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내년 선거만 보고 산다
우린 내년 선거만 보고 산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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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여! 전남이여! 어디로 가는가.

시도통합을 둘러싸고 지역사회가 다시한번 격론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광주와 전남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이유로 정치인들의 무책임을 꼽는 목소리가 가장 높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이들은 심지어 자식들만큼은 앞으로 광주·전남에서 살게 하지 않겠노라며 극단적인 회의감마저 표출하는 이들도 있다.

'선거용' 고재유 허경만 시도통합
현실성 의문 명분쌓기
책임떠넘기다 '부메랑"
광주국회의원 "관여않겠다" 무책임


"현실적으로 시도통합은 어렵다고 본다"(허경만 전남지사) "될수도 있고 안될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재유 광주시장)

될지 안될지도 모르고 사실은 안될 가능성이 더 많은 일을 하겠노라고 추진하고 있는 시장·도지사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마음은 착찹하다. 한마디로 지역 여론은 시장·도지사가 이토록 무모할 수 있는지 반문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그들이야말로 안될지도 모르는 일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영웅(?)일지도 모르지만 책임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는 지적이다.

결국 시장·도지사의 책임떠넘기기는 부메랑이 되어 다시 자신들에게 되돌아가고 있다.

허경만 지사는 고재유 시장에게 공을 넘겼지만 전남도의회 차봉근의장, 민주당 전남도지부 천용택 지부장, 목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전남서남권 주민들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이들이 한결같이 도청이전이라는 이미 결정된 사항을 번복하려 한 허지사의 무책임을 공박하고 나섰다.

고 시장은 더욱 난감한 처지다. 시의회에 넘겼던 공을 다시 떠안았기 때문이다. 시의회가 21일 의장단회의를 통해 고시장이 이미 할 수 없다고 표명한 주민투표를 먼저하라는 요구를 받은 것.

광주시의회 이형석 운영위원장은 "시도통합을 추진하려면 시도가 분리돼서 경제적 행정적인 측면에서 역기능이 발견돼 이를 해소한다는 차원의 논리여야 하는데 도청이전문제를 이유로 든다는 것은 궁색하다"면서도 "시도통합을 하려면 주민투표를 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위원장은 이어 "시도통합이 되더라도 보통시로 강등되지 않도록 국회에서 특별법이나 특례조항을 만든다면 정부나 한나라당이 과연 수용하겠느냐"며 "주민투표를 할 때 시도통합에 따른 광주시의 예산, 행정, 중앙지원측면 등 불이익을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제 공은 다시 고 시장에게로 넘어갔다. 고 시장이 당초 자신의 주장을 굽혀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일이 남았다. 그러나 주민투표를 실시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난제다.

먼저 광주시민들이 통합을 찬성하더라도 보통시로 강등되지 않도록 특별법이나 특례조항을 만드는 조건으로 통합을 원할 경우 과연 누가 그것을 책임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당연히 국회의원들인데 광주지역구의원들은 소극적이다. 강운태의원(남구)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정작 21일 광주지역 국회의원 기자간담회에서 전반적인 분위기는 "강의원의 의견은 개인적인 것이며 정치적 아마추어"라고 일축했다.

박광태의원(북갑)은 이 자리에서 "광주시만 특별하게 대우하는 법을 제정할 경우 한나라당에서 가만 있겠느냐"고 말한 것.

그러면서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만약 특별법을 만들 상황이 되면 그때가서 논의하면 될 것"이라며 "그 이전의 일은 시장·도지사와 시·도의회가 할 일이다"고 밝혀 시도통합논의에 당분간 간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시도통합을 한다면 정말 특별법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과 시의회에 논의를 맡긴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회의원들과 시의원들의 관계<본지 3월19일자 보도 참조>를 감안하면 이날 국회의원들의 입장은 무책임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민주당 전남도지부 천용택지부장이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시도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오는 24일 전의원 간담회를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는 입장에 비춰봐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상황은 결국 도청이전과 시도통합을 둘러싸고 정치인들중에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는 이들은 많지 않다는 반증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만큼 시도통합문제가 현실성이 많지 않다는 점과 함께 복잡한 문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도지사가 시도통합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한시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내년 선거용이라는 것이 한결같은 분석이다.

광주시는 물론 전남에서도 어쨌든 도청이전 반대여론이 있는 상황에서 이번의 시도통합 추진은 내년선거에서 재선과 3선을 노리는 고시장과 허지사는 "나는 할만큼 했다"는 명분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고시장과 허지사를 '정치9단'이라고 추켜세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치가 그러한 것인가.

그렇다면 시도민들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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