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생물다양성 위한 물 확보, 어떻게 할 것인가
습지생물다양성 위한 물 확보, 어떻게 할 것인가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10.29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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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저류형 녹지·일시 저류 통한 물 관리
광주시, 물 순환체계 복원 위한 물 관리정책 변화
거버넌스 통한 통합형 물 관리 시스템 필요

광주시가 습지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건전한 물순환도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7일 오전 광주광역시청 1층 행복나눔드림실에서 ‘광주광역시 습지생물다양성 국제세미나’가 ‘수달이 사는 푸른도시, 광주’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광주전남녹색연합, 광주환경운동연합, 광주생명의숲 등 환경시민단체가 주최했으며, 광주전남녹색연합과 광주광역시의회 환경복지위원회가 주관해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광주 습지보전 및 관리 방향 논의

이번 세미나를 주최 및 주관한 광주전남녹색연합의 정은진 상임대표는 “지난 6월과 9월에 습지포럼을 두 차례 가진데 이어 오늘은 습지생물다양성을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갖게 됐다”며 “이번 세미나는 광주지역의 7개 시민단체와 광주시의회가 공동으로 국제세미나를 마련해 광주지역 습지 보전 및 관리의 구체적인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광주가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변화해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진숙 광주광역시의원은 “이번 세미나에서 광주시의 물관리 방향에 대한 초석이 되고 향후 민관거버넌스를 통해 여전히 진행 중인 하천생태복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이어서 하랄드 좀머(Harald Sommer) 독일 엔지니어링 공학박사가 ‘독일의 도시 물순환과 습지생물다양성을 위한 하천생태복원’이라는 주제로 주제발표를 했다.
좀머 박사는 다양한 예를 들어 독일의 물순환 체계에 대한 설명을 해나갔다.
좀머 박사는 비가 왔을 경우 다시 증발해 하늘로 올라가는 물, 땅 속으로 스며드는 물, 지면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의 양이 균형을 이뤄야 하지만, 개발로 인해 콘크리트 지면이 늘어나면서 균형이 깨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환기했다.

그는 베를린에서 저류형 녹지를 조성하고 일시적 침투를 통해 도시의 가뭄과 홍수를 예방하며, 물을 배송하는 방식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저류형 녹지는 잔디 뿐 아니라 교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는 지어진지 17년된 공동주택을 예로 들며, 일시저류 방식을 통해 비가 많이 올 경우 하수관으로 바로 물을 흘려보내지 않고,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방식으로 물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빗물 흘려보내면 돈 더 내는 ‘빗물하수도 요금제’

또한 주택이나 빌딩 옥상에 녹화를 시키고, 지하 주차장 상부에는 인공지반으로 녹화돼 있는데, 그 옆에 물이 침투할 수 있는 공간에는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확보돼 있다.
이는 주택이 일시적인 댐 역할을 하는 기술로서, 우리나라에도 적용 가능한 기술이라고 밝혔다.

독일이 이처럼 물 순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독일인들의 의식이 깨어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빗물하수도 요금제라는 제도 때문이기도 하다. 독일의 하수도 요금은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수도를 쓴 만큼 내는 방식이 아니다.

독일은 수도를 사용하거나, 배출하거나, 비를 받아 순환시키는 등의 활동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요금이 매겨진다. 지대의 면적이 넓어 비를 많이 흘려보내면서도, 비를 순환시키려는 장치를 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더 많은 수도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좀머 박사가 예를 들어 설명한 베를린의 세 개 공항 중 하나인 템펠호프(Tempelhof) 국제공항의 경우 빗물하수도 요금제로 인해 매달 30만 유로의 요금을 내야했다. 따라서 공항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강우를 모두 침투시킬 수 있도록 설계하고 전문가 그룹과 함께 시공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베를린 포츠담플라츠(Potsdamer Platz)는 우리나라의 판문점처럼 동독과 서독이 나눠질 때 군사분계선이 위치한 곳이다. 개발이 되지 않고 있다가 개발하는 과정에서 물순환 빗물관리 시스템을 적용했다. 포츠담플라츠 근처의 호수가 댐 역할을 해서, 넘치는 물이 수로로 들어가도록 했다.

또한 옥상을 하나의 댐처럼 만들어 일시적으로 가두었다가 하수도의 물이 순차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기상청의 강우예고 시스템과 저류조 물관리 하수처리장이 연계해 비가 많이 올 것 같다고 기상예측이 되면, 저류조의 물을 미리 빼내 관리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좀머 박사의 주제발표에 이어 고현종 광주시 생태수질과장이 ‘광주광역시 영산강, 광주천 물관리현황과 정책’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고 과장은 먼저 광주시의 하천현황, 수질상태, 오염원 등을 설명했다. 그는 “2020년까지 BOD계수를 낮춰 수질을 개선하려는 목표가 있다”며 “목표수질 달성을 위한 수질개선사업으로 하수관거정비, 하수처리장 방류수 강화, 마을하수도 건설 등이 있다”고 밝혔다.

광주시, 빗물침투 및 저류시설 전역 확대 계획

그는 “광주시가 그린빗물인프라 체계 구축, 빗물·중수도 등 물 재이용 확대, 강우시 월류하수처리시설 설치, 물순환 수변도시 조성사업, 불투수면적의 최소화, 비점오염원 관리 강화 등 물 순환체계 복원을 위해 물 관리정책이 변화하고 있고, 사업이 확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린빗물인프라조성사업의 경우 내년부터 2020년까지 272억 원을 들여 빗물침투 및 저류시설을 설치한다. 2016년엔 월드컵 경기장 유역 외 1개소에 설치되고 2017년부터 광주시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으로 권경호 한국먹는물안전연구원 도시물순환연구센터장이 ‘시민참여형 물순환도시 광주광역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 8월에 프랑스 부부가 9살짜리 아들과 여행을 갔는데 길을 잃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물은 0.5리터 생수병 2개뿐이었다. 결국 남은 두 모금을 아이에게 먹이고 부부는 죽었다”며 “물은 대체 자원이 없는 자원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며 운을 뗐다.

권 센터장은 세미나 원고를 통해 광주시의 물순환도시 정책 수립방향을 5가지로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정책방향을 살펴보면, ▲‘광주광역시 물순환 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 수립 ▲‘광주광역시 하천유역 물순환 협의체’ 구성 ▲경제적 인센티브를 통한 자발적 참여 유도 ▲다분야 협업-시민주도형 물순환 시범사업 실시 ▲물순환 지도 작성 등이다.
하지만 시간관계상 그가 제시한 정책 방향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이뤄질 수 없어 아쉬웠다.

빗물 잡아 놓을 수 있는 고민 있어야

이어진 토론에서 임동욱 호남대 교수는 “우리가 물관리정책을 하게 되면 우선 독일이나 미국의 사례를 보는데, 환경적 요인을 먼저 살피고 나서 가져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광주는 1,180m 높이의 무등산이 있어 동고서저(東高西低)인데, 비가 내리게 되면 무등산에서 영산강 하구둑까지 하루 만에 내려가 버리는 구조다”며 “집중강우가 내리는 7~8월에 어떻게 이것을 잡아놓고 연중 나머지 시간에 내려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합리적인 것”이라고 제언했다. 따라서 빗물을 10월부터 6월까지 분산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광주시가 더 고민하고 정책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박경희 녹색연합 사무국장은 권경호 센터장을 향해 “시민사회단체에서 거버넌스를 통한 통합형 물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를 해오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행정 각 과에서 하는 고유업무들이 어떻게 통합적으로 운영될 것인지, 좋은 방안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권 센터장은 “시민단체는 시민과 가까운 존재임이 틀림없고, 민원을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광주시의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처 간에 협의해서 어느 지역의 유출수를 이만큼 줄이자는 목표를 설정하고, 담당자들이 인센티브를 받아 부처 간 협력으로 공동목표를 달성하는 틀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전승수 전남대 교수가 “이번 세미나는 철학을 배우는 시간, 근본적인 원천을 들여다보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며 세미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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