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62) 김가연 문화콘텐츠기획그룹 RAU 대표
100명과의 대화(62) 김가연 문화콘텐츠기획그룹 RAU 대표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11.11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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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청년 문제에 대한 고민 있어야
국정화교과서 사태 이겨낼 만한 콘텐츠 개발 필요
자발적 요구에 의한 기본적 보육시스템 갖춰졌으면
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김가연 대표를 만나기 위해 운암동의 한 카페를 찾았다. 그녀는 청년으로서, 문화교육콘텐츠 기획자로서,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 자신이 평소 생각하던 바를 씩씩하게 이야기했다.
그녀는 친한 친구들과 비슷한 시기에 출산을 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출산과 동시에 경력단절여성이 되는 것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녀의 말처럼 현재 우리 사회는 출산 이후 여성들이 돌아갈 자리가 많지 않다. 또한 보육의 문제도 여성들의 발목을 잡는 것 중의 하나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예순두 번째 순서는 김가연 문화콘텐츠기획그룹 RAU(라우)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만약 당신이 광주광역시장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나.
-사실 윤장현 시장을 만들어준 그룹은 청년층이고, 청년들도 감정과 분위기에 휩쓸렸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기엔 청년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광주청년들을 잘 건드린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 유대회와 함께 열렸던 세계청년축제만 봐도 과연 이 지역 청년들에게 어떤 대안을 줄 수 있는 축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광주지역 청년들이 단순히 연예인을 보기 위해 그 축제를 기다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역 청년의 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야하죠. 10억이라는 돈이 즐기는 것으로 끝나버렸어요. 광주지역 청년들의 참여도도 그리 높지 않았고요.

준비기간이 짧았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도 있고, 이런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의 답이 될 수밖에 없어요. 광주의 모든 정책들에 돈이 들어가는데 결과는 나와야하고, 결과적으로 책임은 기획자에게 가는 것입니다. 기획자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했지만, 관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관은 안전적인 대책과 자신들이 생각하는 범위 안에서 혁신적인 것을 원합니다. 오히려 돈이 조금 들고, 규모가 작은 축제나 행사의 경우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요. 하지만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책임져야 할 것도 많고 시민들의 관심도 많다보니 새로운 시도보다는 위험요소가 적은, 뻔하지만 안전한 기획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최근 국정화역사교과서가 논란이 되고 있잖아요. 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있지만, 작은 곳에서 아이들에게 지역의 역사를 알려줄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서 현장에서 느낄 수 있도록 교육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민주주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가르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국정화교과서는 통탄할 일이지만, 통탄만 하고 있을 순 없습니다. 광주시나 광주시교육청에서 이 사태를 이겨낼 수 있을만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나라가 잘못됐다고 모두가 손 놓고 있을 순 없잖아요. 민주인권이 무너져가고 있는 대한민국 안에서 깨어보자는 인식이 생겼으면 좋겠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응집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하남2지구 김봉호 가옥에서 진행되는 '농가의 사계'. 농가의 사시사철 먹거리 만들기 프로그램이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바라는 점이 있나.
-제가 아이를 가질 당시 정말 친하게 지낸 친구 5명이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가졌습니다.
저는 저의 사업장이 있었기 때문에 출산 후에 돌아갈 곳이 있었지만, 친구들은 각자 직장이 있었음에도 아이를 낳음과 동시에 경력단절여성이 돼버렸어요. 능력 있고 활발하게 활동하던 친구들이 바로 경력단절여성이 돼버리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운암동에 광주시 육아종합지원센터가 있습니다. 거기에서 시간제 보육이라는 것이 있는데 맞벌이 부부의 아이를 한 달에 80시간씩 보육해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곳에도 선생이 별로 없다보니 하루에 9명 이상의 아이를 받기가 힘듭니다. 실제로 운영되기 힘든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것이죠. 따라서 시에서 육아보육종합지원센터를 확대한다면 교사들의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여성들이 쉽게 일을 구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기기 어렵다는 점도 작용하거든요.

분명히 실질적으로 현실에서 일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여성들은 많습니다. 광주가 문화도시로 바뀌어 가고 있는데 문화인력 중에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꽤 높습니다. 하지만 그 여성이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는 동시에 경력단절여성이 되면, 문화도시로 나아가는데 있어서도 브레이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제대로 커야 지역 안에서 새로운 인재들이 만들어지는 것이잖아요. 어릴 적에 받은 상처들이 성장과정에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따라서 광주에서 보육 받은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최근 성미산 마을을 갔는데 공동주택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사는 주민들이 품앗이 교육을 시작했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어요. 그 공간을 시에서 마련해줬다고 합니다. 시에서 공간을 마련해주되 운영되는 모든 책임을 시에서 질 필요는 없어요. 일단 보육교사가 들어오면 부모들이 나머지 부분을 부담하는 것이죠. 아이들을 안정적으로 보육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정도 금액부담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시에서 완벽하게 시스템을 갖추려 하지 말고 공간과 보육교사 지원 정도의 시스템만 갖춰줬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시스템을 만들면서 커뮤니티를 만들라고 할 것이 아니라 부모들의 자발적인 요구가 있을 때 만들어줘야 나중에 다른 말이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이 공간은 아이가 어릴 땐 보육공간으로서 기능을 하고, 아이들이 크면 방과 후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이제는 교육이 도시중심이 아니라 마을중심으로 돌아가는 추세입니다. 마을을 만드는 힘은 아이들에게 있고요. 마을공동체 안에서 또래집단을 만나 어울리면 자연스럽게 부모들도 어울리게 되고, 그러면 마을공동체가 살아날 것입니다.
경력단절여성에게는 일자리가 생기면서, 아이들에게는 인성교육도 되고 긍정적인 마음과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진 진취적인 아이들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윤장현 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상원 열사 생가가 광산구에 있는데, 생가와 관련해 디자인 연구사업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생가 벽담에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열사가 했던 말이 적혀 있더라고요.
그래서 남편과 ‘5·18 같은 민주화운동이 다시 일어난다면 어디에 있을 것 같나’라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남편은 쉽게 대답하지 못하더라고요. 나라가 잘못하고 있어 뒤에서 통탄하고 있지만, 앞에 나서지 못하는 사회가 됐다는 것이 부끄럽더라고요. 선조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지키지도 못했고, 오히려 후퇴하고 있잖아요. 우리 사회가 퇴보해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이런 잘못된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진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윤장현 시장이 ‘시장으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장으로서 광주에서 돌아가는 모든 일을 알 수는 없겠지만, 이것만은 절대 놓치고 가면 안 된다는 신념이 있어야 합니다. 시민들이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정말 잘했다’고 칭찬할 수 있어야 하죠. 청년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 ‘청년시장’이랄지, 복지사각지대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 ‘복지시장’이랄지 이런 타이틀을 달 수 있지 않을까요. 하나라도 제대로 담을 수 있는 욕심을 부렸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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