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리나무 넉넉한 낙과를 보며
상수리나무 넉넉한 낙과를 보며
  • 박몽구 시인
  • 승인 2015.09.23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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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으로 가는 산길 듬직하게 지키는
상수리나무 낙과 소리만큼
깨끗한 영혼의 모음은 없다
깊이 잠든 땅을 흔들어 깨워
말풍선마다 팽팽하게 가득 찬 말들
티비에서 진종을 대포처럼 쏘아대는
포장이 대단한 거짓말들 걷어내고
굼벵이들의 맑은 말을 들려준다
밀알들이 긴 겨울을 지낼 집을 마련하라고
풀섶을 베고 누운 땅에게 일러준다

그런 한가위를 맞아
활짝 핀 국화 빛으로 부푼 달도
상수리나무의 모음을 빌어
가을 들어 거둔 넉넉한 수확
대물림하여 황금열쇠를 물려받은 부자들
곳간에만 쌓아두지 말고
밤낮 허리가 휘도록 일해도
가난한 이들에게도 골고루 나눠야 한다고
개미 한 마리 찾아들지 않는 산번지
골목골목 풍성한 달빛을 실어 나른다
분장이 대단한 백화점마다 넘치는 선물 꾸러미
국회의원 마당에 이룬 산 허물어
일해도 일해도 빈 손인 사람들에게 안긴다

다 함께 만나는 한가위 맞아
천상의 맑은 음계를 지닌 도토리 소리
굳게 다문 땅들의 가슴을 열고
검푸른 맹골수도의 깊은 잠을 깨워
아홉 명의 어린 벗들
식구들의 따스한 품으로 돌아가게 하기를
그리운 일터로 돌아가기 위하여
공장 굴뚝에서 찬 서리를 견디는 벗들에게도
따스한 손 내밀어
공장 문 활짝 열어주기를

가을 밤을 꼬박 밝히는 공장의 불꽃같이
깨끗하게 타오르는 희망의 말들
도토리들의 맑은 노래에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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