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시철도 2호선, 하려면 제대로 하라
광주 도시철도 2호선, 하려면 제대로 하라
  • 이민원 광주대 교수, 광주도시철도 포럼 준비위원장
  • 승인 2015.10.2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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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지하철을 건설하는 사건을 두고 오랫동안 논란이 지속되어왔다. 건설하자는 주장의 전제는 ‘미래의 엄청난 교통지옥’이다. 또 하나의 전제는 ‘교통지옥 해결이 정책 우선순위 1위’이라는 것이다.

건설하지 말자는 주장의 전제는 ‘건설비와 유지운영비가 과다하여 감당할 수 없음’이다. 역시 또 하나의 전제는 ‘교통지옥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발생한다고 해도 교통문제가 광주시 최우선 순위 과제가 아니다’이다.

당시 광주시는 부득부득 우겨서 지하철 1호선을 건설했고, 당시 반대 입장이었던 필자는 심지어 당시 호남의 중견 건설사 사주로 부터도 ‘지하철 건설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을 추궁당하는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그 결과는 모두 아시다 시피 수요예측의 20%에도 못 미친다.

광주시는 다시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건설해야 한다고 부득부득 우기기 시작했다. 1호선 승객이 적은 이유는 2호선이 없어서라는 다소 그럴듯한(?) 이유와 이미 빛이 바랜 ‘교통지옥’을 다시 위협 카드로 들고 나왔다. 필자는 다시 반대의 입장에 섰다.

수많은 다른 이유는 차치하고, 이제 앞으로 광주시는 1년에 도시철도 적자 보전에 750억, 시내버스 지원에 400억, 택시지원에 170억, 순환도로 적자 보전에 100억을 지출하여 얼추 1400억이 넘는 돈을 교통비 지원에 사용할 것이다. 이 돈은 광주시가 자체적으로 연간 쓸 수 있는 돈의 거의 절반이다. 이건 상식의 범위를 너무 벗어난다.

광주시에 새로운 시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또 다시 2호선 건설이 쟁점이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2호선 건설로 결론이 났다. 그렇게 굴러가는가 했더니 2호선 건설비를 축소 보고하여 정부로부터 편법으로 허가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미 허가 받은 ‘지상고가’ 방식을 ‘지하건설’ 방식으로 바꾸면서 3,000억의 비용증가가 있었는데도 1659억만 증가한다고 보고하였다는 것이다. 애초 허가 받은 예산의 10%를 넘겨서 계획을 변경하면 정부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므로 이를 피하고자 2,000억 미만으로 비용초과를 축소했다는 해석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어떤 사안을 두고 찬반양론이 격돌했을 때 해법은 둘 중 하나를 선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안을 선택하드라도 그 반대편 안을 주장하는 측의 이유도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절충안으로 타협한다. 간혹 자신의 안을 채택한데 대한 미안함으로 자신의 주장이 추구하고자 했던 목적을 잃어버리고 반대편 주장의 목적을 더 중시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그 어느 측의 목적도 달성할 수 없다.

2호선을 건설하려 했던 초심은 교통지옥 해소, 시민교통편의 극대화 등이었다. 반대하는 측의 초심은 비용감당 불가, 교통완화 효과의 미미 등이었다. 지금 2호선 건설 계획을 들여다보니 반대편 주장의 이유인 ‘비용과다’ 문제를 해소하려는데 만 집중되어있다.

더구나 지상고가에서 지하로 방식을 변경하면서 한도를 초과해 비용이 늘어난 2호선이 정부의 재심사를 면하려면 비용을 1,000억 이상 줄여야 한다. 근본적 변경이야 할 수 없겠지만 그간 개발된 신공법을 다각도로 찾고, 불필요한 역을 몇 개 줄이고, 과다 책정된 예산을 다시 점검하는 등의 노력을 하면 비용 축소 가능성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2호선 문제 해결과정에서 위험은 아이러니하게도 ‘비용축소 만능주의’이다. 2호선 건설을 주장했던 측은 스스로 자문해보라. 도대체 왜 그렇게 절절한 반대를 무릅쓰고 건설을 강행했는가를. 교통지옥해결, 시민편의증가 등의 효과가 아니었는가.

광주와 전남이 상생하겠다고 말을 했으면 이런 거대한 사업에서 그런 노력을 해야 하지 않는가. 도시철도 역의 시설을 문화공간화하고 전남 각 시군에 배정해주어 지역특산물 판매, 지역 문화공연, 향우회사무실 제공 등 얼마나 다양한 아이디어가 많을 을 것인가. 광주 더러 문화도시라 말들은 하면서 왜 도시철도 역을 문화공간으로 설계할 생각을 처음부터 하지 않는가.

학생들 등교 시간에 영어 소설을 읽어준다거나, 광주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들려줄 수도 있을 것이다. 직장인들 퇴근시간에는 객차 안에서 문화공연을 한다거나, 명사 초청 강연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객차 설계도 처음부터 그에 맞게 해야 한다. 1호선도 마찬가지다. 역의 지하공간과 시장의 지상공간은 지금 분리되어있다. 전통시장을 통과하는 역을 왜 시장살리기에 활용하지 않는가. 광주도시공사 사장은 지금 전통시장 상인들과 만나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제대로 하려면 정부의 재심사를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제대로 한다는데 시민 누가 반대하겠는가. 오로지 건설 그 자체가 목적이라면 차라리 지금 그만두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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