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시대 광장문화11.‘광주에 광장문화는 있는가’ 질문한다면
소통의 시대 광장문화11.‘광주에 광장문화는 있는가’ 질문한다면
  • 정인서 김다이 기자
  • 승인 2015.11.1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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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 이름값 위해서도 생활연장선으로 활용
창조활동이나 벼룩시장 등 자연발생적 시민공간
▲ 아시아문화전당 앞에 광장다운 모습을 갖춘 5.18민주광장, 광주에 광장문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와 시민의 삶을 연결해주는 소통공간이어야

광주 시민들에게 “당신은 광주에서 광장(廣場)을 가본 적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뭐 대답은 두 가지일 것이다. 가본 적이 ‘있다’와 ‘없다’이다.
그렇다면 이때의 광장은 어느 곳을 말할까? 광장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광장과 그럴 수 없는 교통광장이 있다. 광주에는 그동안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쓸 만한 광장이 없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우선 사람들이 모이기 힘든 장소인 교통광장은 백운광장, 농성광장, 대인광장 등과 같은 곳이 있다. 그런데 이곳은 이름만 광장일 뿐이다. 교통광장이기 때문에 차량통행을 위해 좀 넓은 공간을 의미할 뿐 여기서 말하는 ‘광장’의 개념과는 다르다.
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기 전의 도청앞광장도 교통광장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5.18민주화운동 때 모든 광주시민들이 모였던 상징적인 장소였다. 또 시민들이 모이기 좋은 중심지였기 때문에 그동안 가끔 도로를 차단하고 대중집회나 공연, 축제 등을 벌이곤 했다. 광장의 역할을 했다고나 할까!
이 도청앞광장을 중심으로 충장축제와 같은 대규모 축제 등이 열렸는가 하면 구도청에 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면서 공식적인 전당 개관을 앞두고 주말마다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경우는 금남로3가까지 광장의 사용 개념이 확대된다.
이 도청앞광장의 정식 명칭은 5.18민주광장이다. 이곳은 8,287㎡ 크기로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업 기본조례에 따라 지난 1998년 사적지로 지정되었다. 5.18 당시의 상무관, 분수대, 최근 돌아온 시계탑 등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금은 이 광장이 분수대를 중심으로 차로와 별도의 공간으로 분리되어 이제 시민들이 언제나 모여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 유스퀘어광장에서의 클랙식음악회
시청앞 광장 활용가치 높일 아이디어 모색

또 하나의 광장을 굳이 든다면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앞에 있는 유스퀘어광장이다. 지난 9월에는 제17회 한국청소년영화제가 열렸고 광주시립국악단의 버스킹 공연, 제10회 빛고을 청소년 춤 축제, 생활무용대회, 댄스스포츠대회, G-POP 페스티벌 등이 열렸다. 때로는 성매매 근절 이미지 포스터전이나 저출산 극복을 위한 국민참여 사진전 등과 같은 계몽행사가 펼쳐진다.
주말이면 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나 축제 등이 펼쳐지곤 한다. 어쩌다 한 번 가보면 무척 재미있는 작은 공연 등이 펼쳐진다. 요즘 갈 데 없는 청소년들의 끼를 마음껏 펼치는 무대 역할을 하고 있다.
전남대나 조선대와 같은 대학에도 광장이라고 이름 붙인 곳이 있겠지. 그곳에서 젊은 대학생들의 축제나 다양한 행사를 벌이곤 한다.
아! 광주광역시청 앞에도 광장이 있다. 시 청사 입구로 들어가는 왼쪽 편에 잔디광장이 있고 그곳을 지나면 휴게공간이 마련된 쉼터와 통행로가 있는 나무와 잔디가 깔린 공원 같은 느낌의 공간이 시의회 청사 앞까지 펼쳐진다.
시청사 5층 옥상으로 올라가 전경을 봤다. 널찍한 공간이다. 번화한 상무지구와는 동떨어진 공간, 4차선의 큰 도로가 연결을 막는 환경, 주변에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여건 등이 없다. 결국 시청앞 공원 같은 잔디광장은 점심 무렵 시청 공무원들이 지나가는 통로로만 쓰일 뿐 평상시에는 사람들이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
광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윤장현 시장이 이 잔디광장을 어떻게 시민들에게 돌려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시청 1층 로비를 ‘시민숲’으로 만들어 다양한 공간활용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과 같은 시민광장으로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잔디광장은 조경이 잘된 편이다. 지난 여름에는 열대야 무더위를 식히려는 주민들에게 시청이 텐트촌으로 개방한 ‘열대夜 놀자’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시민들에게 텐트도 빌려주고 주변을 돌 수 있는 자전거도 대여하고 하루 두 차례씩 영화상영도 하고 광장에서는 작은 콘서트도 여는 등 바쁘고 지쳐가는 여름의 일상탈출을 꿈꾸게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광장에는 분수대가 기본이다. 최근 빗물가든 조성공사를 하면서 분수대를 철거한 것이다. 물은 가장 인간친화적인 생명의 상징이다. 유럽의 어느 도시를 가도 크고 작은 광장에는 반드시 다양한 분수가 있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시의회 청사를 지나면 시청사 서쪽 문화광장에는 야외음악당이 있다. 무대 크기는 258㎡이고 객석은 이동식으로 2,000석 정도라고 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큰 음악회를 펼쳤던 곳이다. 때로는 건강걷기대회나 나무 나누어주기, 바자회, 벼룩시장 등이 열리기도 하고 기독교나 JC 등에서 대규모 모임을 갖기도 한다.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공간이다.

▲ 광주광역시청앞 잔디광장의 전경, 그러나 시민들이 사용하는 광장으로서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형 광장의 공간, ‘마당’ 복원을

다시 원점부터 말해보자. 5.18민주광장, 유스퀘어광장, 시청앞광장을 우리는 광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광장은 어떤 특정 행사가 열릴 때만 사람들이 모이거나 때로는 동원(?)되기도 한다. 실제로 이 광장에 시민들이 흥겨워서 자연스레 흘러들어가 노는 모습을 보기가 극히 힘들다.
이번 기획취재를 위해 스페인 현장에서 본 광장과 같은 모습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와 같은 대도시의 광장은 물론 이동 중에 발견한 아주 조그만 마을의 광장과는 다른 분위기라고 하겠다.
물론 한국과 스페인의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지만 세계가 한걸음으로 가까워진 현실에서 외국 관광객이나 국내 관광객을 겨냥한 광주만의 차별화된 광장문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또한 문화도시 광주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삼삼오오 모여 음악연주를 하건, 비보잉을 하건, 그림을 그리건, 연극을 하건, 자연스러운 모습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에게는 옛부터 놀이를 펼치는 마당이라는 것이 있었다. 마당은 마치 서구의 공연무대와 같은 곳으로 한국적인 열린 무대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마당은 집안 마당이 있는가 하면 마을의 장터에서 조그만 공연을 펼칠 수 있는 마당을 들 수 있다. 마당극은 그래서 무대극에 상대되는 야외극이지 않던가.
오소협(2013)은 ‘서구식 무대와 한국식 마당(Madang) 무대’라는 글에서 “마당이란 개념은 특정 장소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같이 뒤섞여 놀 수 있는 옥외의 장소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차라리 ‘광장’이라는 단어보다는 우리말의 ‘마당’이라고 한다면 어떤가 싶다. 5.18민주마당, 유스퀘어마당, 시청앞마당이라고 한다면 더 친근한 감이 들기도 한다. 마당은 상호 소통의 공간이며 공동이 소유하는 생활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임진택(1980)은 “마당이란 말에는 개인의 소유보다는 공동의 소유라는 의미가 숨어 있고, 마당이란 현실의 일부이며, 생활의 연장인 장소이자 상황이므로 마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진행 중인 사건에 주로 관심을 쏟는다.”고 했다.

▲ 유스퀘어광장의 사물놀이 모습
광장, 주변 건축물 등과 어울려야

이은기(1999)는 ‘르네상스 광장과 미술, 그리고 정치이념’에서 “광장은 도시와 인간의 삶을 연결해주는 공간이다”고 했다. 유럽에서의 광장은 13~14세기에는 대개 교회앞 광장이 넓혀지고 시장 역할을 하며, 시청앞 광장이 공식행사를 하는 장소가 되었다.
15~16세기 르네상스 때는 광장에 조각상을 배치하는 등 계획적인 공간으로 변했고 시민의 시선이 모이는 곳이면서 소문의 근원지 역할을 하는 소통 공간, 정치적인 공간의 역할을 했다. 특히 광장의 주변 건물들은 문을 크게 하거나 발코니보다는 창문을 아름답게 해서 광장 주변을 보기 좋게 만들었다.
현대의 도시형 광장은 중세와는 다르다고 할지라도 기본적인 관점은 비슷하지 않겠는가. 광장 하나만 잘 꾸민다고 효과적이지는 않다는 얘기다. 광장의 주변 건물들이 색상이나 창문디자인 등에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우리의 ‘광장’은 사람들이 모이고 즐기며 사회문화를 형성하는 소통의 공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발전연구원의 박상필(2012)은 ‘도시활력의 중심공간, 광장만들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도시의 광장은 길이 만나는 비어있는 공간으로 다양한 활동이 모이고 퍼져 나가는 결절점이다. 최근의 도시 광장은 다양한 활동이 모여, 융합하고, 창조적 활동을 촉발시키는 중심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의 퀸시 마켓과 광장, 미국 포틀랜드의 파이오니어 광장, 프랑스 몽펠리에 코미디 광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선진사례를 볼 때 융합형 광장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융합형 도시광장 중심의 공간정책 개발·추진을 위해 시범광장을 조성해 점진적 확산을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광주에 아직 이런 역할을 하는 광장이 없는 형편이다. 광장이건 마당이건 광주에는 이런 즐거움을 주는 곳이 없다. 문화전당앞 5.18민주광장의 효용가치는 이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관 위주의 동원형 행사나 대다수 시민들이 무관심한 행사가 연이어 벌어질 뿐이다. 이벤트성 집단 소통만 이루어질 뿐 다양한 소통이 없다는 지적이다. ‘문화적 현상’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문화라든가 소통을 위해 접근하기에 좋은 장소성으로서 아직 부족한 감이 든다.
그래서 우리에겐 제대로 된 광장문화가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광주시는 국비 지원을 받아 아시아문화전당이 있고 5.18광주민주화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던 금남로(1~3가)와 문화전당앞 광장을 연결하는 보행환경 개선사업을 통해 광주명품길 사업을 추진했다.

금남로 지하상가 연계 활성화 필요해

윤장현 광주시장은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지난 3월 조선대 정기석 교수를 총괄계획가로 위촉하고 디자인자문단회의, 금남로광장 워킹그룹회의 등을 통해 문화전당앞 광장과 금남로를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는 시민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문화전당앞 광장은 충장로와 예술의 거리를 사이에 둔 대형 건물이 있는 광주의 상징적인 대로이다. 이를 교통광장으로서의 역할과 시민의 다양한 소통광장으로 활용하는 데 따른 다양한 사례를 충분히 제시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광장은 또한 둘러싸고 있는 주변에 실핏줄처럼 얽혀 있는 길들이 서로 만나고 헤어지는 결절점의 구실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구상은 어렵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유는 금남로 지하상가 상인들이 반대한다는 것이다. 최근 토요일 오후에 벌이고 있는 차없는 거리 행사처럼 상례화한다는 구상이었지만 상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차없는 거리의 문화행사와 지하상가를 연결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로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한 문화전문가의 구상처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머리를 맞대었으면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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