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 주인 '전과자' 만드는 사회
소쇄원 주인 '전과자' 만드는 사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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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끝이라 하늘이 청명하기만 하던 지난 19일 오후 담양 소쇄원. 봉황을 기다린다는 담장 '대봉대'밑을 따라 계곡물은 한가롭게 흐르는 데….

난데없이 경찰차가 소쇄원 길목을 비집고 들어와 관람객들을 놀라게 했다. 사연인 즉,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놀던 한 관람객이 산위에서 굴러 떨어진 돌에 다리를 다치자 마침 산위에 있던 소쇄원 관리인인 주인 양재영씨(38)를 경찰에 신고했던 것.

우리나라 원림을 대표하는 담양 소쇄원이 중병을 앓고 있다. 봇물터지듯 밀려드는 관람객들로 인해 석축이 조금씩 무너져내리는 등 곳곳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된 사실. 게다가 소쇄처사공의 15대손인 관리인마저 관람객들과의 잦은 승강이로 벌써 3번의 폭력 전과 오명을 쓰게 됐다.

양씨는 지난 1999년 9월께 관람객과 시비를 벌이다 상해를 가해 30만원의 벌금에 처해졌다. 당시 한 관람객 가족이 소쇄원에서 민들레 뿌리를 캐는 것을 말리다 시비가 붙어 손으로 밀어 넘어뜨린 것이 그만 전치 2주 등의 상처를 입힌 것. 이밖에 다른 전과 역시 관람객들과의 사소한 관람태도 문제로 승강이를 벌이다 폭행사건으로 번진 경우로, 이번에는 양씨가 전날까지 내린 비로 인해 낙석사고 위험이 높은 산비탈을 보수하던 중 작은 바윗돌이 계곡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사고가 났다.

관리문제로 관람객과 잦은 승강이
체계적인 관리 보존 대책, 성숙한 관람태도 시급


소쇄원을 관리하다 전과자(?)가 돼버린 양씨는 관람객들 관리문제로 신경쇠약증을 앓을 정도. 양씨는 "많은 관람객수로 석축이 무너지고 수목이 고사하는 등 조경이 파괴되고 있다"며 "관리를 하다 멱살을 잡히거나 폭행시비에 휘말리기가 부지기수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고 털어놨다.

소쇄원을 찾는 관람객은 평일기준으로 하루 평균 1500~2000명 수준으로 양씨는 관람객들이 소쇄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문화재청에 대나무로 엮은 방호책을 설치할 것을 신청해 놓은 상태.

양씨는 이밖에도 소쇄원 보호를 위해 ▲관람예약제 ▲시차입장제 ▲관람정원제 ▲유료입장제 등 관람질서를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문화재청이나 담양군 등에 건의하고 있다.

이번 '낙석사고'와 관련 치료비를 내놓은 양씨는 "원칙적으로 문화재청이나 담양군이 보상해야할 일이지만 주인으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느껴 보상했다"며 "성숙한 관람태도 이전에 시민과 함께하는 소쇄원을 보존하기 위한 체계적인 제도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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