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2) 담당 공무원 전문성 확보 필요
지역축제(2) 담당 공무원 전문성 확보 필요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10.22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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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등축제, 유료화 전환 논란에도 ‘북적북적’
기초단체·유관기관에 권한 나눠 인프라 구축해야
외국인 대상 정보 제공할 수 있는 사람 없어 문제

지역축제 발전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진주 유등축제는 올해부터 입장료 1만원씩을 받으며 유료화로 전환했다. 유료화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갈리면서 잡음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특히 할머니들이 입장료를 아끼기 위해 번갈아가며 엎드려서 그 위를 밟고 남강 유등을 구경하고 있는 사진이 인터넷에 돌면서 그 갈등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기자단 내부에선 입장료 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만큼 유등축제가 꾸며놓은 것들이 만 원 이상의 볼거리와 경험을 제공했다는 뜻으로 보인다.

실제로 유등축제가 열리는 진주성 안에는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은 사람이 입장료를 내고 입장했다. 유등축제의 묘미 중 하나인 강 위를 걸으며 유등을 감상할 수 있는 부표 다리를 건너기 위해 한참동안 줄을 서야 했다.

기자단은 진주박물관 관람이 끝나고 잠시 각자 진주성 내부를 돌아다니며 구경해보기로 했다.
아직 저녁에 유등에 불이 밝혀진 진주성을 보지 못했기에 대낮에 보는 유등들도 참 예쁘게 잘 해놨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등축제는 단순히 ‘예쁜’ 유등만을 전시해 놓고 있지 않다.
진주성 공북문을 들어서면 오른 편으로 진주성 둘레길이 이어진다. 이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다양한 테마를 가지고 구성된 유등들을 구경할 수 있다.

유등축제는 밤이 되면 더 빛난다

김시민 장군 동상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임진왜란 진주대첩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유등들이 보인다. 왜구의 장수는 말을 타고, 조선의 장수는 진주성 위에서 아군을 지휘하고 있으며 왜와 조선의 병사들은 서로를 향해 조총과 활을 겨누고 있다.

대낮에 봤을 땐 잘 모르지만, 땅거미가 지고 유등에 불이 들어오면 색감이 살아나면서 섬세하고 잘 묘사한 유등들이 눈에 들어온다.

진주성 내에는 소싸움, 삼강오륜, 전래동화, 진주 기생, 한국의 풍습, 연인의 존(zone)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꾸며져 있었다. 특히 진주박물관 앞쪽에 전시돼 있던 삼강오륜과 전래동화 존은 아이들에게 삼강오륜이 무엇인지 부모의 간단한 설명만 곁들인다면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놓았다.

또한 갈수록 잊혀져 가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를 다시 한 번 꺼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주성 둘레길은 진주성을 지키고 있는 유등 병사들이 곳곳에 서 있어서 어둡다는 느낌보다는 유등의 은은한 불빛으로 아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주성 둘레길을 걸어본 후 기자단은 남강 위에 떠 있는 부교를 건너 반대쪽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하도 사람들이 많아서 줄지어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부교는 심하게 흔들렸다. 아저씨 한 명은 위태롭게 걸어가다 넘어질 뻔 했다. 줄을 잡고 균형을 잘 잡으면서 가야했는데, 주변의 관광객들 중 그 누구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흔들흔들 조심스럽게 가야하는 이 다리가 ‘흥미롭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부교 옆으론 로이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뭉크의 ‘절규’, 고흐의 ‘자화상’, 이중섭의 ‘소’,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등 명화를 표현한 등들을 가깝게 볼 수 있었다.

부교를 건너면 음악분수대를 중심으로 만화캐릭터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어릴 적 기자의 눈에 정말 나쁘고 무섭게 보였던 ‘스머프’의 악당 ‘가가멜’부터 최근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라바’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이와 부모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던 것은 코끼리 미끄럼틀이었다. 보라색으로 빛나는 코끼리 뒤에는 아이들이 줄지어 서있었고, 부모들은 그 앞에서 자신의 아이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기분 좋은 자리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또한 분홍색 하트 모양의 창작등은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아 서로를 찍어주는 연인들로 북적댔다.

관광객 취향 저격한 포토존

또 다른 부교를 건너면 진주성에서 내려다보이던 건너편으로 이어진다. 바로 앞에 여성적십자봉사회 진주지구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 진주시지회 여성회 등 진주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이 참여한 먹거리 부스가 있다. 한 자리도 빼놓지 않고 가득 들어찬 모습이 부러웠다.

광주지역 축제에도 타지역 사람들이 많이 와서 북적이고, 기분 좋게 지갑을 꺼낼 수 있는 축제들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천수교에서부터 진주교까지 약 800여m 거리는 다양한 유등이 빛을 밝히고 있었다. 왼편으로는 남강 위에 떠 있는 유등들은 ‘한국의 아름다움’, ‘명작동화’, ‘이솝우화’, ‘진주의 혼’, ‘세계풍물’ 등을 주제로 빛깔을 뽐내고 있었다. 오른편으로는 세계음식관, 진주시민들이 자신들의 소망을 담아 단 5만여 개의 소망등, 유등을 활용한 포토존 등을 꾸며놓아 관광객들의 눈을 반짝이게 만들었다.

기자단은 진주 유등축제 탐방을 마치고 다음날 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를 찾았다. 대나무박람회는 9월17일부터 10월31일까지 45일간 담양죽녹원 일원에서 열린다.

기존의 시설물들을 활용해 전시가 진행돼 ‘사후관리 부담이 없는 박람회’로 진행이 됐다. 곳곳에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는 벤치 또한 대나무로 만들어져 대나무박람회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대나무는 본래 꼿꼿이 일직선으로 뻗어 올라간다. 하지만 고불고불 휘어진 대나무들이 보였는데, 해설사 말로는 어린 죽순일 때 한쪽씩 잎을 떼면 휘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대나무가 워낙 빨리 자라는 나무인지라 계속해서 신경을 쓰고 공을 들여야 휘어진 대나무가 된다고 설명했다.

생태문화관과 미래성장관을 둘러보고, 기자단은 ‘BAMBOO SHOW’를 관람하기로 했다.
‘BAMBOO SHOW’는 일종의 뮤지컬이다. 어린 손녀가 할아버지에게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떼를 쓰면서 시작한다. 그 이야기를 통해 담양의 비전과 미래를 제시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화려한 시각효과와 등장인물들의 익살에 이를 지켜보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담양은 죽녹원과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 길로 이어지는 관광자원에 더해 ‘담양=대나무’라는 인식을 전국적으로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축제 성공 위해 관광인프라 구축 필요

그렇다면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보면서 광주시에서 열리는 지역축제가 가지고 가야 할 방향성은 무엇일까.
손용만 광주시 관광협회 사무국장은 “광주전남은 그동안 산업발달이 되지 못해 못사는 지역으로 인식돼왔지만, 지금에 와선 오염되지 않은 자원을 가지게 됐다”며 “순천이나 함평, 담양, 여수 등 오염되지 않은 천혜의 자원을 감각적으로 살려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남의 여러 지역들이 지역특색을 살려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있음에도 광주는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손용만 광주시 관광협회 사무국장
손 사무국장은 “광주시는 모든 권한을 관광과에서 다 쥐고 있지만, 과연 관광과에 관광전문가가 있는지 의문이다”며 “관광은 1년, 2년 투자해서 빛이 나는 것이 아니라 인고의 시간을 거치면서 콘텐츠를 접목하고, 전통성을 찾아 발굴해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지역축제와 관광, 그리고 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이 있는 만큼 지역축제 성공을 위한 관광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고, 따라서 관광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우선 눈에 보이는 실적이나 단시간에 빛을 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인고의 시간을 들여 콘텐츠를 만들고 담당자들이 거기에 자신의 영혼을 투자해야 한다. 직업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광주시 관광과에서 모든 것을 다 쥐고 있을 것이 아니라 기초단체나 유관기관에 권한을 줘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니까 일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다. 단지 직업적으로 생각해 단발성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시 관광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페드로 게스트하우스’의 김현석 씨를 만났다. 그는 광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그들의 입장에서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 해줄 수 있는 기관도 없고, 궁금한 점에 대해 답변해 줄 사람도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많은 외국인들이 김현석 씨의 페이스북 페이지나 개인 메신저를 통해 광주와 광주근방의 관광에 대한 문의를 하고 있었다.
외국인들은 광주의 김치축제나 충장축제가 지금껏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이기 때문에 좋아한다. 우리가 처음 가보는 해외의 다른 나라에서 겪는 모든 것이 신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행자들의 요구, 즉 가이드나 통역, 궁금한 점에 대한 답변 등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축제를 가보면 모두 비슷한 천막에 비슷한 시설, 비슷한 프로그램 등 축제 패턴이 너무 비슷하다”며 “개성 있고 자연스러운 축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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