문을 열었다. 광주에는 교통광장은 많아도 제대로 된 사람 중심의 광장은 없었다면서 이제야 제대로 된 광장, 문화전당앞 5.18민주광장이 처음 생겼다고 말했다. 물론 버스터미널 유스퀘어광장도 있지만 이곳 역시 행사 중심에 그치지 않는다. 5.18민주광장은 광주민주화의 상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광주의 브랜드로서 관광자원이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모아져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널따란 공간이 아니라 시민의 광장으로 재미를 찾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지탁 전 광주시립미술관장은 광주시가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 마련되어 있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광주는 U대회 때 빛의 도시라고 말하면서도 제대로 된 예술적 빛이나 도시경관에 있어서의 빛을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는 시가 어떤 의지를 갖고 접근하는가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헌기 호랑가시나무창작소 대표는 빛의 도시라는 점에 제동을 걸었다. 광주는 빛에 대해 지나친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1980년 무렵부터 등장한 빛고을이란 용어가 영향을 미쳤다. 광주는 빛에 대한 근원이 없는데도 광산업을 유치하고 빛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아트를 벌이는 등 아직은 역부족이라고 했다. 그래서 다른 도시의 사람들을 만나면 광주의 빛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들을 때가 많았다고 했다.

정인서 원장은 문화는 역사 속에서 이어오는 것이지만 또 새롭게 탄생되는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제부터 빛이 광주의 상징이고 문화적 자산으로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도시건 지역 리더의 역할과 결정력이 도시 발전이나 변화를 가져온다. 프랑스의 리옹이 빛의 도시로 변모를 가져온 것도 불과 30여년에 불과하고 영국의 리버풀이 비틀즈의 도시가 되고 1999년에 시작된 리버풀비엔날레는 도시에 의한 도시를 위한 축제로 도시재생의 성공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더욱이 리버풀은 40만명의 인구에 행시 기간 동안 백만명 이상이 찾아오는 곳이라고 한다면 성공한 비엔날레라고 덧붙였다.
박선정 전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은 아시아문화전당에는 5.18민주광장을 포함하여 계단형의 아시아문화광장과 잔디광장 등 5개의 광장이 있다. 모두가 열린 공간으로 문화예술의 어떤 분야든 어울려 활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파리의 퐁피두센터 앞 광장을 보면 그곳은 시민이나 관광객이 즐기러 오는 곳이다. 누군가는 마술을 하며 누군가는 스탠딩개그를 하고 한쪽에서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그 옆에서 다른 작가가 캔버스를 펴놓고 작품을 판다.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가라고 설명했다.

▲ 광장 한쪽에서 둥그런 악기를 놓고 공명소리를 내며 연주하는 모습이 보인다.
정치가의 눈보다 시민의 눈으로

정헌기 대표는 도청앞광장, 즉 5.18민주광장에 대한 활용 문제를 이야기했다. 5.18광장의 분수대가 보수되어 가동 중이다. 그런데 단순히 물만 뿜어져 나올 뿐 70년대 디자인 그대로여서 미디어아트를 활용하는 워터스크린이라든가 음악분수와 같은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지 않나라는 생각이다.
김정희 지역문화교류재단 운영위원장은 광장은 인위적으로 이벤트행사를 벌인다고 해서 사람이 모인다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세상은 자연발생적이어야 더욱 사랑스럽고 정겹다. 이제 전당이 본격 개관하기 때문에 전당의 광장도 시민과 아시아의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기까지 시간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몇 년이 걸릴지라도.
정헌기 대표는 최근 주말에 벌이고 있는 행사는 프리마켓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런 일들을 3억이나 달하는 예산을 들여 벌이면 활성화가 된다고 생각하는 행정편의적인 발상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것은 광주시가 도시 전체를 놓고 바라보는 도시의 계획성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승찬 515갤러리 관장은 우리가 새집에 이사를 가면 보통 가구를 몇 번쯤 배치해보고 집도 새롭게 정리한 뒤에 시간이 흘러야 익숙해지지 않는가라고 질문했다. 마찬가지로 문화전당도 이제 본격 개관을 앞둔 시점에서 수많은 자리배치와 운영에 따른 갈등을 겪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문화전당을 운영하는 전당장의 역할이 클 것이고 시장이 광장에 대한 철학이나 이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이었다.
서비스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주)가치같이 대표는 정치가의 눈에서 보는 정치적 공간이 아니라 시민의 눈으로 보고 활용하는 광장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광주의 광장을 유럽과 같이 주변공간을 배치하고 의자를 내놓거나 하는 물리적 접근보다는 시민들이 필요한 광장을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적인 시민들의 공간 활용이라는 것이다. 문화전당앞이라고 해서 반드시 문화예술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지금 보면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동호인들이 이곳에서 무리지어 연습하고 놀고 있는 것도 바로 광주문화의 새로운 모습인 것이다. 그런 가운데 누군가 음악이나 그림을 그리는 행위들이 어우러지는 쉼터로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파리 퐁피두센터 광장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햇빛과 함께 한낮의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다.
김정희 위원장은 광장이든 특정 공간이든 사람들에게 내놓을 때는 그곳에 이야기가 담겨있다면 좋을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공간 특정의 대상이 이야기가 있다면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올리거나 페북에 공유함으로써 확산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들은 토론을 통해 광장은 행정에서 이벤트 행사를 벌이기보다는 시민들에게 맡겨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현재로는 횡단보도가 부족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됐다. 지하로 숨겨놓은 전당 설계의 의도와는 다르게 행사 때마다 광장에 몽골텐트를 치는 부조화도 문제라고 했다.
광장은 광주시가 행사를 벌이는 곳이 아니다. 시민의 광장으로 그들이 사용하다 보면 정착이 된다는 것이다. 현재 문화전당앞 광장은 누구든지 철퍼덕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즐길 수 있는 광장이 되어야 한다. 끝.

▲ 광장 한 쪽에 자유롭게 가벼운 그룹댄스를 추는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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