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버리지 못한 국사 교과서를 꺼내보다
[기자수첩] 버리지 못한 국사 교과서를 꺼내보다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5.10.15 1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창시절. 국사가 너무 재미있어 책이 너덜너덜할 때까지 공부했던 시절이 있었다. 수천 년의 한반도 역사를 전부 다 알고 가르치는 국사선생님이 그 누구보다 대단해보였고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나도 한때는 장래희망에 국사교사를 자신 있게 적고 사학과를 가고 싶었던 시절도 있었다.

이 소중한 국사책을 들고 2007학년도 대입수능시험장에 들어섰던 게 벌써 9년 전이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국사 시간만큼은 절대 졸지 않고, 선생님이 해주시는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런데 색색의 형광펜과 볼펜으로 줄을 그어가며 열심히 공부했던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부분과 달리 현대사는 너무 민망할 정도로 깨끗하다.

논란의 소지가 많았던 현대사는 시험에 출제되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던 것 같다.

현재 2015년은 박근혜 정권의 ‘국정교과서’로 떠들썩하다. 5.16군사 쿠테타인지 혁명인지 답을 회피하는 교육부 장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역사는 올바른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학생들이 무엇이 옳고, 그름인지 배우면서 습득하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만의 신념이 생기고 판단력을 기를 수 있다고 본다. 2017년 국정교과서가 되어버릴 한국사 교과서가 궁금하다. 그때도 지난 나의 고3시절과 똑같은 모습일지.

진보 교육감들은 국정교과서 대신 대안교과서 제작선언을 하고, 역사학자들과 유명대학 사학과 교수들의 집필 거부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제작하게 될 역사교과서에 4.19혁명. 5.16쿠테타, 10월 유신,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화항쟁이 어떤 표현방식으로 집필될지 너무나 궁금하다.

대한민국이 국정교과서로 떠들썩하고 있는 가운데 신줏단지처럼 모셔놨던 나의 국사 교과서를 다시 꺼내 읽어본다. 수능이 끝나고 다른 책은 다 버려도 국사책만큼은 못 버렸던 것이 지금에 와서 미묘한 감정으로 돌아온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