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새 교도소로 이전을 완료한 광주교도소는 대한민국 민주화역사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서울에 서대문형무소가 있다면 광주에는 광주교도소가 있다. 서대문 형무소는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을 고문하고 사형을 집행했던 곳이었고, 해방이후 서울구치소시절에는 민주화운동 인사들을 수감했던 곳이었다.
광주교도소는 또한 80년 5월 항쟁의 주역들이 갇혔던 곳이고, 민주화운동을 이끌던 수많은 양심수들이 옥고를 치렀던 곳이다. 무등산 타잔의 사형이 집행됐던 곳이기도 하다.
서대문형무소는 1987년까지 서울구치소로 이용됐다가 1988년부터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으로 개관한 뒤, 대대적인 성역화 과정을 거쳐 지금은 독립과 민주주의의 현장으로서 대국민교육의 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광주교도소가 46년간의 역사를 뒤로하고 이전을 완료한 이 시점에서 이전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남은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원칙은 명확하다. 서대문형무소가 역사관으로, 상무대가 5․18 공원으로 시민의 품으로 되돌려졌듯이 광주교도소 또한 시민에게 돌려지고 공유되어야 한다.
이미 민주인권평화 콤플렉스를 조성해서 5․18의 역사적 상징적 공간으로 활용하는 마스터플랜도 잡혀있고, 이에 대한 지역사회의 컨센서스도 이뤄져 있다.
5․18 사적지인 교도소 일부는 원형대로 보전하고, 인권교육훈련센터와 평화기념공원, 인권미술관 등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유스호스텔도 계획 중인데, 교도소가 아시아문화전당과 망월동 국립묘지, 가사문화권을 잇는 벨트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전당을 찾은 관광객들과 학생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필자 또한 학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김대중대학원대학교 설립을 제안해서 기본계획에 반영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법무부의 ‘솔로몬 로파크’ 유치 노력이 진행 중에 있다. 유치에 성공한다면 콘텐츠 보강과 조성비용 절감과 같은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콘텐츠 보강을 위한 노력은 현재 진행 중이다. 필자는 콤플렉스 부지 내에 현재의 낡고 유명무실한 시립도서관을 뛰어넘는 도서관을 건립하자는 제안을 놓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집담회를 열 예정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이전부지 무상양여에 있다. 정치권과 광주시가 정부를 상대로 무상양여 관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주무부서인 법무부와 기재부는 아직까지 서로 핑퐁 중이다.
프랑스는 방치되고 있던 철도역을 오르세 미술관으로 개조해서, 매년 360만명이 방문하는 세계 10위의 미술관으로 발전시켰다. 쓰임새가 끝난 공공목적의 시설물을 시민이 향유하고 공유할 수 있는 또 다른 공공시설물로 변화시켜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정부 측에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