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영대회 반납하는 게 맞다
세계수영대회 반납하는 게 맞다
  • 박호재 주필/시민의소리 부사장
  • 승인 2015.11.0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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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가 2019년에 열릴 세계수영대회를 치르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정부가 수영대회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광주시는 지금 죽을 맛이다. 사채에 쫓긴 사람처럼 국제수영연맹에 올해 분 개최권료 300만 달러의 지급시기를 한달간 연장해줄 것을 요청하고 처분을 기다리는 중이다.

광주시의 처지가 참으로 옹색하고 궁벽해졌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세계 수영대회는 정부 지원 없이는 사실상 치를 수가 없다. 대회 개막까지는 앞으로도 2000억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그만 접기도 난감하다. 그동안 대회 유치와 개최권료로 분할 납부한 돈이 무려 100억원에 이른다. 대회를 반납하면 100억원은 고무신 한짝 남기지 않고 연기로 사라져버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광주시는 세계수영대회를 포기해야 한다. 시민들 앞에 염치없을 일이지만 100억원 아깝다고 경기도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판에 시민들의 궁핍한 호주머니에서 2000억원을 긁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소신 밝히기를 주저하는 지역 언론들이 당정이 힘을 합해 예산 반영에 최선을 다 하라는 주문을 하고있지만,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여야가 서로 짱돌을 들고 대치하는 판에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는 무뇌아적인 요구일 뿐이다. 속은 쓰리지만 대회 반납이 맞다. 결론은 그렇다 해도 짚고 넘어갈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사태의 책임은 따져야 된다는 얘기다.

우선 티케이 정권의 독선과 오만에 치가 떨린다. 정부문서 위조에 대한 패널티 성격의 예산 전액 삭감이라지만 옹졸하고 무책임한 처사다. 이미 그 문제는 해당 공직자가 형사처벌을 받았고, 지금의 시정부는 그 당시 사고 책임과는 무관한 새로운 집행부다.

광주시의 행사라기보다는 국가 브랜드가 걸린 국제행사를 '뒤끝 행정' 으로 발목을 잡겠다는 심보가 상식 밖이다. 티케이 지역에는 제돈 쓰듯 폭탄예산을 몰아주면서 호남 예산은 빌미만 생기면 깎아보겠다는 지역 패권정권의 악마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다.

이 지역 국회의원들도 매를 된통으로 맞아야 싸다. 자신의 지역구 예산 몇 억 챙겼다고 SNS에 뻔질나게 자랑 질을 치면서 8명이나 되는 광주권 국회의원들이 광주시의 국제수영대회 추진 내년 예산 46억원을 확보 못했다 하니 이해할 수가 없다.

당정협의가 부실했는지, 무능해서인지, 무책임해서인지는 자세히 살펴봐야 알 일이지만 이유와 경과가 어떠하든 쪽팔릴 일이다. 그러니 지역 국회의원 전원 물갈이설이 나오지 않고 배기겠는가.

광주시도 시민들의 손가락질을 비켜날 수 없다. 국제수영연맹에 개최권료 지급을 한달만 연기해달라고 사정해야 할 촉박한 상황에 몰릴 때까지 무엇을 했느냐는 의문이다. 빨간불이 켜져도 진즉 켜졌을 텐데 깜깜속으로 지내다가 낭떠러지 앞에 서서야 심각성을 밝히는 행태가 시민들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전임 시장의 일이었다는 식의 핑계도 옹색하다. 영 그릇된 결정이었다는 판단이 섰다면 일찌감치 용단을 내렸어야 할 일이지 위기가 눈앞에 닥치고야 지난 민선시장의 책임 운운하는 일은 비루해보이기 까지 한다.

이번 세계수영대회 낭패는 한마디로 옹졸한 정권, 무능한 시정부, 무책임한 지역 국회의원들이 만든 삼각 파도에 난파한 사태에 다름이 없다. 그나저나 대회반납이 최선의 선택이긴 하지만 허공에 사라져버릴 시민 혈세 100억원이 너무 아깝긴 하다. 자신들 지갑에 든 돈이었다면 그렇게 방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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