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 전당’ 건립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되었다. 전당 건립은 사업주체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입지선정과 관련해 ‘지역 건립 안’은 배제한 채 ‘서울지역 건립 안’만을 고수해 10년 넘게 표류해 왔었다.
또한 ‘서울지역 건립’도 적당한 부지를 마련할 수 없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박원순 서울시장의 결단으로 남산에 있는 ‘옛 안기부 터’를 리모델링하여 전당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었다. 대충 1,300여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한 예산도 240여억 원의 리모델링 비용이면 충분해서 정부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이 와중에 광주와 마산이 서울에만 전당을 건립하는데 적극 반대하므로 추진이 난관에 봉착하자, 그 대안으로 서울․광주․마산에 삼각 축으로 동시에 전당을 건립하는 협상안이 나오게 된 것이다. 광주와 마산의 건립비용을 각각 500억 원 정도로 계산하더라도 정부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다고 우리는 판단했다.
드디어 2013년 11월 27일 국회에서 사업주체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그리고 마산유치추진위원회, 광주유치추진위원회의 합의로 서울․광주․마산에 동시에 전당을 건립한다는 합의문에 서명하고, 향후 국제적 연대 구축을 위해 역할을 분담하는 문제까지도 검토되었다.
정부는 그동안 전당 건립에 대한 단일안을 가져오면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주장하였기 때문에 우리가 도출한 합의문에 따라 당연히 예산이 편성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2014년 초부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이사장 선임 문제로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어 예산 작업은 전혀 진행되지 못하고 말았다.
그동안 광주시는 전당 유치를 위해 범시민단체 중심의 유치위원회를 구성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여러 차례 간담회를 하였고, 국회도서관에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전개하였다.
광주시는 전당 건립이 시급을 요할 경우 시청 부근의 시유지를 활용하고,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광주교도소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광주교도소 부지의 경우 부근의 땅을 더 매입해 광주인권센터와 청년학생들을 위한 유스호스텔, 그리고 광주민주주의전당을 건립할 구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문화전당을 중심에 두고 망월민주묘역을 참배한 청년학생들이 유스호스텔에 투숙하고, 그곳에서 민주주의 체험을 한 후 아시아문화전당으로 나가는 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것이었다.
2012년만 해도 법무부가 광주교도소 부지에 구치소를 짓겠다는 생각으로 부지 전체를 무상으로 양여하는 부분에 난색을 표했지만, ‘오월 사적지’에 구치소를 건립한다는 이 발상은 시민사회의 반발로 무산됐고, 대신 광주시가 대체 부지를 제공할 예정이어서 잘 처리될 것으로 믿는다.
최근에 광주교도소가 삼각동으로 이전하여, 이제 예산만 확보되면 광주교도소 이전 부지에 ‘한국 민주주의전당’은 세워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합의문을 작성한 지 2년이 다 된 지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합의 내용과 다르게 다시 서울지역에 한국 민주주의 전당을 건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또다시 서울에만 전당을 건립하겠다는 망령이 되살아났으니, 우리는 이 망령과 또다시 힘겨운 싸움을 시작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