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여론 형성 과정에 대하여
정치적 여론 형성 과정에 대하여
  • 윤장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언론학 박사과정
  • 승인 2015.11.1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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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난민정책과 한국의 국정교과서 사태를 보며

▲윤장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언론학 박사과정
요즘 독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슈는 난민문제이다. 증가하는 난민 수와 더불어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날씨는 이들의 생사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치인들의 해외순방과 외교적 논의들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TV와 신문지면에는 난민 캠프의 소식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현재 독일에서 난민문제가 뜨거운 이슈라면, 한국에서는 국정교과서 사태가 심각한 문제이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논란은 교육 분야의 논쟁을 넘어, ‘종북 좌파’의 정치적 문제로 확산되었다.

필자는 독일과 한국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이러한 정치적 이슈를 통해, 양국의 정치적 여론 형성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서로 다른 사회의 정책들을 비교, 분석하는 과정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러나 난민문제와 국정교과서 문제를 통해 드러나는, 개별 사회의 정치적 활동 과정은 양국간의 유사하면서도 너무나 상이한 정치적 여론 형성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정부 정책 국민 여론수렴 우선해야

먼저, 독일과 한국은 모두 선거 민주주의 국가이다. 국민들은 투표를 통해 정치적 대표자를 선택한다. 물론 투표 행위 이외의 정치적 활동은 극히 제한되거나, 협소한 게 사실이다. 둘째, 각 국가에는 표현의 자유가 법으로 보장되었다. 국가는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절차가 있고, 국민들은 이 절차를 통해 국가에 의사를 전달한다.

이 같은 제도적 공통점은 양 국가를 민주국가로서 인식시킨다.(이 글에서는 선거 민주주의와 민주국가에 대한 개념 논의를 피하고자 한다.) 분명, 제도적 공통점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활동 과정에서 나타나는 각 국가의 정치적 역학관계, 즉 국가와 국민의 정치적 행위 내용은 판이하게 다르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론을 잘 수렴하는 것이다. 난민정책과 국정교과서 문제에서 독일과 한국정부는 국민들의 의견을 묻게 된다. 돌아오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민주국가로서 국가를 운영하는 이들의 근본적이며 당연한 과정이다.
그러나 이때, 나타나는 정치적 메커니즘이 있다. ‘어떤 정책을 어떻게 공론화 할 것인가?’ 즉 ‘정치적 여론 형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독일의 난민정책은 서유럽으로 밀려들어오는 난민들의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모색이다.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생사를 신속히 대응해야 할, 당면한 과제이다. 독일정부는 인권보호를 주장하며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국민의 48%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난민정책이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39%만이 옳은 정책으로 평가한다. 정부 여당인 기민(CDU)/기사연합(CSU)의 지지율은 38%로 지난 2013년 총선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총선에서 의회 진출이 불가능했던 자민당(FDP)과 독일대안당(AfD)은 각각 5%, 6%로 의회진출을 위한 지지도를 확보했다. 난민정책에 대해 찬반집회가 거리에서 충돌하고, 유럽사회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극우단체들과 세력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당과 언론은 당면한 난민문제에 끊임없이 해결방안을 찾고자 노력한다. 그 노력에는 독일 자국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모습이다. 실제로 국민들이 우려하는 사회복지 예산의 축소, 불안정한 노동시장 그리고 세금 인상에 대한 가능성 등 다양한 문제의식이 있다. 정부부처와 언론사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한다.

국정교과서, 불필요한 정치적 일탈행위

독일연방통계청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인구수를 지적하며, 2060년도에는 약 1,300만 명 축소될 것을 예상한다. 독일경제연구소는 오히려 난민유입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0.25%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독일연구재단들은 “난민문제를 긍정적으로 공론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난민문제로 지지율이 상승하는 사민당(SPD)과 녹색당(GRÜNE) 의원들은 극우주의자들의 집회를 더욱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언론은 난민정책의 문제와 방안들을 집중적으로 보도한다. 당면한 정치적 문제가 무엇이며, 정치집단이 주장하는 새로운 정책의 당위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회구성원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는지 엿볼 수 있다.

한국의 국정교과서 문제를 살펴보자. 국정교과서 논란은 도대체 무엇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모색인지 불분명하다. 초,중등교육법 제29조(2013년 개정)는, ‘학교에서는 국가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거나 교육부장관이 검정하거나 인정한 교과용 도서를 사용하여야 한다’. 그리고 세부 법률 내용으로 ‘교육부장관은 교과용도서의 내용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국정도서의 경우에는 이를 수정하고, 검정도서의 경우에는 저작자 또는 발행자에게 수정을 명할 수 있다’.

필자가 현행 교육법을 이해하는 바로는, 이미 국가는 국가가 원하는 방향의 역사교과서를 제작, 수정할 법적 근거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의 역사교과서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지금, 또 다시 국정교과서 사태로 불필요한 사회적 긴장은 고조되었고, 여,야 정치인들은 온통 국정교과서 찬,반으로 올인하고 있다.

국정교과서 사태와 같은 전체사회의 불필요한 정치적 일탈행위는 한국 사회에서 자주 등장한다. 정치집단이 일정한 정치적 테마를 국민들에게 던지고, 이를 통해 사회 구성원간의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종북 좌파’ 논리와 동일한 정치적 메커니즘으로서, 너와 나를 구분하려는 의도이다. 이러한 세력구분은 사회계급(계층)에서 정치적, 사회적 집단까지 서로를 대립시킨다.

51%의 국민이 박근혜대통령을 선택했고, 나머지 49%는 원하지 않았던 사회였다. 국정교과서 사태를 통해, 이를 선두 지휘하는 몇몇 정치인들과 부총리 그리고 교육부장관은 찬사와 비난,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인들과 정당은 자신들의 지지율을 재확인하며 정치적 여론 형성에 매진한다.

사회내 보수와 진보는 또 다시 충돌하고, 돌아오는 선거를 위해 자신들의 세력을 분명히 확인하게 된다. 문제의 사태보다 정치적 여론을 형성해 가는 과정이 더욱 천박하다. 이미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주입되는 한국역사는 자신들이 나열하고자 하는 내용으로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국정교과서 사태의 전부이다.

정치적 이슈, 지배자들이 선택하고 관리해

한 사회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이슈는 그 사회가 지닌 역사적, 문화적 관계에서 출발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등장하는 정치적 이슈들은 지배자들에 의해 선택, 관리되는 있다. 즉 자신들의 필요에 의한 정치적 아젠다가 전달된다.

물질적 지배자들은 언제나 그 사회의 지배적 사상들을 통제, 관리했다. 한 사회의 지배적인 물질적 힘은 동시에 그 사회의 지배적인 정신적 힘이다. 사실, 독일도 한국도 동일한 사회 구조이다. 다만, 한국의 물질적 지배자들이 지배적인 정신적 힘을 가하는, 즉 정치적 여론 형성 과정은 독일 사회보다 훨씬 조야하다.

물론 난민문제로 인해 독일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갈등과 긴장은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물질적 지배자들의 사상들로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독일의 물질적 지배자들은 향후 독일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그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 역사교과서가 국정교과서로 발행되어도 그 내용은 예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단지 한국사회는 또 한 번의 정치적 일탈행위를 반복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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